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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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35)
  • 윤기한
  • 승인 2013.11.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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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일전에 세종메디아 칼럼을 읽고 한국도 이제는 외교적으로만 세계화를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체가 다민족화되고 있다는 상황을 알게 됐다. '백의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는 말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고어가 된 것이다. 현대화 현상으로 시골처녀들이 농촌에 머물러 농사짓는 총각을 마다해서 노총각들이 늘어나며 배우자를 동남아 각국에서 데려오기 시작했다.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월남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처녀들은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꿈을 안고 1990년대부터 눈에 띠게 많이 한국에 왔다. 200여년을 거쳐 다민족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 같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사회는 배타적이며 타민족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해 사회분위기는 관용보다 차별과 편견이 더 농후하다. 세계화를 김영삼 대통령시절부터 찬양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그 결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적으로도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해 경제적으로 도약을 하게 되니 점점 인식이 달라지기는 했다. 한편 한국적 다이에스포러(diaspora)인구도 세계 각국에 퍼져 이제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로 정착되어 있다.
 
국제결혼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나라인 한국에서 자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의무도 수행하며 시민으로서의 활동을 시도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그에 발맞추어 다민족사회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아직 제대로 성숙하지 않았다. 학교 내에서 교우들의 편견과 따돌림을 당하고 어린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일찍부터 받는다. 그들은 용모가 다를 뿐만 아니라 자기네 어머니들이 바보처럼 한국말도 잘 못해 대화에 힘들며 멸시당할 때가 있는 것을 목격한다.
 
미국처럼 이민을 받아온 나라는 아니지만 결국 그들을 위한 언어교육과 한국문화와 역사 등 교양교육에 힘쓰는 시설이 지방에도 세워져야 한다. 법적인 조치를 위한 어떤 법의 수정도 필요하다. 한편 어린이뿐만 아니라 범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며 지구촌에서 세계시민으로 되는 정신과 의식구조를 바꾸고 가꾸어 발전해 나가야 한다.
 
뉴욕에서 11월 5일에 드디어 주정부 관리들을 선출하는 총선거를 끝냈다. 압도적으로 민주당이 승리했다. 뉴욕시장에 블라시오(Bill de Blasio)라는 후보가 당당하게 당선됐다. 이 시장은 인상적이다. 다름이 아니라 부인이 흑인(Black American)이며 10대를 넘어가는 세 자녀가 있다. 이태리 후손 백인이 일찍이 흑백결합을 한 커플이다. 첫 흑인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에도 놀랬지만 1950-60년대에 유학 온 필자에게는 반세기 넘는 동안의 경이로운 인종관계를 보아왔다. 세계화 다민족사회의 발전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남쪽 주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분리된 시설과 장소에서 살았다. 그러기에 지금 필자의 의식도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
 
투표소에서 통역관으로 일하며 많은 미국사회현상을 목격해 왔다. 조직사회 어디에서나 위계질서와 힘겨루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처신법을 배웠다. 흑인이 우세한 분위기에 수적으로 이민인구가 꽤 있지만 아세안, 특히 중국인은 여기에서 열세를 보였다. 백인은 흑인들과 많은 인구를 거느린 히스패닉들의 눈치를 더 살피고 있다. 모두 인기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된다는 것은 정치 세럭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세안들은 전통적 문화에서 나타나 과묵과 인내와 겸손과 양보의 태도 때문에 미국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살감이라고 여겼다. 혹시라도 투표행사에 참가한 흑인과 중국인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중국인들은 문자 메시지로 "동양적 태도를 수정하고 큰 소리로 말하라(speak up!)"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격려한다. 아세안 이민자들이 단결해서 의견과 요구상항이 있을 때에는 수동적으로 조용히 있지 말고 목소리를 힘차게 내야 된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다른 다민족사회와 달리 분단된 나라인 한국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민족은 같아도 60년 동안 분단된 상태로 사상과 문화가 달라진 체제하에서 살아온 북한인들을 생각해본다. 갈망하는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북한인들을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신과 사상을 깨우쳐 주느냐 말이다. 민주국가에서 지켜야 되는 법의식과 이해를 재교육시켜야 하는 큰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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