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사님께 드리는 제자의 간곡한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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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은사님께 드리는 제자의 간곡한 명령(?)
  • 주종순 수필가
  • 승인 2021.03.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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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순 수필가
주종순 수필가

선생님~

김용복 선생님. 제자의 간곡한 부탁입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자기가 사랑하던 가족을 잃으면 너무 힘들어 마음과 육신이 힘들어집니다.

처음에 저도 저의 동생이었지만 죽기도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 모든 힘든 날들도 세윌이 지나면 좀 무뎌지며 눈물도 줄어든답니다. 선생님이 무엇이 힘드신지, 괴로우신지, 저는 잘 압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저 같은 죄인도 있는데 선생님은 죄인은 아닙니다.

사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사모님 손 잡고 함께 다니시는 모습을 보며 부부란 저런 모습을 보이며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갖게 해 주셨습니다. 등에 짊어진 배낭 속에는 물티슈며, 기저귀, 그리고 사모님 옷이 들어 있었던 것도 잘 알아요.

선생님~ 슬퍼도 정신 차리시고 힘내세요. 주변엔 선생님을 의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들에게 힘이 돼 주시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죄를 사함받을 시간도 허락하시는 겁니다.

치매 걸리신 데다가 뇌수술까지 받으셔서 괴로움 당하며 병석에 누워 계신 사모님을 먼저 데려가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시구요.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일보다는 친구가 더 나을 것 같아요. 외릅지 않게 혼자 있지 마세요.

선생님~

엊그제 평생 손때 묻은 유물과 간직하던 골동품 지폐들을 저에게 주신 걸 보시고 저의 엄마가 그러십니다.

“선생님께서 사모님께 주실 것을 너에게 준거”라고..

저는 아니라고, 선생님이 나를 제일 믿는 것 같다고. 내가 끝까지 보살펴드릴 거라고.

믿으세요! 제자로서 믿음을 주는 사랑과 의지하시고 싶은 연로하신 스승님~

    

선생님께서는 제자인 제가 암투병 환자라는 걸 아시고 저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으시고 계십니다. 그 보살핌으로 저를 괴롭히던 암세포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이젠 그만 일을 좀 줄이세요

탁월하신 능력은 쌓아두기 아깝지만 이젠 남은 사람들 보호차원에서 건강을 좀 돌보시고요.

선생님은 저한테 끝까지 강한 의지를 보이시려 하지만 저는 선생님이 조금 편하게, 좀 더 느긋하게 지내시며 즐거운 계획만 세우시면 좋겠어요.

이젠 자제들도 다 짝이 있고, 집도 있고 능력도 알아주니 더더욱 저 같은 진국인 제자가 옆에 있으니 좀 행복한 기분을 갖고 느긋하게 살아가세요. 무엇이 선생님을 힘들게 하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선생님과 저는 제가 단발머리 소녀 때부터 통했잖아요.

그러니 제자인 저를 자식보다 더 많이 의지하세요. 저도 스승님의 꼿꼿하신 성품에 의지하겠습니다. 매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요놈의 코로나는 발을 묶어 놓으니...

선생님~ 내일 들깨수제비 먹으러 가요. 오늘 엄청 드시고 싶어 했으니 제가 조금 덜 먹어 줄게요 호호.

꼭 만나요. 시간 약속 주세요. 건강하시고요.

2021년 3월 12일 충남여중 5회 제자 주종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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