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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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37)
  • 윤기한
  • 승인 2014.03.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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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음악을 들으면서 또는 가벼운 삽화가 많은 책을 보며 쉰다는 것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지 모른다. 필자는 클래식 음악 중에서 베토벤의 아홉 교향곡 못지않게 비발디의 교향곡 ‘사계절(Four Seasons)’ 을 즐겨 듣는다. 젊은 시절 대학의 교양과목 ‘음악 감상’ 강의를 선택해 배운 것이 그나마 도움이 돼 지금도 조금은 체계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비발디는 ‘사계절’ 에서 각 계절의 특징과 매력을 얼마나 훌륭하게 음률로 묘사했는지 청취자가 그냥 방안에 앉아서도 풍경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음악을 감상하게 해준다.

 
여름에 장마와 찌는 듯한 햇빛의 삼복더위가 지나면 순한 따스함이 찾아온다. 그러면 금방 나무 잎을 화려한 노란색이나 오랜지 또는 빨간색으로 바꿔 놓는다. 한국의 추석이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폭설과 진눈깨비를 동반하는 폭풍이 불며 겨울이 닥친다. 사계절처럼 인생행로에서도 희비애락이 교체하며 우리는 생활 속에서 예기치 못 한 변화의 상황을 수시로 경험한다. 그 때마다 인간은 인내와 용기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해 모든 생명체가 소생해 싹트듯이 어김없이 오는 봄을 기다리며 희망을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노년에 사계절, 특히 겨울추위가 없는 남쪽의 따스한 섬이나 나라로 이주해 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변화 없는 생활은 지루하고 아무 자극도 생기지 않고 긴장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되기 쉽다. 편안할지는 모르지만 단조롭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역시 운명적으로 사계절이 있는 곳에서 태어난 필자는 바로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러니 변화에 대처하는 슬기와 강인함을 길러 건설적으로 현명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시켜야 하겠다.
 
 
새로 당선된 뉴욕시장 디브라지오는 선거공약을 의식해 시 행정에서 뉴욕시의 전반적 정책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관광객을 마차로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돌며 구경시켜주는 명물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100년 가까이 해온 마차관광을 없애자는 것은 큰 개혁이다. 마차경영 사업단체가 오랜 세월동안 쌓아 놓은 문제점을 내세우며 폐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선거자금 ($1.3 million)을 민주당 후보 디브라지오에게 기증했으니 그는 선거전에서 마차관광폐지를 반듯이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후 그것을 반대해 그대로 두자고 항의하는 부류에게 시장은 "여기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고 못을 박는다.
 
센트럴 파크는 사계절을 통해 낭만적인 풍경과 신선한 느낌을 시민들에게 제공하여 즐거움을 만끽케 해왔다. 하이킹하듯이 도보로 산책도 하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닐 수도 있다. 중국에 있었던 인력거 같은 작은 자전거 차를 2달러만 주면 타는 것도 있지만 19세기의 분위기를 느끼며 마차로 관광하는 것이 가장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청마는 없지만 흑마, 백마, 갈색마, 회색마들이 털럭 털럭 걸으면서 다채로운 모자와 의상을 입은 마부가 몰고 가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관광객은 32.50달러를 내고 45분 동안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수영장 호숫가 우거진 수목사이의 문인 명사들의 동상조각들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넓고 푸른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하는 연인들 또 공놀이를 즐기는 가족들도 보게 되는 마차문화가 사라질 전망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연결되어 도심중간을 차지한 이 대공원에 현대적 시설로 관광객을 모시자는 취지에서 개혁하자는 것이란다. 전통적인 마차대신 21세기에 알맞게 전기로 움직이게 개조된 작은 차(cab)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동물애호가들은 "너무 말들에게 잔인한 것이다" 라며 개혁안에 동의한다. 혼잡한 교통 속에 자동차 뒤에 달린 개스관에서 나오는 매연을 들이마시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말들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해 왔다고 떠들어댄다. 그들은 말들이 자연의 사계절을 즐기며 들판에서 마음껏 달리며 살게 해 줘야한다고 역설한다.
 
뉴욕시는 자동차 사고도 그동안 늘어 약 20건이나 있었으니 이제는 이 사업을 폐기할 때가 됐다고 한다. 그러면 68개의 마차, 220마리 말들, 더욱이 170명이나 되는 마부들의 실직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만약 전기 미니차(mini-cab)로 대체된다면 마부들이 거기에 재배치가 될 수 있는가? 그 때는 훈련이 필요하며 도심에 있는 공원을 걸어 다니던 말들을 야외에 마구간을 지어 그곳으로 내보내야 하겠지.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시간이 걸리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시민의식도 변해야 되겠다.
 
 
변화는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혼란과 우려를 동반할 수도 있다. 발전에 대한 적응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다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과 옛 습관을 보전한다는 것이 미덕일 수도 있다. 의상유행(fashion)이 돌고 돌듯이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이 잡히고 서로 어울려 사계절 같이 윤회하면서 존재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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