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지혜로운 말씀들을 읽어가다 보면 세상을 슬기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읽고 또 읽어도 그때뿐 습관화가 되지 않아 아쉽다. 아직 덜 익은 인격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노력은 하고 있다. 누구든 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아 주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젊은 세월은 두 번 오지 않으며, 지난날의 새벽도 다시 오지 않는다. 때가 왔을 때 마땅히 힘써야 한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어른들은 얘기하고 있다.
눈이 있으되 남의 허물을 즐겨 보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혹 보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 좋다. ‘내 허물은 빨리 찾아내는 것이 지혜요, 남의 허물은 지나쳐 버리는 것이 덕德이다.’라는 선인들의 말씀을 새겨 지키고자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나를 해롭게 하는 이들에게 앙심을 품지 않다 보면 그것이 나를 키우는 자양분이었음을 깨닫는다. 앙갚음을 하지도 말고 보복도 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대가 욕설을 퍼붓더라도 끝까지 참는다. 세 번만 참으면 세상이 바뀐다. 신경을 쓰다 보면 뒷머리가 땡겨온다. 건강에 치명상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시가 있는 말로써 남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지 않으며, 자신의 책임이나 부담을 남에게 떠넘기지도 않는다. 이는 내 생활 철학이다. 아무리 웃으며 손을 내밀어도 거짓은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남의 부덕한 행위를 기뻐하는 것이 부덕不德한 행위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안 것이 얼마 안 된다. 적敵) 고통과 불행을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때 같이 알았다. 나는 남을 도우면서 자랑하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길 뿐 아니라 그러한 기회를 준 그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한다.
벌써 이십여 년 전인 것 같다. 직장에서 요양원 봉사활동을 갔다. 목욕, 세탁, 청소, 운동 봉사 등을 했다. 그 중에서도 목욕 봉사는 정말 어려웠다. 그곳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사람들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도 같은 보석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그 보석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빛을 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바로 보석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날 이후 그곳에 약간씩의 기부를 하고 있다. 또 다른 곳에도 한다. 그리고 또 하루에 한 가지 이상의 선행을 베풀고, 열 번 이상 남을 칭찬하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참된 빛은 찬란하지 않은 법이다. 그걸 일러 진광불휘眞光不煇라 하던가?
누가 나한데 면전에서 비난하더라도 성내지 않고 자신을 다스려 나간다. 그걸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결국 그 사람에게 되돌아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다.
모든 번뇌 가운데서 증오憎惡가 가장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증오는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공덕을 한꺼번에 소멸시켜 버리는 배은망덕한 놈이다. 분개한 사람만큼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면서 자비와 연민 정신을 개발한다. 특히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고뇌를 위로하는 데 신경 쓴다. 자주 접촉하는 사이일수록 화내고 신경질 낼 기회가 많지만 그걸 슬기롭게 이겨낸다. 세상에는 희미하더라도 끝끝내 꺼지지 않는 빛이 있다. 그 작은 빛들은 등불이 되어 세상 어두운 곳을 밝혀준다. 나무는 꽃의 어여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나쁘게 말하면 왜 그런 말을 하게 됐을까를 생각한다.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그들을 무시해 버린다.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맞다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한다. 어느 쪽이든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웃이 잘못 행동해서 무엇이 정확한가를 지적해 주었는데 그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쯤에서 그대로 놔둔다. 받아들이지 않는 걸 굳이 주입시키려 하다 보면 친구까지 잃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끼 낀 돌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힘겨운 일을 견뎌내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비리로써 모은 재산은 오래가지 못한다. 쥐꼬리만한 권세와 재산을 가지고 남용하는 사람은 패망을 자초한다. 그걸 알기까지 그리 많은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에 젖은 아침 햇살이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