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후배 두셨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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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배 두셨구려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08.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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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학교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학교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며칠 전이다. 난데없는 인사를 받았다. 점심밥을 먹는 자리였다. 동갑내기 목사와 칠순 중반의 대학교수 그리고 내가 함께 식사를 했다. 코로나19라는 재앙 탓에 오랜만에 만났다. 자리에 앉기 바쁘게 이 교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좋은 후배 두셨다는 말 들으신 적이 있는지요?” 얼핏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한참 많은 인구에 회자되는 화제의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을 일컫는다. 그는 내 대전 중고등학교 10여년 후배이다.

그가 지난 광복절에 기상천외의 허튼소리를 했다고 야단들이다. 기념사에서 터무니없는 잡소리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미국에 빌붙어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해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연합뉴스 기념사 참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정부로부터 입수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앞세워 그를 민족반역자로 몰아갔다. 그런 그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國歌)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진실이라면 그야 물론 지당한 말씀이 아닌가 어쨌든.

그의 기념사는 광복회장답게 일본에 대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밝힌 것이었다. IMF2023년이면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제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말도 들어 있다. 어쩌면 기고만장한 욕심의 발로 같기도 하다. 촛불혁명으로 깨어난 국민들의 자신감을 추켜세우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삭스가 남북이 주권을 존중하며 협력하면 머지않아 프랑스나 독일을 따라잡고 일본도 따라잡아 세계 최선진강국으로 올라 설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뽐내기도 했다. 그러면 오죽이나 좋을 것인가. ‘붉은 악마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올 기세가 반갑다. 그의 말대로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이라고 일갈했다. 옳고말고. 그 떼거리가 어떤 족속들인가.

그는 더 나아가 친일 반민족세력이 민족 자주적 역량의 결집을 방해하며 우리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미래로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친일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의 이념문제도 아니기에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 드리라고 했다. 그렇다. 친일청산에는 무조건만이 필요하다. 너나없이 친일은 반민족행위임에 틀림없다. 누가 뭐라 해도 친일은 무조건 배척의 대상이다. 한 맺힌 우리의 청산 대상이다. 그러기에 광복회장으로서 할 말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다만 충분한 설득력이 부족한 험을 들어내고 있는 게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친일개념 정립에 있어서 정확한 입지를 찾지 못 한 것도 아쉽다. 일본에 병탄된 고종황제의 실격을 서러워할 상황도 아닐진대 일제의 식민지생활을 곰곰이 살피면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수용하지 못 한 항목이 적지 않다. 우선 김원웅 회장 자신이 일제핍박의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그가 알고 있는 36년의 일제 강점기에 우리가 겪어야 했던 고난과 위선과 절망과 자포자기 상황은 직접 체험이 아니고는 진실파악이 쉽지 않은 것이다. 청취력 독서력으로 겨우 얻은 지식은 오류와 곡해를 동반하기 일쑤가 아닌가. 그냥 그림을 보는 것일 뿐이다. 눈으로 보고 살갗으로 느낀 게 전혀 아니다. 그 얄팍하고 엉뚱한 지식으로 만사결정을 짓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십상이다. 정의연대라는 윤미향의 허수아비 위안부 할머니 갈취도 생면부지 어린이 장난이 아니었잖은가. 연세대 신 모 교수라는 작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엔조이했다는 뜻으로 말을 뱉어낸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러하거늘 정제되지 못 한 정치개념에 가득 찬 불평불만을 앞세워 당치도 않은 말을 어느 노인의 표현처럼 싸가지 없이 씨부렁대는행위는 가소롭기 그지없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이씨조선 말기의 왕족이다. 분연히 각오를 세우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직도 맡았었다. 그가 미국을 등에 업고 건국사업을 자행했다면 이북의 김일성은 소련의 일개 군인으로 앞잡이가 되어 북조선을 접수한 장본인이 아닌가. 내가 어려서 들은 중국의 마적 떼는 수많은 김일성을 허위 날조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들은 그 우화를 결코 믿지 않는다. 김원웅은 믿을 걸 믿는지 궁금할시고.

어찌 우리 잊으랴면서 6·25사변의 악취와 괴변을 철천지원수로 오매불망 서러움을 달래기 힘들어 하는 현실에 광복회장이라는 위인(爲人)조국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꼬락서니는 목불인견이 아니고 무언가. 해방 당시에 겨우 일곱 살 코흘리개가 보고 배운 것처럼 일정시대에 우리가 본의 아니게, 아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행정적 강제력에 끌려 또는 생계를 위해 억지춘향 일본주구 노릇을 했다고 치자. 목구멍이 죄이고 목숨이 귀해서, 아니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서 부득불 저지른 조그만 행위를 탓하며 친일 운운 하는 작태는 오히려 낯간지럽기 그지없잖은가. 누구를 원망하고 저주하고 수모할 건가. 김원웅이 당시에 철이든 사내였다면 어떤 처신을 했을까 생각해보자. 아무데나 대고 욱박지르는 소리는 광복회장 자리가 용납하지 아닐진저.

대한민국 광복회장이라는 후배 인물의 망언과 오해와 만용과 오만을 용서하기 힘든 국민의 양심을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그런 작자가 훌륭한 후배라는 소리를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그 얄팍한 꾀돌이 습성은 내가 직접 국회의원 시절의 그를 만난 사실에서 수치감을 지우기 힘든다. 그가 채 어미의 뱃속에서 씨앗을 티우지도 않았을 당시 중국에서 거주하던 한국인의 생활은 한국에 와서 짜장면을 만들어 입맛을 돋운 중국 화교들처럼 식당경영으로 채산을 많이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다만 중국인의 아편중독 덕에 돈벌이를 했다는 간접적 증언을 들은 건 많다. 김 회장네는 중국에서 뭘로 돈을 벌어 독립자금을 댔었나 궁금하다. 피눈물나는 고초와 생땀을 흘려야했던 일제강점기에 초등교육을 받은 나는 지금도 나를 구박한 일본 여자 담임선생을 저주한다. 허나 내게 풍요로운 독서를 허락한 일제 강점기 도서관을 잊지 못 한다. 이것도 친일인가. 친일박대만이 애국열사의 길이라고 과신하지 말지어다. 아무래도 나는 좋은 후배를 둔 게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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