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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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38)
  • 윤기한
  • 승인 2014.04.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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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국제필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맨해튼 소호(SoHo)지역에 있는 트라이베카(Tribeca) 극장에서 한국수출영화가 "관능의 법", 일명 "Venus Talk" 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외국관객을 위해 자막을 깔고 한국문화의 일면을 홍보할 의도로 시도한 모양이다.

명필름, 권칠인감독이 만든 희극이며 극히 현대적 중장년층(40-50대)여성을 의식한 도시생활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미국TV 연속드라마 "Sex in the City" 를 모델로 한 것인데 놀랍게도 포르노에 가까울 정도로 서구적인, 소위 할리웃식으로 노골적 성행위를 투영한 영화였다.

    
외국인에게는 동양적이라는 것이 어떤 이미지로 상상될 것인가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많은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동양문화권에서 자란 보수적 연령층이라서 민망스러워 눈을 다 뜨고는 못 볼 정도의 남녀간 침실행위를 과감하게 보여줬다.
 
21세기 현대판 희극으로 그런대로 껄끄럽지 않게 전개해 보고난 뒷맛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로서는 합격의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동양의 특수한 가치관을 보이는 고전적 영화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필자는 옛날 "아씨" 라는 1970 년대 연속극 같은 영화를 상영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느꼈다.
 
한국영화 "관능의 법"을 보며 외국인, 특히 서양사람들은 동양여성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서양사회에서 개방된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과 별 차이를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옛날에는 소녀들이 젊은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요즘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은 남녀간 교제가 활발하고 애정표현 방법에 문화적 큰 차이를 못 보게 된다. 세상은 수십 년간에 급속도로 변했다. 영상으로 온 세계가 안방에서 같이 생활양상을 뉴스로 듣고 영화로도 보니 그 영향이 얼마나 빠르게 전파되겠는가! 바람직하지 않은 유행도 폭력적 행위도 급류와 같이 흘러내리니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관망할 수만은 없다. 적극적으로 나쁜 여파를 막는 댐을 쌓는 문화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모든 사회에 성차별, 인종차별 또 계층 간의 인권유린이 있어왔다. 이제는 단일민족으로 사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화에 대한 국가와 국민적 의식 또 제도적 준비와 문화의 수준차는 엄청나지만 범세계적으로 다민족에 대한 이해와 관용, 인내심을 길러 공존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갖도록 노력해야한다.
 
몇 십 년 전 1960대 신혼생활을 하던 젊었을 적에 본 일본 영화 "라쇼몽" 이 연상된다. 사무라이시대가 메이지 현대 일본시대로 전환될 무렵의 옛날 얘기의 영화이다. 유명한 구로자화 감독이 제작했다. 산속에서 산족을 만난 남편(사무라이 출신의 상인) 과 그 부인을 놓고 산족이 저지른 사건을 심판하는 장면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각자의 진술이 서로 달라 판단하는데 요지경이 되는 인간상황을 보였다.
 
불교적 설득이 스며든 장면으로 결국 비오는 날 사찰 대문 앞에 놓인 업동이를 한 사람이 인간에 대한 자비심으로 그 애기를 감싸 안고 집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끝을 낸다. 오랜 미국생활에 동양적 영화를 보고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얼마나 향수도 달래고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작년에 소호에 있는 작은 극장 필름포럼(Film Forum) 에서 여러 나라의 옛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때 또 한 번 "라쇼몽" 을 관람했다. 역시 감탄할 정도로 훌륭한 이야기였다.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뜻 깊은 과제는 시공을 초월하는 예술품이 아닐 수 없다. 액tus영화도 좋고 과학공상영화도 좋다.
 
하지만 한국은 좀 더 깊이 있는 한국고유의 창의력을 갖고 구상한 영화를 수출하기 바란다. 시청자의 인기주의 경향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모방하지 않는 순수한 예술적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며 고전의 한 영화로 남는 작품이 더 생겼으면 한다.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현대적 변화가 다름 아닌 발전이라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노력이라고 봐야 되겠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진도에서의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니 참으로 실망이 크다. 그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온 세계가 TV화면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한국 어른들의 도덕적 양심이 썩어 왔는지 또 제도적으로 불완전하고 철저한 법치통치가 미치지 못했고 정신상태가 헤이한지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꼈다. 한국은 아직도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전시상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 다시 4월 16일에 일어난 참사 같은 부주의한 사고는 없어야 한다. 숭고한 젊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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