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울 때 적법하게 가축사육 사실을 관청에 신고했다하더라도 영양탕,보신탕 등 음식용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목적이어서 아직까지 떳떳하게 개고기 유통을 내세우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유통을 위해 사육된 이들 식용견은 도축과정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도축고기의 위생청결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런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사시사철 식용견을 먹기위해 개고기 식당을 찾는 다. 슬픈 우리네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놓고 서양인들은 미개하다고 손가락질도 하지만 이젠 문화의 한 단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 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육되는 개도 깨끗한 환경에서 키워져야 하고 도축과정은 청결과 위생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게 하고 유통한다면 누가 손가락질 하겠는 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의 사육과 도축과정에 국가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사육현황도 관리되지 못하고 위생상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실제 대전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개를 사육해 온 업자는 사육장을 만들기 위해 유성 원촌동 임야를 무단 형질변경했고 주변 임목을 잘라내는 등 산림을 훼손했으며 사육견들에게 먹이는 사료용 음식을 끓여 만들려고 환경과 인체에 유해한 재료를 불법 소각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식용개에 먹일 죽을 끓일 때마다 검게 그을린 연기와 매케한 냄새가 진동하며 원촌동 하늘을 수놓았다.
개사육장은 구조상 사육견들의 배설물이 사육장 밑의 땅위로 쏟아져 그대로 쌓여 있다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켜 왔다. 식용견이 배출하는 가축분뇨 등의 배설물 중 일부는 인접한 소나무 옆에 투기하는 바람에 소나무 수십 그루가 말라 죽기도 했다. 개들이 배출한 분뇨는 불법매립되기도 했다.
수 년간 이런 환경오염 행위가 만연했음에도 구청과 환경청 등 당국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다. 아니 알면서도 단속하지 않았다. 유성구청 환경감시요원이 300마리 정도의 식용개가 사육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음에도 구청에는 5마리 정도 사육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업자를 봐 준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무원 본연의 업무수행은 내팽개치고 허위보고까지 했으니 그동안 본보의 취재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곳의 산하와 임야는 훼손된 환경으로 곪아 터졌을 것이 뻔하다.
이번에 각종 불법행위로 개사육과 개고기를 무허가 식당에서 유통시킨 업자의 행태를 보노라면 우리나라 행정당국의 무능과 공무원들의 안일함과 불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다. 불법사육에 불법도축, 무허가 음식점에서 불법영업으로 판매하는 개고기를 손님들이 그동안 먹어왔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것도 사람들의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한촌이 아닌 첨단을 걷는 과학도시 대전에서 일어났다. 석박사급의 과학인들이 우글거리는 대덕연구단지와 인접한 유성구 원촌동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수년간 발각되지 않았으니 당국의 무능과 대전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없음에 한탄마저 나온다.
이번에 드러난 가축분뇨 및 폐기물 매립, 미신고 가축사육, 무허가 음식점 영업행위, 무단 형질변경, 불법 산림훼손, 무허가 건축물 등 불법행위는 철퇴를 맞아야 한다. 우리의 삶과 직결된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불법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봐주기 한 구청과 공무원은 철저한 감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