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가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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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가 좋은 법이다
  • 문희봉 (시인·평론가)
  • 승인 2019.02.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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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봉 (시인·평론가) 

나는 하루에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분재와 수석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되었다고 할까? 나는 언젠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육신마저 버리고 훌훌히 떠날 것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무소유의 역리(逆理)에 만족하지 않을까? 나는 마음에 공간 두어 개 남겨두고 그곳에 소중한 것들을 보관하고 있다.

난은 적어도 10년 이상 길러보아야 그 미립(경험에서 얻은 묘한 이치)을 안다. 첫째 물을 줄 때를 알고, 거름 줄 때를 알고, 그늘막을 쳐 줄 때를 안다. 조금만 촉랭(觸冷)해도 감기가 들고, 뿌리가 얼면 바로 죽는다. 난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뜨락에 피어난 장미는 남의 눈을 끌려고 애쓰지 않으나 사람들의 시선은 저절로 거기에 머문다. 내 정원 가꾸기, 내 영혼 뿌리 내리기에 최선을 다하는 삶은 아름답다. 사람은 누구나 제각기 다른 지식의 그릇과 이재(理財), 그리고 인격의 그릇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그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삶의 가치는 확연히 달라진다.

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가 좋은 법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소홀이 생각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탐낸다. 비가 온 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햇살이 너무 맑으면 눈이 부셔 하늘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듯이, 손님을 맞이할 때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게 한다는 이유로 너무 톡톡 털면 그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덕담을 나누며 오래도록 머무를 수가 없게 된다.

모든 것은 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가 좋은 법이다. 욕망은 꽃을 피우나 소유는 꽃을 시들게 한다. 바다는 메울 수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 유리창이 너무 투명하게 깨끗하면 나르던 새가 부딪쳐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듯이, 삶이 너무 깨끗하고 물방울을 튀기면 그 집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아 주변에 같이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위인(偉人)은 죽어서 빛나고, 우인(愚人)은 죽어서 욕을 먹는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여 행복이 찾아오지 않고, 호강하는 사람은 호강 속에서도 더 큰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이 있는데 과유불급과 상통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흐르는 물에도 수초가 자라지 않고 물이 너무 투명하고 맑으면 물고기가 자기 몸을 숨길 수 없으니 물고기가 그런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물에는 물비린내도 나고, 수초가 적당히 있어야 물로서 제 몫을 다해 생명이 살 수 있는 물이 된다.

나무도 가지가 없으면 새가 날아와 앉지도 않고, 둥지도 틀지 않는다. 가지 없이 꼿꼿하게 자라면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도벌꾼에 의해 빨리 목숨을 잃게 된다.

나무에 시원한 그늘이 없으면 매미도 앉지 않는다. 나무에 가지가 없으면 바람도 쉬어가지 않고 흔들고 바로 지나간다. 나무에 가지가 없으면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달리지 않는 쓸모가 없는 나무가 된다. 큰 과일을 수확하려면 작은 열매들을 솎아내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내가 쓰고 남으면 썩혀서 버리지 말고 모자라고 없는 사람과 나눌 줄 알고 베풀면 나의 행복은 두 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사는 삶은 고매한 삶이다.

서산에 지는 해는 장엄하며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년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노을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과감히 제거해 버리는 지혜를 습득했으면 한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생불의 향내를 맡을 수 있다. 태양은 지는 순간까지도 아름답다.

맨몸으로 왔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건강한 동안 열심히 일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남을 도울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라는 내 사고에 이상은 없을 것이다.

탁 트여 막힘이 없고, 낮은 데로만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 넉넉한 원융(圓融), 고물만한 이해에 악다구니하는 속심(俗心)이 부끄럽다. 굳건히 닫힌 대웅전 안에서 금빛 어깨 위로 장삼가사를 두르신 부처님은 한겨울 내내 미소를 잊지 않고 계신다. 물욕이란 것을 모르는 분일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본다.

고통의 집에 머물러보지 못한 사람은 세상의 절반밖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인(至人)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신인(神人)은 공적을 생각하지 않고, 성인(聖人)은 명성에 관심이 없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품을 수 없어 깜깜하다.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데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해묵은 나프탈렌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오늘도 자신과 약속한다. 감추인 영혼이 하도 맑아 부처님 같아 보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봄볕을 쬐러 나갈 때 쓰일 지팡이 하나와 잠을 청할 때 필요한 퇴침 하나면 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고운 자태를 잃지 않고 제집 찾아 들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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