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나는 데에도 이치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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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나는 데에도 이치가 따른다
  • 윤기한
  • 승인 2014.04.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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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대통령의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라는 안철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자고 청와대를 불쑥 찾아갔다. 기초선거의 공천제 폐지에 관해서 논의하자고 간 것이다. 사전에 설명도 약속도 없이 무턱대고 면담요청을 감행했다. 당장에 만나지 못 했다. 그러자 4월 7일까지 면담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시한인 어제 청와대는 그 요청을 거부한다는 뜻을 전했다.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국회로 새민련 대표들을 방문하고 대통령의 거부 입장을 통보했다. 기초공천제 폐지는 공직선거법 개정사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단다. 참으로 지당한 언급이다.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밝혔다.
 
아무리 큰 야당의 대표라 해도 사람을 만나고자 한다면 거기에 따를 예의도 있어야 한다. 그냥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만나 달라는 건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청와대는 시장바닥에 있는 오징어 가게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무슨 카페나 차를 마시는 스타박스 같은 장소가 아니다. 국가의 통치부가 있는 곳이다. 국민에게 열려 있는 행정의 중심지이다. 아무나 들어 갈 수 있는 장소이긴 하자만 아무렇게나 드나드는 현장은 아닌 것이다.
 
누구에게나 출입이 허용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기관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제멋대로 드나들 곳은 결코 아니다. 미리 출입의사를 밝히고 그걸 수용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안전과 질서와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쳐들어가다 싶이 해서 면담하자고 얼러대니 그런 무례와 무법이 어디 있나. 무식한 시정잡배도 그러지 않는다. 거부당한 게 마땅하지 않은가. 정치 풋내기의 해프닝이 되고 말았구나.
 
옛날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가 떠오른다. 장학금 수혜관련 면담을 하고자 대학의 지도교수(major professor)를 만나야 했다. 나로서는 엄청 중요한 일이라서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무작정 교수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예약(appointment)을 하지 않았는데 왜 왔느냐고 교수가 문전박대(門前薄待)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면담은 성사했지만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예약을 했던가.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숙제(home assignment)를 하다가 미국인 클래스메이트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친구는 미국 육사출신으로 예비역 육군대령이다. 2년간 한국근무 경력이 있어 아주 가깝게 지내는 처지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업학자 교수인 내 미국인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댁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친구네로 급한 김에 부리나케 달려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 준 미국인 친구는 왜 연락도 없이, 전화도 하지 않고 왔느냐고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른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대통령과 면대(面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면 의당 상대방의 의향과 여유와 환경이 허용하는 이치와 도리와 방식(modality)에 따라야 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초조한 입장이지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꿰랴”의 속담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자기들 자의로 무공천을 기본으로 합당인가를 한 마당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단 말인가. 참으로 웃긴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가 보다.
 
 게다가 정당은 정당끼리 모든 걸 따지고 겨뤄야 한다. 지지고 볶든 따지고 묻든 아니면 찍고 까불든 그건 정당간의 문제이다. 한 정당의 대표라고 해서 걸핏하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지 말아야한다. 대통령은 정당의 대표가 아니고 국가의 통치자이다. 나라살림을 꾸리는 집사와 같다.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도와야할 생활책임자이다. 그는 헌법을 준수하면서 영토를 보전하고 국위를 선양해야할 국가의 대표이다. 정당의 대표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왜 야당 대표가 대통령하고 정치문제를 흥정하자고 덤비는가. 맞장 떠보자는 건가. 되지 않은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당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면 상대하는 정당을 이끌어 가는 사람과 맞장을 뜨는 게 정상적인 정당활동, 정치행위일테니 말이다. 승리욕에 혈안이 된 바둑꾼은 대국할 상대를 선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게 다름 아닌 정당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슬기로운 자세가 아닐까. 이치에 맞는 면담요청방식을 차분히 배울지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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