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칼럼] 노비 근성, 21세기 대한민국을 좀먹는 그림자의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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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칼럼] 노비 근성, 21세기 대한민국을 좀먹는 그림자의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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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8.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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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김명수]

【SJB세종TV=김명수 칼럼】 대한민국은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과, 권력을 향한 맹목적 추종이 사회 전반에 여전히 깊게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 현상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뿌리 깊은 민족적 성향이른바 노비 근성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500년의 노비근성의 굴레, 조선의 노비제에서 시작되었다

조선은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세습 노비제를 500년 가까이 유지한 나라였다. 처음 고려 충렬왕 대에 도입된 이후 조선 세조 7년 경국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일천즉천(一賤則賤)’의 원칙에 따라 부모 중 한 명이 노비면 자식도 반드시 노비가 되었고, 이는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었다. 노비는 인간이 아니라 재산으로 취급됐으며, 주인의 생사여탈권 아래 놓였다. 미국의 흑인 노예제는 주로 전쟁 포로나 해외에서 끌려온 이들이었지만, 조선의 노비제는 자국민을 상대로 한 제도였다. 왕족과 양반들은 수백, 수천 명의 노비를 거느렸고, 국가도 명·청에 여성과 환관을 공물로 바쳤다. 당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비 혹은 노비와 다름없는 천민이었으니, 조선은 사실상 국가 단위의 노예사회였다.

일제가 없앴지만, 아직도 노비의식은 좀비처럼 죽지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1909년 일제가 시행한 호적법의 효시인 민적법이 세습 노비제를 종식시켰다. 노비였던 사람들도 성과 본관을 갖게 되었고, 제도상으로는 모두 평등한 국민이 되었다. 그러나 제도는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수백 년 동안 각인된 의식과 문화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노비로 살아온 세월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도, 위로만 올라가려는 권력 지향성, 직위가 곧 존재 가치라는 사고를 사회 곳곳에 남겼다. 이러한 성향은 세대를 거쳐 은밀하게 이어졌다.

노비 근성은 복지부동ㆍ무사안일로 둔갑하여 우리 사회 속에 뿌리박혀 있다

오늘날 우리는 직함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듯한 문화 속에 살고 있다. 그 결과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몸속으로 체화되어 있다. 주인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저 노비정신이 충만하여 형식에만 중점을 두어 작은 가게를 운영해도 사장님호칭이 필수인 세상, 명함에 직함이 빠지면 허전하다는 심리이 모든 것이 진정 해야할 일은 하지않고 위로 올라가야 산다는 집착의 그림자다. 정치권은 더욱 노골적이다. 표를 얻기 위해 국가가 망하든,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든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 부정, 음모, 중상모략, 사기, 뇌물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이 곧 죽음이라고 믿는 태도는 북한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아직도 좀비로 죽지않고 살아있는 노비 근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노비 근성의 본질은 자기 보존위계 집착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권력이 아닌 책임과 봉사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직위가 아니라 역할과 성과로 평가받는 문화, 강자에게도 당당하고 약자에게도 따뜻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조선 500년의 굴레가 만든 왜곡된 의식 구조를 인정하고, 이를 바꾸려는 사회적 합의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는 평등해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노비 근성이 살아 숨 쉬게 된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국가로 거듭나려면, 우리는 권력욕이 아닌 공익, 직위가 아닌 책임, 승진이 아닌 전문성을 우선하는 문화를 선택해야 한다. 노비 근성을 벗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강자 앞에서 비굴하고 약자 앞에서 거만한 국민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시민이 될 수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직도 노비인가, 아니면 진정한 주인인가?”.

<필자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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