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건국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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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건국논쟁
  •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 승인 2021.07.0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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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대한민국 건국과정을 들먹이며 말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대선주자의 한 사람인 경기도 이재명지사가 대한민국이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깨끗하지 못 한 국가건립의 시작이었다는 말이다. 지난 71일 이재명은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는 달리 친일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재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얼핏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허나 그건 한 마디로 껍데기만 본 것이다. 알맹이는 보지도 못 했고 알지도 못 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것도 들은풍월의 한 가닥일 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 시절로부터 해방된 게 1945년이다. 광복이라는 미명으로 장식하는 탈식민지배가 그해 815일이다. 일본천황이 전쟁종식성명을 밝힌 날이 바로 그날이다. 우리를 포함해서 일본 전 국토에 라디오방송으로 천황의 옥음(玉音)이라는 명목의 항복 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태평양전쟁의 종식을 포고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의 종언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했다.

미국과 소련이 주축이 되어 포츠담회담이라는 과정을 거쳐 일제로부터의 항복을 접수했다. 그러면서 미소는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삼아 대한민국을 양 갈래로 나눠버리고 말았다. 거기 덧붙여 미소 양 대국이 대한민국을 신탁 통치하겠다고 과욕을 부렸다. 우리 국민은 벌떼같이 일어나 신탁통치의 탐욕을 분쇄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외세를 물리치고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세워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해온 임시정부가 주권행사를 장악하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동진정책을 밀고 나가고자하는 소련의 야욕이 호시탐탐 이를 허용하지 않고 태평양영향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미국이 역시 자기 세력의 확장을 시도했다.

이 양 대국의 탐욕이 대한반도라는 작은 땅에서 각축전을 벌였다. 거기에 볼셰비키(Bolshevik 공산주의자)의 과격주의가 러시아 사회주의 노동당의 과격한 무정부주의자들처럼 무턱대고 일을 벌였다. 학교 교사들과 사회노동자 집단에 파고 들어 투쟁과 저항을 밥 먹듯 마구 덤벼들어 싸움판을 만들었다. 우리가 중학생 시절에 학교 교무실에서 교사들 끼리 싸움 박질을 해댔다. 좌우익의 충돌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질을 해대며 상대방을 욕하고 윽박질렀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장면이 빈번했다. 그게 당시의 좌우충돌 현상이었다.

그러다 이승만 박사가 남쪽에서 선거를 통한 국가수립을 단행했다. 김일성이라는 젊은 러시아군인이 북쪽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그것이 곧 남북분단의 비극을 초래했던 것이다. 바로 민족분열의 현실화로 마감되고 말았다. 오늘날 가장 참혹하고 잔인한 분단의 비극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 누구를 탓하고 욕할 처지가 아니다. 애당초 잘못 저질러진 현상이었다. 사상도 주체도 실익도 없는 정권욕의 맹목적 투쟁이 만든 결과였다. 인간의 탈을 쓴 악귀들이 이 금수강산을 마귀할멈 손아귀에 거저 처넣고 만 것이다.

무슨 엄청난 학구적 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고귀한 논리적 질서도 없었던 과거의 정치인물이라는 작자들이 찍고 까불어 댄 게 나라와 겨레를 위한답시고 얼러댄 것이다. 그게 전부였던 아마추어 정객들 놀음판이었다.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린 공산주의자들의 용기와 투쟁의지를 본떠 시작한 정치 아나키즘 종사자들의 광태였다. 선진문명을 받아드리겠다고 일본에 유학한 선각자 청년들이 고생하며 배운 게 고작 볼셰비즘(Bolshevism)이었다. 1920년대 러시아 혁명의 평가에서 일본의 노동운동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이에 대해 개인의 주체성에 입각한 혁명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부류도 생겨났다. 이런 와중에 유학생들이 혁명의 화려한 유혹논리에 함몰되기 십상이었다. 그게 바로 독립운동의 한 가닥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공산주의에 오염되는 판국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이 귀국할 무렵 우리나라는 두 조각이 난 채 해방이네 독립이네 떠들며 좌우익이 날개를 펼쳐 나라를 세운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해서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이승만 박사는 우리의 임시정부 대통령직도 받아들이고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그가 미국을 설득하고 대한민국을 건립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국가경영을 전담할 인재가 희귀할 정도였다. 그리고 행정업무를 수행한 경험자도 드물었다. 일본관료 밑에서 행정을 맡았던 게 전부이다 싶었다. 식민지 국민으로서 고급 행정관료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광복 당시에 모든 기관의 공무원들은 갑작스럽게 받아 든 업무를 처리하기에 힘겨워했다.

    

가령 일본인 변호사의 서기로 근무하던 사람이 곧장 변호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신문이나 잡지에 조그마한 글 쓴 것을 논문이랍시고 교육부에 제출해서 심사를 거쳐 교수 저격을 얻기도 했다. 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해서 박사학위가 필요해지자 학위급조 현상이 생겼다. 당시에 미쳐 대학원 과정이 설치되지도 않았거니와 그렇다 해도 학위 취득까지 최소한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게 구제(舊制)박사라는 것이었다. 지금 냉철하게 따지면 결코 학위수여 자격이 불충분한 것이지만 부득이 박사학위를 억지춘향식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정치판에서나 행정관청에서 필요한 인재를 작위적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경영을 위해서 불가피한 편의적이고 방편적인 방법으로라도 업무추진 세력을 인위적으로나마 산출하는 희극적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기에 친일파로 활동한 행정가를 직무에 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족반역자로 처단하기에 앞서 우선 국가경영을 하고 볼 일이 아니었겠는가. 친일인사라 할지라도 우리의 국가사업을 수행하는 자리에 활용되는 게 무슨 역적행위일손가. 그게 무슨 죄가 될 것인가. 얼토당토않은 억지를 쓰는 게 아닌가.

미국이 점령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일본에 대한 정의(定義)인 것이다. 당시에 미소 양국은 대한민국, 즉 조선에 대한 국제적 또는 정치적 압박이나 점령 권한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주권행사를 하는 독립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초적 상식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선주자라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무식한지 궁금하다. 정치적 함의는 둘째이고 무엇보다도 얼마나 무지하고 옹졸하고 미련하면 친일세력과 미국 점령군이 합작한 국가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는가. 그런 작자가 대통령을 하겠다니 삶은 소대가리가 폭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잖은가.

아서라, 대통령은! 부디 냉수 한 잔 마시고 속 차릴진저! 국가부정도 이만저만이 아닐진대 일찌감치 뒤로 돌앗!’하는 만용이라도 부리는 게 낫지 않을까.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로 출발하지 못 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멍청한 식견은 지리산 골짝에 가서 서당공부 좀 더 하고 오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똘만이 짓거리에 가까운 언사도 문제이지만 그런 발상을 하고 있는 인간이 경기도의 지사요 대선후보라니 어이가 없다. 이따위 인간에게 국가의 대임을 부여한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돌변하지 않을 것인가. 건국논쟁에 요망한 짓은 제발 삼가기 바란다. 국민이 그렇게 바보인가. 이재명이 그렇게 멍청한가.

윤기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국제PEN 한국본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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