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어미와 2천 원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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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어미와 2천 원의 비극
  • 윤기한
  • 승인 2013.11.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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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나 큰 비극이다. “돈 2천 원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걸 거짓말이라고 트집 잡아 의붓어미가 어린 아이를 죽였다. 가을 소풍을 가는 날 여덟 살 초등학교 여학생이 악독한 계모한테 맞아 죽은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살인행위에 치가 떨린다. 천인공노할 노릇 아닌가. 인면수심도 유분수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얼굴이나 팔 다리에 온통 피멍이 들고 머리에 피떡이 더덕더덕한 참상을 호소한 유치원 선생님의 고발을 아이의 거짓말로 둘러대고 폭력일변도의 행태를 서슴지 않은 계모야말로 일급살인자가 아닌가”라는 동네 어른신의 일갈대성 힐책이 마땅할시고.  

◯ 아이의 사망원인이 더욱 잔혹하다. 갈비뼈가 열여섯 개나 부러지고 생니까지 빠져 있더란다. 의붓어미는 악녀로서의 본성을 만만하게 뽐낸 모양이다. 주먹질과 발길질로 아이를 녹초로 만들었던 게다. “소풍만은 보내 달라”는 애원에 되레 죽음의 폭력을 휘둘러 댄 것이다. 피도 눈물도 외면한 계모는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낯짝만은 가리고 싶어 하는 꼴을 보인다. 송골이 오싹해진다. TV화면을 보던 어느 노파의 “죽일 년이 따로 있나. 저 년을 그냥.....” 이라는 한탄이 가슴을 찌른다. 무어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모라는 건 최고악질의 인성인가 보다.

◯ 죽은 아이는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 했다. 학급의 회장이기도 했다. 부모의 이혼 전에는 친 엄마와 얘기도 잘 하고 똑똑한 아이로 재롱둥이였다. 친 엄마는 계모와 생부만이 아니라 자신도 죄인으로 처벌해 달라고 1인 시위를 한다. 아동학대는 동서고금의 인간사회에 필요악처럼 존재해 오고 있다. 제도상의 모순이 어린이의 권리와 가치와 생명을 유린하고 말살하는 현실이 참으로 밉살스럽다. 무관심과 오불관언이 지나치다. “인권위는 민주항쟁만 소중하고 아동학대는 ‘차한에 부재’로 여기는가”라는 백발 노친네의 항의가 지당한 말씀 아닌가.

◯ 같은 여덟 살짜리 남자 아이가 역시 생부와 의붓어미에게 맞아 숨진 경우도 있다. 아동학대의 극치를 보인 것이다. 전처가 맡아 키우던 아들을 데려와 자기의 중국인 후처와 함께 살면서 아이를 골프채로 때리거나 집 바깥에 세워두고 잠을 재우지 않는 아동학대를 자행했다. 의붓어미는 자신이 병원에 다녀왔는데도 “괜찮으냐”고 묻지 않았다고 해서 안마기로 온몸을 때렸다. 그러고는 부부가 아이를 방치한 채 외출했다는 것이다. 사흘 동안이나 수차례 폭행당한 아이는 결국 피하출혈 등으로 쇼크사하고 말았다. “비정한 아비어미의 만행이런가. 정녕 말세로다”라는 전직 목사의 일언이 참으로 무겁게 들리누나.

    

◯ 열 살 의붓딸에게 소금밥을 먹여 죽인 계모도 있다. 계모는 전처소생의 남매를 데려다 기르면서 상습적으로 아이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의 폭력으로 학대했다. 그러다 급기야 딸에게 소금 세 숟가락을 넣은 밥을 몇 달 동안이나 먹이고 그 토사물까지 먹였다. 금수보다 더한 만행이요 악귀보다 더한 저주가 아닌가. 딸이 소금밥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를 억지로 먹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먹지 않는 딸을 화장실로 끌고 가 변기에다 머리를 지쳤고 세숫대야에 변을 보게 한 뒤 그걸 떠서 먹이기까지 했다. 목이 마르다면 변기 안의 물을 마시게 한 계모의 학대참상을 듣고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노파 한 분이 “제 서방이 재미없게 한다고 그놈의 거시기도 잡아 뽑을 년 아닌가베”라면서 한탄한다.

◯ 이런 아동학대의 극치를 보인 의붓어미들에게 내려지는 징벌은 어떠한가. 너무 가볍다는 세평이 나돈다. 여덟 살 딸의 의붓어미가 살인죄로 구속 수감되었다. 검찰은 당초에 상해치사죄 적용을 검토했단다. 그러다 전문가들과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소금밥’ 살인여인에게는 10년의 징역이 선고되었다. 징역 1000년을 선고받은 미국의 엽기납치범은 여자 세 사람을 10년 넘겨 감금하고 폭행한 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다 ‘징역 1000년’과 ‘재산몰수 및 벌금 10만 달러’의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엄청난 형량에 우리의 법집행자들이 까물칠까 걱정이 된다.

◯ 미처 피어나지도 못 한 채 무참하게 삶을 마감한 어린이들의 영혼을 위해서도 의붓어미들에게 내려지는 벌은 그들의 삶에 너그러워질 수 없는 천벌이 따라야 한다. 신데렐라 동화의 계모도 고약한 인간이다. ‘콩쥐팥쥐’의 계모 역시 간악한 여인이다. 그래도 문제의 계모들만큼 악행을 일삼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까지 빼먹는 ‘악독한 여인’의 전형인 뺑덕 어미보다도 더 심술궂고 사나운 의붓어미들은 마이클 루소 미국판사의 ‘잔혹한 행위를 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교도소’라는 판시를 좇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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