이웃사촌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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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의 우정
  • 문희봉(시인·평론가)
  • 승인 2018.10.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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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봉(시인·평론가)

60년대 말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사람들로 구성된 ‘합일회’ 모임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합덕(충남 당진시)에서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지냈던 사람들이다. 모임의 관계는 의(義)로 맺었기에 50년을 넘겨서까지 지속 되고 있다. 그때는 푸른 이마, 싱싱한 어깨, 억센 주먹, 거침없는 발길질이 우리를 기쁘게 했었는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일곱 명 중에 한 사람은 유명을 달리했고, 한 사람은 몸이 불편하여 불참했다. 만난 회원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아침 풍경을 가득 담고 있었다.

사는 곳이 각각 다른 터라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 남산타워에 올랐다. 15년 만이다. 날씨가 좋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후일 염라대왕 앞에 서면 ‘남산타워에 몇 번 올랐었느냐?’고 물으신다 한다. 그때 적어도 서너 번은 올랐다고 대답해야 꾸중을 듣지 않는다고 하는데 앞으로 한두 번은 더 올라야 할 것 같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여서 전망대에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수도 서울이 자랑스럽다. 주위는 기기묘묘한 병풍을 친 듯한 바위산인 북한산, 인왕산 등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운치를 더했다. 아마도 그곳에는 아름다운 우정이 있을 것이다. 이심전심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사람들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것뿐인가? 산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웅장한 그림이 있고, 영원한 향수를 불러다 주는 알싸한 향기가 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은 행복할 것 같다.

롯데 타워, 63빌딩을 비롯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우뚝 솟아있는 건물들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늦은 점심을 장충동 족발집에서 소주와 곁들였다. 옛 추억을 낚시로 하나하나 건져 올렸다. 찌를 물고 올라오는 빛바랜 추억들이 우리를 기쁘게 했다. 술을 너무 좋아해 봉급날 간이숙소에서 자다가 바지까지 잃어버렸던 얘기며, 바둑 실력이 형편없었던 내가 고단자 선배를 취하게 해놓고 이겼던 이야기며, 먼저 간 회원의 초동대처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며, 이제는 감기 걸리지 않고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간은 조용한 기쁨이었고, 잔잔한 환희였다. 그런 얘기들을 하다 보니 더 신어도 될 고무신을 엿과 바꿔 먹다 혼나고, 마늘을 뽑아주다 들켜 혼이 나기도 했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병기의 ‘젖’이라는 시조에서처럼 ‘나와 나의 동기 어리던 팔구 남매’였을 때는 형제애가 돈독한 사이였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딴 식구가 들어와 돈독했던 형제애에 금기 가기 시작했다는 얘기 등등 이야기는 거미가 자신의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내듯 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향은 왜 피우는가? 향은 불에 타야 그 냄새가 퍼진다. 그 퍼지는 냄새는 멀리까지,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냄새를 내는 근원지에는 반드시 불이 있다. 우리 생활에서 이런 근원지 역할을 하는 우리 모임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 절제하기 어려운 사랑이다. 그래도 위대할 뿐이다. 우리 구성원의 우정도 이에 못지않다.

    

옛날 모임은 옛 추억을 건져 올리게 해주어 좋다. 점심시간은 두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계속돼 우정을 달여주는 찌개는 졸아들 줄 모르고 끓고 있었다. 그렇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는 아웃 사촌이 낫다는 말을 곱씹으며 우리는 소주잔을 비웠다. ‘정, 그것은 인류 최고 과학을 초월하는 생의 향기이다.’라는 주요섭의 말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비웠다.

헤어질 때는 아쉬움에 굳게 쥔 손을 쉽게 놓지 못했다. 모임은 나이를 줄이는 요술사로 작용한다. 만나기 전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서글펐던 일들도 모두 지워졌다.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지만 서로 이겨내기로 했다. 가진 돈 조금이지만 유용하게 쓰면서 멋지게 살아가기로 했다.

자석은 다른 극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쉽게 달라붙지만 같은 극끼리는 물리치는 게 원리다. 그런데 ‘합일회’ 모임은 그렇지 않다. 같은 극인데도 떨어질 줄 모르고 달라붙으려 하고 있으니 우리의 우정은 우물보다 깊고, 바다보다 넓다는 것을 다시금 새기는 날이었다.

꽃나무를 키우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더 아름답고 윤기 나게 자란다. 사람의 마음은 몸과 마음에 건강을 주는 아름다운 파장을 갖고 있다. 우리 모임은 그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눈발 속에 서 있는 한 그루 푸른 소나무처럼 우리 가슴속에 떠오르는 아스라한 한 장의 수채화로 이웃사촌의 정을 빛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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