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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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가 어때서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08.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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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학교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학교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붉은 원피스가 화제에 올랐다. 원피스는 인기 여성복이다. 쉽게 입고 편하게 입어서 좋아한다. 그래서 지난 85일 국회 본회의에 류호정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정의당 비례대표로 29살의 젊은 여성의원이다. 정의당의 상징인 노란색 마스크에 기장이 짧은 빨간색 원피스차림으로 국회에 참석했다. 발랄하고 간편한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어둡고 둔탁한 양복을 압도하는 코드에 멋까지 서렸다. 어쩌면 경쾌하고도 화사한 느낌이 감도는 분위기가 연출됐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SNS에서는 류의원의 원피스에 관련한 악성댓글이 넘쳐났다. 우선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시각에서 야유에 가까운 힐난까지 올라왔다. 흔한 말로 네코댕기를 매고 꼰대노릇에 익숙한 국회의 엄숙주의나 권위주의에 집착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원피스 차림은 못마땅한 복장일 게다. ‘정장 제일주의를 신봉하는 국회의원은 어둡고 칙칙한 양복을 신앙처럼 고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이른바 평상복이라는 캐주얼 casual’복장은 국회차원의 위신에 적절치 않다고 고집불통 불평을 거듭했다.

이런 뻔뻔한 비난에 류의원의 소속정당인 정의당은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고리타분한 국회지상주의자들에게 오히려 깔끔하고 해밝은 색감을 수렴해주는 원피스의 신선한 취향을 옹호하며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류호정의원이 국회의 엄숙한 권위주의를 타파한 사실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의원 본인은 국회의 권위가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옷을 입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래서 다음날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국회에 나왔다. 지저분한 논란을 일축하며 류의원은 더 당당하게 입고 싶은 옷을 입겠다고 역설했다.

국회의 체면 차리기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앞세우는 국회의원들에게 류의원은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것을 더 원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헛기침만 잘 하며 멋이나 부리는 댄디(dandy)가 아니고 결과(성과)로 말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노라고 역설했다. 그러기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고소한 전직 비서에게 당신 혼자가 아니라며 장례식에 조문하러 가지 않겠다고 발언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성희롱 피해자를 옹호하는 자세를 지킬 줄 알았다. 국회의 관행을 깨고 싶은 류의원의 용기와 지혜가 실로 가상하기 이를데없지 않은가.

    

어이없게도 문빠 네티즌들이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의 외상 술값을 수금하러 온 룸살롱 새끼마담이냐고 막말을 퍼부었다. 아무리 반대당이라고 해도 부질없이 야당을 끌어드리는 행태는 구토를 일으킨다. 그러니 티켓다방 마담뚜냐고 성희롱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민낯이 간지럽다. ‘저렇게 속옷이 보일 듯 말 듯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국회의원이 눈길을 다리로 보내면 성희롱으로 몰아가려는 함정이라고까지 얼러대기도 했다. “오빠라고 불러 보라노래방 도우미같다고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류의원은 꿈쩍 하지 않았다. 함부로 내뱉는 주둥이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마땅 할지어다.

민주주의 발상지는 영국이다. 귀족들이 자동으로 상원의원이 되었다. 반듯한 용모에 정장으로 의원석에 앉는 게 불문율이었다. 평민으로 구성된 하원은 상원의 규착을 따랐다. 좌석의 불편은 감내하면서도 외양을 강조하는 기류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들의 행동거지도 변화를 거듭했다. 덥수룩한 머리도 나무라지 않는다. 복장의 자유화도 도입되었다. 그와같이 거듭되는 변모현상은 마침내 우리나라 국회에서 선도적으로 나타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청바지를 즐긴 그는 백바지를 입고 국회에 들어왔다. 당시의 TV시청자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당당하고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다. 그 사람의 행태와 류호정 의원의 행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웃기는 소리 그만할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학교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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