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옛날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옆집소식만이 아니고 동네에서 일어난 일은 대단한 뉴스거리였다. 당시에는 라디오가 고작이고 전화도 동사무실에 공중용 하나가 있을 정도였으며 국제전화는커녕 비행기 여행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 얘기가 요즈음 손주들 세대에게는 달나라에서 온 사람의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장수하는 시대가 된 만큼 해줄 이야기가 많아 어린이나 젊은 세대는 살아 있는 인간역사를 듣게 될 것이니 어지간히 좋아할 게다.
그런데 폐쇄됐던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이 일본식민지 치하에서 해방되고 전쟁까지 치른 후 60 여년이 지나는 동안 선진국의 과학발전은 어마 어마한 발명과 기술을 이룩해 왔다. 극동지방의 작은 나라 한반도에도 이 엄청난 과학문명이 이전되어 세계화에 참여하게 되니 ‘한강의 기적’을 외칠 만큼 눈부신 발전을 성취했다. 온 세상의 소식을 안방에서 듣고 화상으로 보게 됐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모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한 건데 잔인한 중동국가의 미국기자들에 대한 원시적 처형 소식을 화상으로 보고 알게 되니 오히려 괴롭고 슬프다.
미국 여성기자가 쓴 탈북자의 실록이야기 『북한 탈출기 Escape from North Korea』라는 책을 어느 미국인 친구가 아마존(Amazon)을 통해 보내줘 최근에 탐독했다.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 인간적 변화와 사상적 혁명의 홍수로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지 모르겠다는 희망적 여운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 선교사들의 헌신적 봉사와 사조직 등을 통해 북한 연변국경을 넘어 중국에 잠적했다가 지하비밀통로와 기차를 타고 제3국으로 도피하게끔 도움을 받아 한국이나 미국으로 자유와 행복을 찾아 도피하는 과정의 실화를 담은 기록이다. 그 도피과정에서 특히 여성이 성매매와 학대를 당하며 약자로서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알게 되어 가슴이 무너졌다.
다른 한편으로 중동에서도 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이 인간이하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현상이 생생하게 보도되어 통곡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슬람교파의 갈등이 심화해 가는 이라크에서는 시민전쟁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억울하게 외국기자들이 인질되어 수난을 겪는다. 이미 알고 있듯 미국기자들에 대한 중세기적 처형이 화상에 올라 21세기에 살고 있는 전 세계인이 그 참극에 놀랬고 소스라치며 슬픔에 잠겼다. 인간이 범 인류를 위한 윤리와 정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이 인간이하의 수준으로 난무하니 말이다.
무엇이 발전하고 변화되어 인간의 삶이 더 좋아졌느냐!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본성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얼마나 종교적 설득과 도덕적 윤리교육을 해왔는가! 종교도 정치도 통치욕에 사로잡힌 독재자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알라신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자들마저 종파가 다르다고 갈등 속에서 권력투쟁에 몰두한다. 테러 행동이 이슬람교도 자신들에게는 정당화되고 타 종교인들에게 무자비한 살상을 감행해도 그들이 받드는 ‘신’ 은 자기들을 보호 하고 정의로운 선행을 했다고 찬양한다는 말인가?
인재에다 자연재난이 빈번하니 위기의식이 가실 때가 없다. 비행기사고에 기차사고가 쉴 새 없이 터져나고 거기에다 지진과 쓰나미 등 갖가지 재난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8월에는 샌프란시스코만에서 그리고 와인산지로 유명한 그 근처의 작은 도시 내퍼(Napa)에서 6.1도의 지진이 일어났다. 책을 부쳐준 친구가 사는 곳에서 얼마 안 떨어진 지역이라 궁금해서 문안 이메일을 띄우고 무사하다는 회신을 받고서야 안심했다. 폭우와 홍수 때문에 인명과 재산을 잃은 주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즉시즉각 전달되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선량하지만 무기력한 인간들의 수난이 끊임없는 게 서글프구나.
일찍이 홉스는 『리바이어슨 Leviathan』에서 말했다. “인간은 권력을 위해 투쟁하기로 돼있다. 권력, 즉 힘의 소유자가 제일인 것이다”. 그런데 현세대는 힘이 금력으로 변신했다. 온 세계가 IT산업의 과속한 혁명적 발전과정에서 눈 코 뜰 사이도 없이 빈부차가 극도로 벌어져 사회의 버팀기둥인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뉴욕 한인사회는 많은 중국이민의 견제력에 밀려 퀸스(Queens)지역, 특히 플러싱(Flushing)의 중심(Main street)상가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말았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빈곤의 압박에 시달리자 50대의 성인남성 자살뿐만 아니라 가족동반 자살까지도 일어나는 추세이다.
한인출신의 뉴욕 주 상원의원 후보자도 이번 예비선거에서 패배했다. 자그마치 16년 넘겨 의원직을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 노인 여성 현역의원을 꺾지 못한 것이다. 물론 미국 땅에도 텃세라는 게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바로 그 텃세에 고배를 마셨다. 우리는 이제 더욱더 시간과 정력을 이 지역에 쏟아야만 한다. 뉴욕교포사회는 다시 한번 냉철하게 우리의 행동과 노력을 반성하고 재도약해 지역주민들 삶의 질 향상과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 기여를 하는 일에 진력해야 되겠다. 그래서 오는 11월 4일의 중간선거에서는 한인 1.5세 출신이 주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하도록 투표참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바란다.
뉴욕주지사는 소득분배의 양극화를 지극히 우려하면서 소수민족과 저소득층의 고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정견발표를 했다. 9.11 테러참사의 13주년 추도회에서 온 미국국민은 묵념을 했고 ‘테러방지와 응징의 결의’를 다짐했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그 엉뚱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습논의를 서둘러 매듭짓고 앞날을 위한 희망찬 개혁과 합심단결로 정진하기를 바란다. 사회지도자들과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겨울을 지내고 새싹을 트이게 하는 봄을 맞이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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