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JB세종TV】김명수칼럼=8.24일자 경제계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라는 칼날 앞에서 무력화되어 왔다. “파업하면 파산한다”는 냉혹한 현실은 노동3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아니라 위험한 도박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는 한국 노동사에서 분명 큰 진전이다. 그러나 법 개정의 의미가 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다음 네가지 문제점과 제도적 보완책을 냉정히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사용자 책임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점을 형평성에 맞게 조정하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노사분쟁에도 일정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노동권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원청이 통제하기 어려운 하청의 노사관계까지 책임을 떠안게 한다”는 우려도 크다.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법적 위험을 이유로 하청 발주를 위축시키거나, 아예 고용관계를 외주화·비공식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원청 책임의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로 한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불명확한 기준은 불필요한 소송과 갈등만 늘린다.
둘째,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권 행사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손배·가압류 제한은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을 지키는 핵심 장치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불법 파업에도 사실상 제재 수단이 없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생산시설 점거, 폭력 사태, 불법 정치파업과 같은 영역까지 사실상 손배 청구가 차단된다면, 이는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정당한 쟁의행위’와 ‘불법 파업’를 엄격히 구분하는 사법적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노동권 보장은 강화하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기업과 제3자의 권리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노사 자치주의를 약화시키므로 균형있는 교섭관행을 구축하여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며 ‘노동자 편향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이 개정되는 순간부터 노사 자율 교섭보다는 법적 규제에 기대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노사 스스로의 자율적 타협 구조가 굳건히 서지 못하면, 결국 또 다른 법·제도 개입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따라서 법 제정 이후에는 노사정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여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노조도 파업권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생산적 교섭 문화를 정착시키는 책임 있는 주체로 서야 한다.
넷째, 대내외 경제적 파급효과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이에 수반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형 사업장에서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에 직결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계에서도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허탈함을 표하며 국내 및 외국투자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우려했던 것이다. 일단 노동권 보장이 곧바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제도의 시행과 함께 산업 현장에서의 분쟁 조정 능력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노사 분쟁에 대한 신속한 중재·조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파업 장기화 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원청 책임의 범위, 정당한 파업의 기준, 노사 자율성 보장, 경제적 파급효과 등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 한국 사회가 노동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묻는 역사적 실험이다. 그러나 노동권 보장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법의 불완전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원청 책임의 범위, 정당한 파업의 기준, 노사 자율성 보장, 경제적 파급효과 등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노란 봉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시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노동권 보장과 경제적 안정, 사회적 신뢰를 함께 세워 나가는 길이다.
<김명수 주필 소개>
김명수는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8년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재직 당시 은행 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은행을 CIB(민영은행)와 KOFC(정책금융공사)로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의 미성숙으로 좌절된 바 있다.
현재 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