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와 종이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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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와 종이봉지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1.05.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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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오늘 아침 나절에 내과의원에 다녀왔다. 감기 기운이 드세어 찾아간 것이다. 병상의 아내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져 모든 게 힘에 부친다. 재채기가 심해지고 콧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기운이 빠져 환절기의 흔한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약 처방을 들고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 의사가 내준 처방전을 건네고 잠시 바깥으로 나갔다. 자주 들르는 편이라서 약사의 호명이 아니라도 차례를 짐작하고 여유를 부릴 때가 많다. 약을 조제하는 동안 꽃구경과 더불어 맑은 공기를 마시러 잠시 바깥에 나가는 것이다. 도심지이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지역이라 배회하기 안성맞춤이다.

으레 그러듯이 약사는 처방에 따라 조제한 약봉지를 다소곳이 건네준다. 복용내용을 일러주며 내복약을 밀어내준다. 그런데 늘 건네주던 비닐봉지가 아니다. 누런 종이봉지를 내놓는다.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종이봉지를 내준 적이 없다. 얼핏 미국에서 받아들었던 종이봉지 생각이 났다. 자주 가는 수퍼마킷이나 대형몰에서나 물품을 싸주는 봉지는 언제나 누런 종이제품이었다. 그 종이봉지를 마치 가방이나 책 꾸러미처럼 옆구리에 끼거나 한쪽 손으로 들고 가져왔다. 아주 편하고 쉬웠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닐로 만들어진 봉투가 사용되어왔다. 참으로 유용한 운반기구가 곧 비닐봉지였다. 봉지만이 아니고 비닐은 그 사용처가 무변광대했다. 비닐봉투, 비닐우산, 비닐백, 비닐하우스 등등 헤아릴 수 없이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넓고도 크다. 내수성(耐水性), 기밀성(氣密性), 가소성(可塑性)을 이용해 유리, 옷감, 가죽 따위의 대용품으로도 쓰인다. 참으로 대단히 유익하게 사용되고 편리해서도 애용되고 있다. 농촌에서는 비닐하우스 농막을 설치해 농사철에 필요한 농기구나 비품을 저장보관도 한다. 여러 가지 야채나 과일 재배에도 비닐로 만든 실내공간이 매우 편리하고 용이하게 쓰인다.

본시 비닐은 영어로 바이늘(vinyl)이라고도 발음하는 화합물질로 그 자체의 이용가치는 지극히 높다. 가령 비닐접착기 같은 경우 주방에서 진공포장을 하는데 흔히 쓰인다. 나무랄 데 없이 편리하고 쉽게 부담 없이 주방의 노동력을 줄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식품이나 여러 가지 상품의 포장용으로 쓰이는 이 비닐로 말미암아 공해가 점증해지고 있다. 버려진 비닐제품으로 생기는 생태계의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바람에도 쉽게 날려 산이나 들판이나 하천을 뒤덮어 아름다운 광경을 망쳐 놓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비닐은 아무리 오래 가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농토에 묻히면 공기와 수분의 유통을 방지하게 된다. 그러면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게 되어 피해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의 파괴 원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바다나 호수나 강 같은 곳에 버려진 비닐은 우선 바닥에 가라앉는다. 그리고는 막을 형성해 바다의 모든 생육관계를 파탄시켜버린다. 물풀까지도 자랄 수 없게 만들고 만다. 그러니 바다를 이용하는 양식업자의 생업이 파탄을 맞게 된다. 바다 속 어족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닐을 태우게 되면 이 또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독성을 품은 염화수소가스가 나와 또 다른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얼마나 끔찍한 현상인가. 환경오염을 넘어서 우리의 생활, 아니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인스턴트 식품선호 경향이 두드려지면서 일회용 비닐 용기는 특히 젊은이들의 절대적 애용물이 되었다. 길을 걸으면서 테이크 아웃이라는 명목 하에 비닐제품이 손에 들려 활보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데나 아무런 생각 없이 길가에나 담장 위에, 더더구나 정차해 있는 자동차 지붕위에다가 내동댕이쳐진다. 누가 누구에게 그 쓰레기를 치우라는 것인지 제멋대로 던져버려진다. 특히나 가정교육이 못된 집안에서 자란 젋은이들의 투기방식은 부전자전 아니면 모전여전 현상이 아닌가 싶다. 그릇된 부모의 버릇없는 행실이 자식들을 오염시켜 역시나의 현상을 초래한다.

이제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제문제로 비약했다. 우리나라는 이 기구에 참여를 꺼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닐대란이 절박한 판국인데 기껏 내놓은 정책이 비닐봉지무상공여불허라는 어정쩡한 시책의 강요뿐이다. 마트에서 바구니나 보자기를 들고 가 물품을 담아오는 손님은 여전히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내가 받은 종이봉투는 동아제약의 박카스용 포장봉투이다. 피로회복제인 박카스를 상표로 내놓은 종이봉지이다.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봉투룰 사용한다고 강조하는 글귀가 찍혀 있다. 그 봉지의 생산지는 말레이셔로 되어 있다. 어쨌거나 이제 새삼스레 비닐의 악폐와 공포를 떨쳐버리고 환경을 잘 보전하기 위해서도 종이봉지를 대환영한다. 지구를 살리고 인류의 행복을 위한 종이봉지 사용을 권장한다. 동아제약의 선도적 환경보존활동에 크나큰 찬양과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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