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를 속단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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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를 속단하지 말아야
  • 윤기한
  • 승인 2013.09.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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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어떤 다툼을 풀 때 화해(和解)라는 말을 쓴다. 양자 간에 싸움을 말릴 때에 하는 말이다.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의 싸움을 화해한다고도 말한다. 한방의학에서도 이 말을 사용하는데 뱃속을 편안하게 해 주며 약으로 외기를 풀어줄 때 그런다. 분쟁해소를 약속하는 계약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요즈음 이 말의 매력이 한참 뜨는 것 같다. 개성공단이란 게 오는 16일부터 재가동을 한다고 수선을 피우고 있기에 그렇다. 이게 바로 화해국면이란다. 진짜 환영할 행사가 되기를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지난 4월 3일 북한이 느닷없이 일방적으로 공단폐쇄를 단행했었다. 이른바 출입제한 조치를 하면서 공단운영의 중단사태가 벌어졌다. 참여기업들이 죽는다 산다 야단을 떨며 정부를 분주히 압박해 왔다. 그러다 160 여일 만에 북한이 공단을 재개하자고 나오자 웬 떡이냐며 금방 화해무드의 무지개를 띄웠다. 북은 이 게제에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다 금강산관광사업 재개까지 들먹거리고 있다. 북한이 깜찍한 평화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란 사람이 “우리에 있어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좋다. 남북화해라니 정말 우리 모두의 고소원이다. 그렇게도 불감청이던 개성공단 정상화가 성취되었으니 이산가족이나 금강산관광 같은 문제는 이제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도 될 것 같은 기분이 솔솔 피어오른다. 막혔던 숨통이 터진 것처럼 흥분해 마지않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발언은 그래서 엄청나게 강렬하고 고집스러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피해보상에 성의를 보이라고까지 정부를 얼러댈 만큼 신이 나있다. 공단국제화의 태스크 포스(Task Force)도 가동할 모양이다. 그럴듯한 화합화동(和合和同)의 행복한 행진이 이루어지는가 싶은 기대에 부풀기 십상이다.
 
얼핏 박근혜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가는 과정으로 반기는 기류도 높은 듯하다. 한참 전에 통일부 장관도 “남북당국 간의 책임 있는 대화를 재개하고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비롯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눈치 없이 서둘러 업무보고를 했다. 그날 그러나 북한은 남북 간의 통신선을 끊어버렸다. 게다가 우리와 미국에 대한 ‘핵 선제 타격’을 공언했다. 그래도 통일부는 영유아의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방침도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 꿀처럼 달콤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면 이건 분명 찬란한 통일의 성공을 전제한다고 보아진다.
 
하지만 명심하고 조심해야 할 게 있다. 호사다마란 말이다. 화해가 딸기 익어가듯 감미롭게무르익어 간다고 좋아라 박수만 칠 게 아니다. 엊그제 미국의 보도에 의하면 북은 또다시 핵실험을 노리는 기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이 저질러온 행태를 감안할 때 그 보도의 확실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토록 전술 전략에 약삭빨랐던 그들의 과거가 너무나 징그럽잖은가. 아니, 무섭다. 개성공단의 돈줄이 죽도록 아쉬워 한 걸음 뒤로 물러 선척하는 게 아닌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워낙 요상한 꾀돌이 짓을 많이 감행해 왔기 때문이다.
 
비록 이솝우화에서 만이 아니라 하고 많은 처세훈이나 인생 에피소드에서 봐도 한 번 거짓을 저지른 놈은 두고두고 거짓을 되풀이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그것도 물리학의 관성법칙을 따른다. 그러기에 설사 백보 양보해서 이번 개성공단재개를 빌미로 해서 남북이 웨딩 마치를 울리고 있다 해도 거기에 스며있을지도 모를 잠재적 배신이나 모반이 전무하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건가. 능란한 전술전략은 그 실체를 섣불리 들어 내지 않는 게 상례 아닌가. 아무리 스마일 페이스로 스마트한 척 해도 악의의 마스크는 잔인한 행위를 삼가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이왕에 내친 화해평화의 발걸음을 멋진 결과로 이끌어가는 지혜가 있어야겠다. 우리의 관대한 화합노력을 나약한 여인의 애원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매섭고 당차게 밀고 나가야한다. 2010년의 천안함 폭침 이후 ‘5.24 대북 제재조치’를 시행해 오고 있다. 엄중한 국가조치를 헤프게 풀어헤치는 우셋거리는 저지르지 말아야한다. 아무리 추썩대는 불온세력의 얄팍한 유혹과 얄궂은 위협이 용트림을 하더라도 허름한 좌고우면(左顧右眄)일랑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길바닥을 깔고 뭉개며 촛불시위네 노숙저항이네 하는 깽판에 흔들리지 않아야한다.
 
모처럼 화해의 명제가 융단을 깔아 놓는 국면이 되었다. 온화한 협상과 합의라는 신사어음이 발부된 셈이다. 부도처리 당하는 수모는 없어야겠다. 화학조미료를 쓰는 요리는 모두가 기피한다. 화해가 화해(禍害)로 돌연변이하지 않도록 절대적인 재발방지 보장 없이는 ‘5.24제재’를 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종북이나 찬북에 몰두하는 ‘장아찌 똘만이’의 정치연기를 과감하게 청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순화합물 같은 이적단체와 그 비호세력을 이참에 파리 잡듯 중량 철퇴로 박멸해야한다. 화합 코러스를 울리기 위해서 그래야 마땅한 게 아닌가.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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