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사전투표장
상태바
어이없는 사전투표장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04.12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사전투표장을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다. 평생 선거철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나섰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을 나흘 앞서 어제(2020411) 오후에 사전투표장을 찾아갔다. 두툼한 선거공보 우편물과 함께 배달된 투표안내문에 적힌 사전투표소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과 기력을 소진했다. 마침 선거 당일에 투표하기가 쉽지 않은 사정이 발생해서 부득이 사전투표를 할 참이었다. 사전투표소의 주소는 대전광역시 서구 문정로 131(탄방동)로 적혀 있어 어리둥절했다. 다시 살펴보니 공작한양아파트 관리사무소의 1층에 자리한 탁구장이 투표장이라고 되어 있다.

그 아파트의 존재를 미쳐 잘 알고 있지 못한 탓에 둔산아파트단지라는 지역을 서너 바퀴나 맴돌았다. 드디어 찾아낸 공작아파트 주변에 사전투표장을 안내하는 게시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별 수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한양마트 주차장에 차를 놓고 투표장을 찾아야 했다. 이 근처 어디에서도 투표장 방향지시를 나타내는 현수막이나 안내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작정 샛길로 발을 내디뎠다. 다행히 내 옆을 스쳐가는 젊은 부인의 친절한 인도로 투표소에 도착했다. 길게 줄을 이루고 있는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잘 지키고 있었다. 대인간의 간격을 표시한 백색 띠가 그려져 있어 정렬이 잘 된 모양새였다.

맨 끝자리에 발을 버티고 서있자니 조금은 속이 상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여기 아파트단지 가운데 어쩌면 비좁고 후미진 장소에다 투표장을 마련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원망스러워진 것이다. 공작아파트의 관리사무소가 허술해서가 아니라 탁구애호가들이나 자주 드나들 것으로 짐작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장소가 아니며 더욱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별로 오가지 않는 탓에 투표소로서의 적절성이 좋을 수 없다. 하고 많은 선택지의 공간이 그리도 없었는가 묻고 싶다. 20년간 선거관리위원 직무를 경험한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생각에 투표장을 들어서는 순간 불평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관리는 가장 공정하고 가장 친근하고 가장 민주본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장이라는 공간선정과 환경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전투표가 본 선거에 대비해서 열세에 있다는 것인가. 왜 하필이면 궁색한 발상으로 사전투표의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가. 투표장에 들어서면서 좁디좁은 출입문 앞에서 손세정제를 바르고 신분증을 제시하고 두루마리 형태의 정당투표지를 받아들었을 때 너무나 각박하고 협소한 기표소(Polling booth)마저 마음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서구선거관리위원회가 정말 원망스러워지는 심경이 스스로 부끄러웠다.

    

세상이 코로나19로 발칵 뒤집혀 허둥대는 상황이라고 해도 국가의 대사인 총선을 주관해야 할 선거관리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사 코로나(Corona)라는 게 로마시대의 전공우대상훈이라고 해도, 비록 문대통령이 그 코로나 덕분에 여론이 춤을 춘다 해도 선거관리는 엄정하고 적확하게 진행해야할진대 아무쪼록 탄방동 사전투표소 같은 초라하고 지저분한 환경을 만드는 짓은 삼가기 바란다. 투표를 겨우겨우 마치고 씁쓸한 심정을 달래며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오려다 주차비 1.000원을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순간 백안시당할 선관위가 측은하게 생각되었다. 사전투표율이 26.6%로 역대 최고치로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투표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후회가 뒤 따르기도 했던 게 솔직한 소감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천하장사, 이봉걸 투병 후원회 동참
  • 세종시(을) 강준현 후보여 떳떳하면 직접 검찰에 고발하라
  • 이장우대전시장과 대화
  • 국민의힘 세종시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필승 합동출정식
  • 제22대 총선의 결과와 방향은?
  • 충남 금산군 진산면 주민들과 환경단체 '송전선로 건설 강력 반대'
    • 본사 : 세종특별자치시 한누리대로 234 (르네상스 501호)
    • Tel : 044-865-0255
    • Fax : 044-865-0257
    • 서울취재본부 :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2877-12,2층(전원말안길2)
    • Tel : 010-2497-2923
    • 대전본사 : 대전광역시 유성구 계룡로 150번길 63 (201호)
    • Tel : 042-224-5005
    • Fax : 042-224-1199
    • 공주취재본부 : 공주시 관골1길42 2층
    • Tel : 041-881-0255
    • Fax : 041-855-2884
    • 중부취재본부 : 경기도 평택시 현신2길 1-32
    • Tel : 031-618-7323
    • 부산취재본부 :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안로 90-4
    • Tel : 051-531-4476
    • 전북취재본부 : 전북 전주시 완산동 안터5길 22
    • Tel : 063-288-3756
    • 법인명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 제호 : 세종TV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2
    • 등록일 : 2012-05-03
    • 발행일 : 2012-05-03
    • 회장 : 김선용
    • 상임부회장 : 신명근
    • 대표이사: 배영래
    • 발행인 :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대전지부
    • 편집인 : 김용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규
    • Copyright © 2024 세종TV.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e129@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