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리나는 ‘억’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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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리나는 ‘억’ 소리
  • 윤기한 기자
  • 승인 2014.01.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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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이 있다. 이 허무맹랑한 소리는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발뺌발표문이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라서 믿는 사람이 없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핑계라서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억’하는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마련이었다. ‘억’하고 쓰러지고 ‘억’하고 넘어져야하나. 아침 신문에 ‘억’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다. 아니 놀랄 장사가 있겠나.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에 놀란다 하잖나. 억대 연봉 이야기가 장황하다. 고놈의 ‘억’소리.

◯ 전두환 군사정권시절의 비극이 바로 이 ‘억’에 의해 만들어졌다. 1987년 1월 13일 한밤중에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 박종철 군의 하숙집에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남영동분실에 끌려간 박 군은 수배중인 그의 선배 박종운의 행방을 추궁하는 고문에 의해 살해되었다. 악랄한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사망한 박 군의 희생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전국적인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욕조 속의 물에다 머리를 마구 처박아댔으니 견뎌낼 재간이 있었겠나. 빌어먹을 ‘억’소리.

◯ 이래저래 ‘억’소리야말로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마구 두들겨 팬다. ‘억’은 분명 엄청 놀라거나 느닷없이 쓰러지거나 할 때 지르게 되는 말이거나 셈을 할 때 만(萬)의 만 곱절을 일컫는다. 특히 돈을 셀 때 ‘억’은 대단한 숫자가 된다. 썩 많은 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만’이라는 수 하나만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위력을 갖는다. 이 ‘만’의 백배인 미국 최초의 백만장자(millioner)는 세계적 작가 헨리 제임스의 할아버지였다. 우리 근로자가 '억(billion 또는 multimillion)'대 연봉자 홍수를 이루는 참이다. 망할 놈의 ‘억’소리.

◯ 총파업으로 20여일 동안 국민의 발을 불편하게 했던 철도 근로자들 가운데 억대 연봉수령자가 있기도 하거니와 몇몇 그룹의 임직원은 물론 은행의 수장들이 받는 억대 보수는 소시민들을 어리벙벙하게 만든다. 가공할 정도의 빚을 지고도 억대연봉을 꿀컥 삼키는 공기업 임직원이 정말 ‘억’소리를 지르게 한다. 부채 148조원의 토지주택공사 억대연봉수령자가 156명이란다. 한국전력은 무려 1266명이나 된단다. 인천공항공사는 임직원 4명 중 1명꼴로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빚더미 열두 개 공기업이 그렇단다. 제기랄 놈의 ‘억’소리.

    

◯ 억대 연봉의 수혜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배가 아파 울부짖는 불평도 아니다. 가난한 민초들이 낸 세금으로 빚을 갚게 만들고도 저들은 그 많은 돈을 염치 좋게 받아먹으니 나무라지 않을 수 없잖은가. 아무리 ‘똥’같은 ‘돈’이라도 많이 주면 좋다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10억만 주면 감옥에라도 가겠다는 게 아닌가. 불경기로 아우성인 소상공인의 근로보상은 모래알 처지이다. 행여 억대 보수를 챙기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상급자들은 그런 현실을 비웃고 있지는 않은가. 부총리라는 자가 그러잖나. 쪽 팔리는 ‘억’소리.

◯ 카드대란까지 ‘억’소리를 낸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깡그리 노예판매식으로 팔아넘겨 온통 나라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홀랑 벗겨진 몸뚱아리 신세가 된 셈이다. 이른바 3대 카드사만이 아니라 나머지 카드사의 개인정보 역시 몽땅 털렸단다. 이건 그야말로 금융폭파요 금융강간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허둥대는 금융기관 수장이란 위인들의 헛소리는 ‘억’소리에 눌렸는가. 그들은 직무태만의 실체들이다. 수억대연봉의 값어치를 전혀 못 한 작자들이다. 가난한 서민들의 피를 마르게 한 모럴 헤저드의 저주를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진저리나는 ‘억’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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