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패밀리와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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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패밀리와 사진 한 장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 승인 2019.08.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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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뜻하지 않게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무언가를 찾느라 서가를 뒤지다가 옛날 미국의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주인 내외분 사진을 만났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벌써 근 50년 전이다. Idaho주립대학교 대학원재학 중에 나를 보살펴 주신 분들이다. 오랜 동안 무심히 지내다가 사진으로라도 뵈오니 정말 감개무량했다.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 할지라도 그토록 은혜를 저버리고 지나온 세월이 너무나 야속했다. 죄를 지은 심정이다. 어디에선가 두 분이 나들이 과정에 다정히 서서 찍은 사진에서 말없이 쳐다보시는 눈길은 여전히 다정하고 포근하며 인자하시다.

못내 그리운 늦깍기 유학시절은 30대 막바지 시기였다. 한창 해외유학의 열기가 시작한 참이라 겁 없이 미국행을 결정했다. 남들보다 일찍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이 큰 터에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의 인사문제로 신경이 쓰이던 판국이었다. 학생들의 반정부 집단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추세였다. 유능하고 강력한 학생지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었다. 이에 학생들의 지지와 호감을 받고 있다고 해서 학생처장 보임 문제가 거론되었다. 반정부시위가 심한 참에 그 보직은 탐탁하지 않았다. 오랜 동안 준비한 것도 아니고 아무 연고도 없지만 무작정 미국행을 마음먹었다.

미국서부의 록키산맥(The Rockies) 동쪽에 자리한 Idaho주립대학교는 우리나라 강원도 텅스턴(tungsten)의 광석표본을 자랑한다. 농과대학과 광산학과가 주요교육기관이다. 이 아담한 대학의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처음 두 달 동안 기숙사생활로 시작한 학업 중에 대학의 외국인학생 상담직원의 알선으로 이른바 ‘호스트 패밀리’를 만나게 되었다. 연방정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인 그곳 농과대학 교수님의 호의로 꼭 여덟 달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댁에 입주해서 넓은 독방에 머물며 조석으로 음식을 제공받고 세탁이나 승용차 이용까지 누렸다. 열 달에 마친 대학원 과정 내내 한 가족으로 지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홈스테이 가정’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호스트 패밀리’는 ‘민박가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고 그 내용이다. 미국인의 기독교적 박애정신과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의식에 입각한 외국인 접대방식이다. 이런 생활방식은 경제적 측면에서만 가능한 게 아닌 것 같다. 자발적인 외국인 친화 태도에서 우러나온 혜시오 포용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이런 ‘호스트 패밀리’를 볼 수 있긴 하다. 허나 보편적인 건 물론 아니다. 얼마 전에 본 비극 ‘모자 아사’사건을 여기에 대입한다면 너무나도 각박한 우리의 현실에 비감해지는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

 

복지 제일주의로 나가는 현 정부의 시책은 구멍 뚫린 도가니 꼴이다. 숨진 탈북모자의 참담한 현장은 울어 줄 사람도 슬퍼해 줄 사람도 없다. 우리 정부는 소득과 재산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 하는 국민에게 최저생계비만큼 생계비,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를 급여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다름 아닌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복지 혜택이 온전하게 베풀어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한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생활 극빈층이 적어도 93만 명은 된다는 보도가 있다. 완전무결한 정책시행은 본래 난가망한 것이지만 ‘탈북모자 아사’에서보는 참상은 없어야겠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우선 행정당국의 치밀성과 성실성의 부족이 이런 모순을 만드는 게 아닌가. 이건 점잖게 하는 말이고 실상은 엉뚱한 누수현상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아야한다. 쌀이 남아돌아 대북지원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크게 들리건만 막말과 미사일발사에 단 한 마디 말도 못하면서 ‘반일’ ‘극일’만 외쳐대고 복지 사각지대는 방치하고 있으니 이게 대재앙이요 대저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포용국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이런 처참한 상황을 어서어서 씻어내야 한다.

 

게다가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 매일 같이 일간 신문의 전면 서너 장이 도배되는 의혹투성이 기사는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말 뼈다귀냐는 소리가 드높지 않은가. 의혹은 의혹을 부르고 억지는 억지를 쓰고 대들면 죽여라 아우성을 친다면 이 나라 꼬락서니는 뭐가 될 건가 도대체. 도심의 인사말은 ‘조국(祖國)이여 일어나라’가 아니다. ‘조국이여 물럿거라’이다. 이게 뭘 뜻하는가. 인사권자의 타락을 함의한다. 대통령의 아집을 비꼬는 블랙 유머(Black humor)이다. 비아냥하는 시니시즘(cynicism)이다. 인사청문회 하나마나란다. 어차피 임명장은 이미 써놓은 터 뭘 그리 야단들이냐고 꼬집는다. 대통령의 위상이 곤두박질치는 형국이 못내 아쉽다.

 

미국에서 얻은 ‘호스트 패밀리’의 관용과 포용과 수용이 지금의 우리 인사청문회에서도 꼭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 소박한 희망을 억지하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러나저러나 대통령에게 입혀진 ‘영광의 상처’는 약을 발라도 주사를 맞아도 낫지 않는다. 그 상처는 임명장 수여자나 수용자나 공평하게 맞이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말거리’를 축적해온 법무부장관 자리는 어차피 ‘지독한 악취(Powerful stink)’의 도가니가 될 게 뻔하지 않은가. 더구나 대통령의 심기를 틀어 쥔 듯한 ‘말의 아나키스트(anarchist)’가 앉으면 그 자리는 부득불 ‘악연(Evil destiny)’의 딱지를 붙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제발 인자하고 온화한 ‘호스트 패밀리’의 사진 한 장속 교수 내외분처럼 화목하고 화려한 커플 이미지(Couple image)를 나누기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유행어 아웃과 스톱

요사이 ‘아웃(OUT)’과 ‘스톱(STOP)’이 유행한다. 민노총의 시위 모자와 벨트에 이 말들이 등장했다. 비정규직 데모에도 이어졌다. 마침내 대학의 캠퍼스에도 등장했다. 고려대와 서울대 그리고 부산대까지 파급됐다. 이 용어는 그래서 우리의 일상어로 귀화한 모양이다. 영어가 한국어로 토착화하고 있다. 조국(祖國)이 아닌 조국(曺國) 게이트에 아웃과 스톱이 발톱을 들어냈다.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아웃과 스톱의 마귀가 덤벼들었다. 이 얼마나 위세 당당한 어휘인가. 이 단어야말로 아무데나 쓰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지목해서 큼지막한 광고로 내걸고 있으니 참으로 놀랍다.

 

엊그제(8월 23일) 조선일보 A31면 하단 광고는 “조국·문재인은 당장 물러가라”의 헤드라인이 노란 색깔로 획이 굵은 활자 볼드체(boldface)로 시작한다. 뻔뻔스러운(boldfaced)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10월 3일에 문재인 탄핵을 집행하라고 붉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 일곱 가지를 기록해 놓았다. ① 한미동맹 파기 ②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파괴 ③ 안보해체(남북평화경제 하루에 76조 날아감) ④ 원전폐기 ⑤ 4대강 보 해체 ⑥ 국제외교에서 완전 왕따 ⑦ 주사파, 고려연방제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향을 열거했다. 대통령 아웃을 외치는 게 아닌가.

 

같은 날 같은 조선일보 A30면은 호남지역 목회자 이름으로 역시 광고가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님! 국가를 올바로 영도해 주시기 바랍니다(1차)”로 시작하는 탄원이다. “조국씨 법무장관 절대 안 됩니다. 지명을 철회 하십시오”라고 권유하고 있다. 호남지역 목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희망차고 훌륭한 선진국가가 되게 할 것을 기대하고 적극 지지했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문대통령의 취임사에도 감동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거웠다 는 말을 철석 같이 믿었다고도 한다. ‘소통하는 대통령, 겸손한 권력’을 약속한 취임사를 곧이 곧 대로 믿었던 게다. 지금 그 말은 진짜로 가짜인 게 드러났다고 실망하고 있다.

 

호남의 목회자들은 그 감동적이었다는 약속이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다.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이냐, 도대체 지금의 대한민국 이것도 나라이냐고 묻는다. 불법, 탈법, 위법을 저지른 조국씨가 뻔뻔하기 그지없이 법을 우습게 여겨온 사람인데 법무장관 임명을 서두는 게 해괴망칙하지 않느냐고, 국민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진다. 무장폭동으로 대한민국 전복을 시도한 ‘사노맹’ 분자를 장관에 앉힐 요량을 목회자들은 규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그들은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결사반대한다고 강조한다. 너무나도 결연한 선언이 아닌가. 자신들의 민주화 공헌을 자랑하며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1. 불법 탈법 반칙 뻔뻔함의 조국(曺國)씨 법무부장관 지명 절대 반대합니다.

2. 피 흘려 세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3. 하나님께서 정하신 양성평등을 절대 훼손하지 마십시오.

4. 우리나라 평화 70년을 담보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십시오.

우리들의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신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을 천명합니다.”

목회자다운 요구요 요청이며 요망이다. 침착하고 진지한 신앙인으로서의 간절한 희망이며 소망일진대 경청하는 아량이 있어야겠다. 소통이 불통이면 만사휴의(萬事休矣)가 아닌가.

 

이 두 군데 광고가 나오기 전(8월 22일) 동아일보 A35면에서도 ‘YouTube 국민의 소리’가 “국가안보 파탄 낸 문재인 정권 끝장내자!”고 말문을 열었다. 이른바 ‘9·19군사합의’라는 구실로 대한민국이 무장해제 상태로 지소미아까지도 종결하겠다니 어처구니없는 판국이라 “국가안보의 능력 이전에 국가안보의 의지 자체가 없다”고 일갈하고 있다. 북한의 조롱과 모욕에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겁먹은 개처럼’ 떠들썩하게 짖어댄다 라든가 ‘아래 사람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 읽는 웃기는 사람’이라고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태에 수치심을 감출 길 없다고 흥분한다. 조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남북경협으로 평화경제 구축하여 일본을 단숨에 넘겠다”는 말에‘태산명동 서일필’이라며 “맞을 짓을 하지 말라”,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할 일’이라고 모욕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더구나 “웃겨도 세게 웃긴다”느니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라고 비아냥한 게 역시 모욕이 아니냐고 흥분한다. 안하무인격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데도 문 정권은 ‘담화문의 결이 서로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이라 둘러대니 정말 소가 웃을 일이 아니냐고 힐난한다. 그거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의 북한 짝사랑의 인과응보라고 나무란다. 그야 옳거니!

 

그렇기에 문 정권이 존속하는 한 안보가 파탄 날 지경이라 이 정권을 끝장내야겠으나 다음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내놓는다고 강조한다.

1. 국가안보 파탄은 북한 짝사랑과 대북굴종 때문이니 이를 중단하라.

2. 북한으로부터 조롱받고 모욕당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라.

3. 국가안보 파탄의 장치가 된 ‘9·19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하라.

4. 북한의 핵무기에 대처할 핵무기를 개발하라.

5. 정경두 국방장관을 해임하라.

참으로 놀랍고 또 놀랍다. 이런 광고를 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어찌해서 이런 당돌하고도 당찬 광고가 나온 것인가. 언론의 자유라서 멋대로 맘대로 광고를 내서 야단을 치는 건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허나 읽고 나니 되레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도 수상쩍은 세상이라 늘 심란한데 어쩌면 울렁이는 복통을 이겨내기 위한 활명수가 아닌가 싶다. 정작 진솔하고 다부진 광고내용을 국민이 한결같이 잘 터득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광고의 영역에 함축된 내용을 잘 수렴해서 포용의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양약고구라는 옛말을 되새겨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과 소망을 버리지 않는 지혜를 갖도록 노력하기를 권고한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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