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리본의 폭력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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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리본의 폭력 지겹다
  • 윤기한
  • 승인 2014.08.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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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날씨가 구질구질하다. 비가 올 듯 말 듯 한다. 늦더위가 가시는 가 했더니 날씨 변덕이 심하다. 그래서 몸이 나른해진다. 나라꼴도 꺼들꺼들한다. 정치가 쪼그락 댄다. 세월호 특별법인가 뭔가를 협상해 놓고 잘 돌아가나 싶더니 또다시 찌그덩거린다. 그러니 국민의 울화통이 부글부글 끓는다. 너나없이 종편TV화면이나 신문지면에서 넌더리가 날 정도로 세월호라는 말과 글자를 듣고 보아왔다. 그러느라 눈이 피로한 탓에 안약을 넣느라 고생을 적잖이 하고 있다.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이지만 숨을 쉬고 살아 있으니 싫어도 미워도 듣고 보게 되는 게 인생살이니 어쩌겠는가.

오늘 아침신문에 대문짝만한 사진이 실려 있다. 단식하는 남자와 그 앞에 무릎 꿇은 여자의 모습이 눈을 끈다. 신나는 커플 매치 이미지는 아닌 듯하다. 세월호유가족이란 사람과 국회 새민련 원내대표가 대좌하고 있는 그림이다. 여기에 부쳐진 제목이 ‘“세월호”에 멈춰선 한국 정치’이다. 여야 간의 합의안이 유족 총회에서 거부당한 상황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두 번에 걸친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협상이 야당의 강경파로 ‘세월호당’이라는 급조별칭을 얻은 사람들과 유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허둥대는 행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걸개그림이다.
 
여자가 두 손 모아 남자의 손을 부여잡고 하소연하는 듯한 이 광경을 신문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유족 농성장을 찾아가 38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김 씨의 손을 잡은 채 대화를 나눴다. 박 위원장은 ‘저희들이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 유민 아빠가 건강을 회복해야 우리도 힘이 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만나주면 말씀을 들어보고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뭘 잘 못했기에 용서를 애걸하느라 힘을 드리는 지 궁금하다. 넉 달이 넘는 세월을 세월호문제를 가지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도 용서를 비느라 여념이 없다면 이거야말로 해외토픽감은 물론 세계역사에 길이 남을 진품명품 선박사고가 아닌가. 하기야 선장이라는 작자가 승객을 버리고 저 혼자 줄행랑을 치고 기관종사자들은 헐레벌떡 제 모가지만 들고 내달았으니 그 얼마나 못된 머저리들의 삼십육계였나. 그것도 모자라 해경이 ‘날개틀’의 일종이라는 헬리콥터로 날라 왔어도 구조작업은커녕 승객존재여부마저 알지 못할 정도로 둔대발이들의 헛발질은 대서특필감이 아니었던가.
 
그러고도 넉살 좋게 떠벌리는 게 ‘정부무능’이니 ‘진상규명 특별법’이니 하며 야당의 드라큐라형 정치쇼로 국민을 우롱한다. 그래저래 한 달이 넘도록 끌어온 여야 간 협상과 회의가 세월호 자체처럼 수몰되고 말았다. 초등학교 학급회의가 마련하는 고사리들의 의결만도 못 한 원내대표의 앙꼬(?) 없는 찐빵 협상력은 정말 민망하기 그지없다. 아니 불쌍하고 딱하다. 얼핏 지껄이는 ‘세월호당’이 물귀신 노릇을 하고 있기에 여성 원내대표가 주눅이 들었단 말인가.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선언한 "그대 이름 여자니라"가 제대로 맞는 말인가 보다. 그렇다면 ‘황색리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950년대에 즐겨 보았던 미국의 서부영화 가운데 이른바 '기병대 3부작'이라고 일컫는 '위대한 서부 기병대' 영화가 있었다. 기병대가 인디안과의 대치에서 얼마나 용맹하고 의리 있게 행동하는지를 강조한 휴먼드라마이다. 영화제목의 ‘황색 리본’은 기병대원을 사랑하는 여자가 머리에 노란리본을 하나 달아서 표현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경쾌한 멜로디의 영화 주제곡(She Wore A Yellow Ribbon)처럼 비록 목숨 걸고 대치하는 기병대이지만 비정하거나 잔혹하지 않듯이 빈정대거나 뒤툴지 말고 온전하고 온건한 해결을 이루라고 온 국민이 소망하고 기대한다.
 
이런 국민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유가족 측의 일방통행 요구는 국가와 사회를 마냥 뒤흔드는 꼴이 되고 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전쟁’으로 적시하고 흔해 빠진 좌경파(Left wing)의 구호처럼 ‘투쟁’을 강조하는 게 아무래도 서툴고 마땅찮은 짓거리로 보인다. 게다가 야당 원내대표가 지나치면 부러진다고 타일러도 막무가내로 ‘부러져도’를 부르짖는 작태는 아무리 선의로 수용하고 싶어도 역겹기 짝이 없다. 세월호 유족이라는 게 진정 무슨 벼슬이냐고 따진 글도 나왔다. KBS의 사과와 박근혜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밤을 지새운 세월호 유족들을 향한 비난의 글이 페이스 북에 올라온 적이 있다.
 
홍익대 김 모 교수는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 가서 시위하나. 유가족이 벼슬 딴 것처럼 난리 친다”며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 것”이라고 페이스 북에 썼다. 그는 세월호 유족에게 국민 혈세를 한 푼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원금을 주려면 안전사고로 죽은 전 국민 유가족에게 지원해야 맞는다면서 “독립 유공자의 배우자인 제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국가는 장례비 지원금 한 푼도 안줬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구조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말단 잠수사나 민간 잠수사들에게 유족들이 따듯한 말 해 주는 모습 못 들어봤다며 희생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못된 이들에게 놀아난 일부 유가족들도 과연 상식이 있는 자들이냐고 되물었다. 경청할만한 말이 아닌가.
 
세월호 침몰 직후 서울시청 앞 광장은 황색리본으로 뒤덮였고 외국관광객들이 그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며 매우 흥미로워하는 현장을 목격했을 때 입안이 씁쓸했다. 전국이 노란 빛깔로 물들다 싶이 극성을 부리는 군중심리가 한국적 특성으로 믿어지지만 가엽게 수장된 어린 생명들에 대한 아픈 가슴을 도려내는 황색리본이다. 떼밀어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난 건 아니라 해도 슬픈 마음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는 과거에도 많았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역지하철화재 등도 안전 불감증의 비극이다. 그 희생자의 유족들은 입이 없어 말을 못 하나 힘이 없어 단식을 못 하나. 세월호 만큼 억울하지 않아서 가만히 있는 것인가.
 
유민이 아빠라는 사람은 대통령을 만나야 단식을 그만 두겠다고 한다니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의 사과를 받겠다는 뜻인가. 대통령이 세월호의 소유자가 아니다. 진짜 소유자는 유병언이다. 유병언이에 대한 말은 왜 한 마디도 하지 않는가. 그 선박의 도입과정이나 개조관련법규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면 그 시작부터 훑어 내려와야 하는 게 아닌가. 왜 하필이면 박근혜 대통령만이 사과하고 사정해야 하는가. 내가 낸 세금을 포함한 국민혈세로 보상하는 것마저도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덤벼든다고 불평한다. 국가유공자인 팔순 노친네 친구가 자신을 불러주는 영웅칭호도 싫다면서 세월호 가지고 팔자 고치려는 놈이 있는 세상이냐고 고함치는 바람에 귀가 멍멍했다.
 
인터넷 댓글에 “지금이야 말로 군 통수권자가 개보다 더 못한 놈들이 뭉쳐있는 구케를 해산하고 좌빨들 한 놈도 남김없이 이북 장성택이처럼 해버리고 배고픔은 참을 것이니 국민모두가 하루라도 마음 편안한 그런 나라로 갑시다”라는 구절이 나와 있기도 하다. 이 글은 “세월호 피해자는 특별히 하늘 같이 비싼 사람들인가? 이들을 누가 희생시켰는가? 유가족이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니!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대통령까지도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이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막가파식 싸움을 걸기 위한 투쟁전략에 해당하는 것이며 바로 빨갱이 전략에 해당한다. 다른 안전사고 희생자 값은 껌 값이고 세월호 안전사고 희생자 값은 다이아몬드 값이냐”고 절규하고 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사고에 대해 추념일을 지정하고 추모공원과 추념비를 건립하고 거기에다 사망자 전원을 의사상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누구의 발상인가. 정말 기가 찬다.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인도주의런가.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월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게다가 피해학생 전원과 사망자 형제자매에 대해서 대학 정원 외의 특례입학을 허용해야 한다고 한다. 수업료도 경감해주고 유가족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신치료와 생활안정에 필요한 자금을 평생 지원한다니 참으로 놀랍도다.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희생당했는가. 도대체 이들이 서해 페리호나 씨프린스에서 희생당한 학생들과 명분상 무슨 차별이 있기에 이런 초헌법적인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 경주리조트에서 안전사고로 희생당한 대학생들에게는 어떤 보상과 지원이 있었는가. 그 가족들이 떼를 지어 시위를 하고 엉뚱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싸우자고 했는가. 천안함 참사와 연평도 희생자는 또 어떠했는가. 엄밀히 따지자면 현재 여야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과 유가족에게 끌려 다니는 꼴은 어쩌면 위대한 ‘더티 게임’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럽고 치사한 짓들 서둘러 중단하고 올곧은 원칙을 세워 신속히 처리하고 종결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고 야단들이다. 세월호의 ‘세’자만 들어도 몸에서 쥐가 난다는 사람도 있다. 세월호 유가족 소리만 들어도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는 하소연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바란다.
 
특별법을 주물러대며 너스레를 떠는 새민련이나 그 추종자들마저 지겹다는 국민의 함성에 귀를 기울일지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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