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정치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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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정치를 한다는데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11.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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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남을 속여 돈을 따는 놀음을 야바위라고 부른다.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남의 돈을 따먹는 행위를 세속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런 놀음에 빠져 남을 속이는 사람을 야바위꾼이라고 얕잡아 이르기도 한다. 한마디로 놀음판의 협잡꾼이라는 것이다. 가장 몹쓸 투전판에서 남의 눈을 속여 돈을 따먹는 중국인들의 노름판은 그래서 아예 협잡꾼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런 야바위판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목한 말이 나돌고 있다. 얼마나 부도덕하고 비겁하고 잔인한 짓거리를 하기에 그런 악명이 붙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일찍이 조선왕조가 일제의 농간에 의해 강제로 병탄합병(倂呑合倂)을 당한 뒤 우리의 농촌사회는 이지러진 상태로 몰락했다. 졸지에 식민지로 타락한 우리나라의 주권과 영토와 국가재산을 몽땅 제 것으로 만든 일제는 압제와 착취를 자행하며 특히 농어민을 괴롭혔다. 이에 지치고 힘든 농어민들은 자포자기 상황에 이르게 되어 모든 것을 체념하는 비극적 형국을 맞이했다. 예컨대 동양척식회사는 일본침략행위의 선봉장 기관으로서 고리대금업을 행사하며 농촌을 피폐화하기에 충혈이 되었다. 화투라는 마술로 유혹해 농어민을 우롱하고 착취해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양한 꽃 그림을 그려넣은 투전이 바로 화투라는 것일진대 일제의 마수가 노린 농어민의 정신적 타락을 유도한 전략이었다. 이 화투놀이를 무지한 농어민은 오락이라고 곡해한 나머지 주야장천 그 재미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에 따라 농경사회나 어촌이 지리멸렬해지고 무질서해지고 이른바 놀자 판으로 변질되어 갔다. 노름이 대유행하면서 농어촌의 당시 상황은 끝내 무기력한 국민을 양산하게 된다. 그 여파는 패가망신, 재산탕진, 의기소침에까지 이르게 했다. 지금도 그 화투를 가지고 노름을 즐기고 있다. 고스톱이라는 노름판의 시초가 여기에서 벌어져 그 역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놀음판 역사는 야바위꾼의 지상낙원을 조성한 셈이고 천국을 이루는 듯 선량한 양민을 우롱해 왔다. 고리대금으로 농민을 쥐어짜고 농토를 착취하는 만행을 자행하며 능숙한 사기행각을 과시했다. 가난한 시골 농사꾼의 딸이 서울로 팔려가는 사례가 흔해졌다. 하긴 우리나라만이 그런 지경에 빠져든 것은 아니다. 대영제국의 권세에 내몰린 아일랜드의 더블린(Dublin)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역경을 지나왔다. 그들도 술과 놀음과 게으름의 세월을 보내며 영국본토의 압박에 시달렸다. 그들의 딸도 런던에 나가 몸을 팔아 시골의 농부 아버지에게 말을 한 필 사서 보낸 일이 실화로 남아있다.

딸의 희생과 고행을 자책하며 감자밭에 나가 홀로 굵은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농민사회에서도 드물지 않은 비극적 삽화였던 과거가 있다. 그게 다름 아닌 정치적 실패와 국민적 무력감에서 발생한 자괴 자멸의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놀음이나 술이 농민의 정서를 파괴하고 마침내 그의 재산을 횡령하다 싶이 갈취해 인생파탄을 만들었다. 야바위는 인정사정없는 몰염치의 악마이다. 그런 위세가 우리 정치의 실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하고 있기에 소름이 끼친다. 이 얼마나 경악할 역린(逆鱗)현상인가.

    

오죽하면 위선(僞善)정치라는 명제를 부여하고 야바위정치라는 딱지를 붙여 주는 건가. 따져보면 위선Hypocrisy’은 겉으로만 착한 척하면서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속임수라는 것이다. 영어사용 국민은 책략을 써서 속이는 행위를 표리(表裏)가 있는 이중인격(double faced)으로 표현하면서 그런 인간을 양면성을 가진 불량자로 타기할 대상을 삼는다. 그러니 위선정치집단이라는 악명을 듣게 되면 만사 두 얼굴로 위장하는 권모술수나 사기행각을 밥 먹듯 하는 떼거리 정치단체로 낙인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야바위정치라면 두말할 것 없이 그럴듯하게 남의 눈을 속여 협잡을 꾸며대는 정치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당장에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당원을 동원해서 당헌당규를 고치고 있는 행각이 바로 야바위행위가 아니고 무언가. 다른 사유도 아니고 인간의 가장 더럽고 치사하고 옹졸한 원초적 욕망이라는 성추행사건으로 물러났거나 자살한 사람의 자리를 노리겠다고 덤벼대는 행실이 위선이며 야바위가 아닌가. 본래의 규정을 갑작스레 바꿔서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고 주책을 떠는 게 진짜 야바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잠룡(潛龍)'이라는 터무니없는 대접을 받으며 당대표 자리를 누리고 있는 위인이 가라사대 공당으로서의 심판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견강부회를 자랑하고 있다. 얼간이나 할 소리를 주서 섬기고 있다. 공당이라니 빈집(空堂)인지 관아(公堂)인지 헷갈리지만 어떻든 큰소리 칠 게제가 결코 아니련만 왜놈들이 즐겨 쓰던 축생(畜生)들의 못난 짓으로 만들어 준 거대정당을 앞세워 호언장담을 늘어놓았다. 그게 그들의 상투적 무기인 야바위행태일진대 일러 무삼하리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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