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의 얄미운 너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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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화면의 얄미운 너스레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01.0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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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정초부터 텔레비전 화면이 너스레로 가득 찼다. 경자 년이 시작되는 202011일의 YTN과 연합뉴스TV의 첫 화면이 북한 김정은의 거동을 수다스럽게 떠벌렸다. 이북의 조선중앙TV로 착각할 만큼 김정은 선전에 골몰했다. 국내소식은 완전히 소외된 채 뉴스 첫머리부터 김정은 일색의 매체역할을 아주 열심히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에 걸쳐 천명이나 되는 똘만이를 모아놓고 김정은이 미북협상에 관한 너스레웃음을 떠벌리는 작태를 여유만만하게 방송했다. 그런 방송국의 활동을 일찍이 보지 못 한 탓에 놀랍기도 하고 역겨워 지기도 했다.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민망하고 아니꼽고 눈에 거슬렸다. 얄밉기도 했다.

과거정부 시절을 보내면서 그런 광경을 목도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더더욱 안쓰럽다. 언짢은 마음을 누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도대체 정월 초하루 벽두에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인물 김정은을 대서특필 감으로 텔레비 시청자들에게 클로즈업 시키는 게 온당한 처사였는가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평화경제 운운하면서 미북협상에 운전자 노릇을 자처하기에 시청자의 기대를 무시하고 김정은 사진부터 내보내며 시청을 강요했으니 방송의 너스레 치고는 가장 저급한 술수가 아닌가. 아무리 언론장악이라는 못된 행위가 벅차오른다 해도 시청자 국민을 농락해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못 난 짓을 저질렀다.

마치 아이들 레고 게임 같은 회의장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력부강하자고 떠벌리는 김정은의 너스레를 화면 가득히 채웠다.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신념이라고 우겨대는 김정은의 소리를 싫어도 들어야 하는 텔레비전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진다. 김정은이 난관에도 자력갱생 노선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은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듣는 기분이 되었다. ‘죽어도 자력갱생을 비열하고 능청맞은 절규로 내뿜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는 고통을 TV화면이 끈질기게 강요하는 바람에 아침 밥 맛을 잃고 말았다. 나만이 아니고 적잖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 새해 초장부터 너스레가 판을 치니 나라가 마치 술 취한 조폭의 난폭운전을 보는 경우가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종편방송국의 횡포는 그 양태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무슨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초대한 건지 배치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무슨 대학의 특임교수니 겸임교수니 아니면 초빙교수니 하는 교수직함을 내세우는 패널을 입맛대로 불러다 앉히고 역시 괜한 너스레를 늘어 놓는다. 어떤 시사평론가라는 위인은 친여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며 정치적 공세를 야당 쪽으로 돌려 지껄여 대는 경우도 있다. 불편부당한 논객을 모시는 게 아니고 이른바 친여성향의 말꾼을 고정배치하고 여론조작을 자행할 때 순진한 시청자는 괜스레 바보상자의 똘만이 신세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따위 지저분한 너스레는 삼가기 바란다.

    

방송 화면의 김정은이 난관 정면 돌파의 기본은 경제전선이라고 호통 치는 전원회의의 분위기는 전원 일치로 받아쓰기(dictation)현장이다. 그것도 경제전선의 정비를 부르짖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경제상황에 대한 훈령을 남발하는 것인가. 얼마나 힘들면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로 외쳐대는 것인가. 그러면서 부분해제라도 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핵화를 원한다면 제재를 풀어 달라고 너스레를 떤다. 방송은 그게 바로 김정은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미국이 밝혀주는 입장에 따라 미북대화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와 핵 무력의 병진 노선으로 회귀할 뜻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의 뉴스1번지는 백악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성과로 미북정상회담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비무장지대(DMZ)를 넘은 첫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했고 비핵화의 약속을 지킬 것으로 낙관하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강력한 제재는 유지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그러기에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경제타령을 내세우고 장거리유도탄(ICBM)발사시험을 들먹이고 있다. 그건 아무리 좋게 보아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국민의 극한상황을 극명하게 내비치는 조그마한 아양 떨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구차하고 치사한 몰골을 정초부터 보아달라고 종편방송이 어처구니없는 너스레 수다를 떨쳐대는가. 시청자 국민은 이런 너스레를 멋없이 먹어대는 잡종 야생화가 결코 아니다. 얄미운 너스레 그만 치워 버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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