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INSIDE] '대출 거절자' 노린 보이스피싱…해킹 DB로 설계된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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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INSIDE] '대출 거절자' 노린 보이스피싱…해킹 DB로 설계된 심리전
  • 손지원 기자
  • 승인 2026.02.2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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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상담 정보까지 해킹·거래…‘거절된 사람’만 노린 정밀 표적 사기
앱으로 통화 가로채고 테더 환전…총책 중심 국제 범죄망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SJB세종TV=손지원 기자】중국과 필리핀을 거점으로 5년 넘게 운영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대전중부경찰서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위해와 필리핀 마닐라에 콜센터를 두고 활동한 조직원 76명을 검거하고, 총책 등 11명을 구속했다. 확인된 피해액은 47억 원. 총책은 44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단순한 무작위 전화를 통한 보이스피싱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이 상당히 치밀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제공한 금융 상담 내용이 해킹돼 되팔리고, 대출 거절자들을 겨냥해 다시 사기의 재료로 쓰이는 구조였다. 대전중부경찰서 형사1팀은 이 사건의 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1년 동안 추적조사를 벌였다. 수사에 직접 참여한 담당 최재석 형사1팀장을 만나 이들의 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예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 “어느 은행에서 거절됐는지까지 안다”…상담 정보의 유출

형사에 따르면 조직은 단순히 전화번호 목록을 산 것이 아니었다.

은행이나 금융사에 대출 상담을 하며 남긴 인적사항, 소득 자료, 기존 대출 규모, 그리고 ‘심사 거절’ 여부까지 포함된 데이터가 표적이 됐다.

예를 들어, 누군가 5천만 원 대출을 신청했다가 “신용등급 부족”으로 거절됐다고 가정하자. 그 기록은 내부 전산망이나 연계 시스템을 통해 남는다. 조직은 이를 해킹하거나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확보했다.

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피해자가 어느 은행에 얼마를 신청했고 왜 안 됐는지까지 알고 접근합니다. 당사자는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신뢰하게 되죠.”

조직은 이런 정보를 수만 건 단위로 확보해 “거절자 명단”을 만들었다. 이미 돈이 급하고, 제도권 금융에서 막힌 사람들. 심리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점이었다.

■ 두 명이 한 사람을 속인다…상담 기록을 이용한 심리 설계

수법은 치밀했다.

① ‘저금리 대환대출 담당자’를 사칭해 먼저 접근한다.
“선생님, 기존 7% 금리를 3%대로 낮춰드릴 수 있습니다.”

② 잠시 뒤 ‘기존 대출 은행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전화를 건다.
“그 상품은 규정 위반입니다. 지금 당장 상환하지 않으면 이자가 올라갑니다.”

피해자는 혼란에 빠진다. 실제로 상담했던 은행 이름, 대출 금액, 금리까지 정확히 언급되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이전 상담 기록에서 나온 정보다.

“저희가 확인해보니 대환 승인이 가능합니다. 다만 기존 대출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결국 요구는 현금 상환이다. 3천만 원, 5천만 원. 피해자는 이자 인상 공포에 몰려 돈을 마련한다.

    

■ URL 한 번이면 휴대전화는 ‘점령’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승인 확인용’이라며 전달된 URL을 누른다. 그 순간 악성 앱이 설치된다.

앱은 통화·문자·연락처·통화 녹음까지 장악한다. 피해자가 의심해 은행 대표번호를 검색해 전화를 걸어도, 통화는 조직원에게 연결된다. 112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경찰 멘트를 녹음·연습해 둔 인물이 응대한다.

형사는 “피해자가 확인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절차가 이미 통제 안에 있다”고 말했다.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대전중부경찰서 제공

■ 현금 → 수거책 → 코인 환전

현금은 텔레그램을 통해 모집된 ‘수거책’이 받아 또 다른 전달책에게 넘긴다. 이후 자금은 테더(USDT)로 환전된다.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가격 변동성이 적어 범죄 자금 세탁에 활용된다.

환전이 완료되면 중국 체류 총책에게 자금이 집결된다. 이 총책은 한국·중국 이중국적자로, 악성 프로그램 제작팀과 서버 관리, DB 판매까지 총괄했다. 서버 주소는 2~3일마다 변경됐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월 500만 원, 지분도 20~3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정보가 새는 순간, 누구나 표적”

형사는 예방의 핵심을 ‘정보 관리’로 봤다.

“보이스피싱은 이제 무작위 전화가 아닙니다. 상담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정밀 타격이 시작됩니다.”

그는 “수거책을 잡는 것보다 해외 총책을 검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국제 공조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자금책 1명과 중국 체류 총책에 대한 추적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대출 상담 한 번, 호기심에 누른 URL 한 번,  그 작은 선택이 휴대전화를 통째로 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나는 안 당한다가 아니라, 아직 차례가 안 왔다'고 생각해야할 정도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것이 의심되면 이미 원격제어 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고를 위해 전화를 거는 것보다 바로 경찰서에 직접 찾아와서 신고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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