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 법석대서 어쩌자는 건가
상태바
'한국사'에 법석대서 어쩌자는 건가
  • 윤기한
  • 승인 2013.09.30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중구난방이다. 교학사의 고등학교용『한국사』를 가지고 역사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야단들이다. 교과서 집필자들이 떠들어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참으로 괜스런 소란이 아닌가 싶다. 급기야 검인정에 통과한 여덟 가지 교과서에 대해서 교육부가 수정보완을 지시했다. 이에 대한민국의 건국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 치부하는 좌편향 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법석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뉴 라이트’교과서로 지칭하는 교학사의『한국사』를 몰아세우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사교육 강화의사를 비치자 여러 대학에서 국사과목을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입학시험에 필수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니 고등학교의 국사교과서 출간이 서둘러졌다. 한국사 교과서 8종이 지난 8월 30일의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사에서 합격되었다. 교학사는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국사지도가 왜곡된 부분을 제대로 서술한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러자 작은 오류를 침소봉대하면서 좌파 학자들과 매스미디어가 들고 일어나 금방 잡아먹을 듯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협박해댔다.
 
어느 신문사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 고교에서 채택할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가 오류투성이에다 오해하기 쉬운 서술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과 북을 동격으로 취급하거나 북의 군사도발 사항에서 천안폭침은 아예 빼버렸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과대선전하듯 따로 돋보이게 기술하고 인쇄해놓았단다. 우리가 어려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김일성은 마적대원이었다. 올바른 사실(史實)이든 아니든 우리는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마적대의 신출귀몰한다는 재주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역사공부는 신비롭고 흥미롭고 우아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소귀의식 같은 것을 자극하는 힘을 가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신화나 전설이 지닌 호기심 어린 색채가 농밀하게 칠해지기 때문일 게다. 물론 역사 자체야 인류사회의 발전과정이지만 그걸 어떻게 걸러서 해석하고 기록하는 가에 따라 엉뚱하게도 다섯 가지 색 무지개도 되고 일곱 가지 색 무지개도 될 게 아닌가. 더구나 육체나 정신이나 인간적 형성기에 놓여 있는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더욱 그럴 게 뻔하다. 그러기에 역사철학이 필요하다.
 
역사철학은 역사현상에 관한 일반적 법칙을 찾아내고 역사적 현상 속에 있는 또는 실체적 존재를 찾아내며 칸트가 창도한 비판적 방법을 역사적 분야까지 확대한다. 이건 바로 비판적 역사철학이 되지만 그러다보면 사회철학이나 사회학의 범주로 귀착되기 쉽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형이상학적 법칙을 벗어나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으로 치달아 이제는 극단적인 배척과 경멸을 받고 말았지만 역사적 사실의 진위를 가리고 따지는 연구에는 역사의 인식론과 논리학이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그런 역사관의 주관과 객관이 공존해야한다.
 
그렇건만 천박하고 간교한 지식에 자만심을 동반한 편견적 역사관과 얼토당토도 않은 역사철학에 함몰한 채 마치 ‘부정한 놈(Crooked guy)'이 돼버린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처럼 비뜨러진 심뽀로 휘갈긴 사팔뜨기 눈길의 역사 서술은 제발 ‘노 댕큐’이다. 볼썽사나운 곁눈질은 정말 질색이다. 역사문제에 관해서만은 선량하고 양순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결코 ‘굽으러진 잣대’가 허용될 수 없다. 모자를 비뚜름하게 쓰고 투전판에 넘나드는 건달이나 파락호 같은 행색이 보이니까 말이다. ‘친일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욱박지르는 만행은 금물이다.
 
저들의 ‘북 미화 교과서’도 사절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크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과 박정희 경제 대통령의 팩트는 엄존한다. ‘들판에서 나는 쇠고기’인 콩(大豆)이 잘 자라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려면 ‘근류 박테리아’가 필수적이다. 그처럼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서 미워도 필요한 요소인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일제치하의 관리경력자가 포함될 수 있었다. 실제로 광복 직후 우리에게는 혁혁한 행정경험 소유자나 법률전공자나 기술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일제하에서 서기보 정도의 직책을 수행한 사람이 검사나 법관의 직무를 담당했다.
 
대학의 교수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던 사람이 신문 잡지에 몇 줄 쓴 글을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교수자격을 부여했다. 일본도 전쟁 통에 대학원 교육을 실시하지 못 했다. 영미 선진국에서 교수는 대체적으로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그러니 약삭빠른 일본인의 두뇌회전이 ‘구제(舊制)’라는 구실을 붙여 마치 검정심사 하듯 해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그게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1960년대 박사가 아닌 대학교수들이 별 볼일 없는 얄팍한 글을 논문으로 급거 승격시키고 외국어시험이라는 걸 사전을 봐가면서 치르고 통과했다. 그러고보니 정작 ‘구제(救濟)가 된 것이다.
 
행정관원도 실질적인 업무수행보다 글씨 하나만 잘 쓰면 데꺽 채용되었다. 면서기의 필기는 오늘의 컴퓨터를 능가하는 위력을 지녔었다.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군사교육지침인 ‘군인수첩’이란 게 일본군인의 교련교본을 번역한 것이었다. 친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누명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현대사에서 걸핏하면 독재다 압박이다 하는 용어남발은 20세기를 살아온 세대가 목격하고 체험한 과정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오죽하면 “제 놈들이 뭘 알아!”하는 노령인구의 질타가 나오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국사의 명칭이다. 꼭 ‘한국사’라고 불러야 하는가. 우리가 우리나라 역사에다 구태여 ‘한국사’라는 타이틀을 수여해야 하는가. 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국사’라는 칭호로 들어 왔다. ‘국사(國史)’라고 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를 ‘한반도’라고 우겨대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이태리인들이 말끝마다 ‘이태리반도’라고 하지 않는다. 일본인들도 여느 때에는 제 나라를 ‘일본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문학교(college)마저 ‘대학교(university)’라 칭송하면서 학장이나 교장을 총장으로 불러 줘야 속 시원해 하는 인종치고는 ‘한반도’나 ‘한국사’는 웃기지 않는가.
 
역사학자 안병직 교수가 일러줬다: “올바른 한국 현대사는 단순한 민주화운동사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확립한 건국헌법제정 및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이승만 정부시대의 갖은 노력, 박정희 정부시대의 경제개발 역사를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기술할 수 없다”. 자신의 오판으로 한 개인의 인생을 망쳐놓은 죄업을 씻고자 가출한 승려 효봉은 위대하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편파 기술함으로써 자기 조국을 훼손 궤멸시키려한 죄업을 씻기 위해서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의 성찰을 촉구한다. 법석댄다고 이 나라가 떠내려 갈리도 없거니와 온 겨레가 익사할 턱도 없다. 국민은 ‘귀태 교과서’가 어쩌고 떠벌리며 흥분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목민(牧民)의 방법을 알고 실천한 안철수 의원
  • 대통령 윤석열이여, 더 이상 이재명의 꼼수에 속지 말라
  • 자신의 눈에 있는 '대들보'를 먼저 보라
  • 천하장사, 이봉걸 투병 후원회 동참
  • 세종시(을) 강준현 후보여 떳떳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
  • 제22대 총선의 결과와 방향은?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234 (르네상스 501호)
    • Tel : 044-865-0255
    • Fax : 044-865-0257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전원말안길2)
    • Tel : 010-2497-2923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 Tel : 042-224-5005
    •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 Tel : 041-881-0255
    •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김선용
    • 상임부회장 : 신명근
    • 대표이사: 배영래
    • 발행인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대전지부
    • 편집인 : 김용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규
    • Copyright © 2024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