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업고 다녀야지 개 새끼를 업고 다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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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업고 다녀야지 개 새끼를 업고 다녀서야…
  • 안승서
  • 승인 2014.09.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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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서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얼마 전, 서울에 가는 길.

기차를 기다리느라 대전역 대합실에 앉아 있었다.

잘 생긴 외국 남자의 뒤를 따라오는 역시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여자 등 뒤에 아기를 업을 때 사용하는 커다란 바구니가 업혀 있었다.

등에 지고 있는 바구니가 무거운지 윗몸 자세가 앞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 때가 아침 일찍 이었고 기차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튀김 소보로 빵을 사와 먹으며 옆을 보게 되었다.

그 외국인 신사가 의자에 앉아서 한 손으로 바구니를 잡고 있었다.

‘아 뿔 사!’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여자가 등에 업고 있던 바구니 안에는 당연히 아기가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애완견 강아지도 아닌 성견 세퍼드였다.

세퍼드는 작은 공간이 싫은지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쳐 의자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여자가 커피 점에서 커피를 사들고 돌아와 자리에 앉자 바구니 속에서 발버둥 치던 세퍼드가 조용해졌고 여자는 개를 쳐다보면서 밝게 웃었다.

집을 비울 때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혼자 둘 수 없어서 데리고 다니는 것은 많이 보았다.

요즈음은 애완견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애완견의 엄마나 아빠가 되고 누나와 오빠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것도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족보가 어떻게 되려고 애완견의 엄마와 아빠가 될 수 있고 오빠 동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애완견을 기르다보면 아기 하나를 기르는 것처럼 시간과 돈, 정성이 들어간다.

때때로 예방주사 맞춰야 하고 맛있는 음식이나 옷도 사 먹이고 입혀야 되고 목욕도 씻겨야 되고 배설물도 한 곳에 보게 하기 위해서 패드도 사다가 깔아줘야 하고 기타 일거리들이 작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변하여 요즈음에는 애완견들의 용품이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보다 더 비싸고 호텔과 장례문화까지 생기는 마당이 되었다.

이제는 개는 집에서 집을 지키는 가축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 가족이다.

세종시 우리 시골집에 가보면 커다란 돌절구가 있다.

30년 전만해도 절구에 곡식도 빻고, 떡 가루도 빻고, 고춧가루도 빻는 집안의 방앗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는 일 없이 집안 한 귀퉁이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그런데도 늙으신 어머니는 버리지를 못하시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어머니가 아주 젊으셨을 새색시 적에 천안에서 살다가 6·25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시댁 가족들이 살고 있는 시골로 내려오셨고 6·25 전쟁이 끝나면서 살던 곳이 불바다로 변해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집에 절구가 없어 동네 친구 분 댁에서 사용하였는데 싫어하는 눈치가 보여서 그것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강아지 새끼 한 마리를 얻어다가 키워 새끼를 낳고 또 새끼를 낳게 해서 그 새끼들을 팔아 장만한 것이 돌절구였다.

옛날에는 강아지를 판돈은 꼭 살림을 장만해야 부자가 된다고 해서 아무리 궁해도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찬장도 사고 그릇도 사고 하셨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다 버렸지만 돌절구만은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보관하시고 계신다.

그렇게 어머니는 범띠 딸을 낳으시기 전까지는 개를 기르고기르고 길러서 살림을 장만하고 사셨다.

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형제는 많고 먹을 것은 없고….

오죽하면 ‘잘 살려면 입을 줄여야 한다.’ 고 했다. 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식구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국가정책으로 채택된 것이 산아제한이요, ‘아들 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라는 표어가 곳곳에 게시 되었었다.

그게 불과 4~50년 밖에 안 되었는데 지금은 아들 딸 많이 낳으면 지방자치와 중앙정부에서 특별 혜택을 내 놓으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초단계이다.

그래서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사회생활을 공부하다보면 자연적으로 배워지는 게 많다.

형제간의 가족애를 배우고, 형제간의 경쟁심을 배우고, 형제간의 배려 심을 배우고, 형제간의 단결심을 배우고…….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지장을 받지 않는다.

기초사회인 가정생활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히기 때문이다.

요즈음 학교생활(왕따)이나 군대 병영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데 우리 사회의 기초인 가정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폐단이다.

가정생활이 튼튼해진다면 국가의 장래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아기를 낳아서 집안의 기둥, 나라의 기둥으로 삼아야지 개새끼를 업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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