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이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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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이라도 해야
  • 윤기한
  • 승인 2014.09.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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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아예 견딜 수가 없단다. “장사가 통 안 된다”.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이다. “일감이 영 안 들어온다”. 중소기업의 생산공장에서 퍼져 나오는 푸념이다. 옷가게도 화장품가게도 울상이다. 식당도 빵집도 맥이 빠져 있다. 노래방도 룸싸롱도 울고 있다. 한 마디로 ‘경기 없음’이라 죽을 판이란다. 지금처럼 돈이 돌지 않고 인심이 사나운 적이 없었다고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느냐는 한탄이 빗발친다.

세월호가 침몰하고서 그렇게 되었단다. 세월호 가지고 싸움박질하는 정치권이 그래서 원수란다. “그 놈의 세월혼가 뭔가 땜에 만사가 죽을 쑤는 거야”. 노점을 펼치고 있는 민초노파가 외쳐대는 음성이 지친 허스키이다. 그게 바로 기진맥진한 상인들의 탄식이다. 기진역진한 중소기업인들의 한숨이다. 업타운도 다운타운도 짙어가는 불경기 상황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허기평심(虛氣平心)을 찾을 길이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망가진 나라꼴은 세월호 침몰의 핑계에서 생긴 것이다. 특별법을 만들자며 벌이는 삿바싸움 탓이다. 견원지간의 여야 싸움터에 몰염치한 유가족이 끼어들어 더욱 가관이 되어 버렸다. 거들먹대는 입방아 국회의원 김현이라는 여성과 술판을 벌인 유족 대표 작자들이 대리기사 폭행으로 야단법석을 떨어 세상인심이 예리한 칼날로 돌변했다. 앞으로는 누가 길바닥에서 맞아죽는 일이 벌어져도 눈감고 그냥 지나버리겠다고 이를 악무는 현상이 생겨버렸다.

그럴 때 경찰에 신고하는 짓은 아예 집어 치우겠단다.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 만천하가 알게 되었기에 그렇단다. 영등포경찰서의 행태가 그걸 증명했다는 게다. SNS에 유행하는 “똥송합니다”를 이 경우에 원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잘 생긴 백인 남녀에 비해 못난 동양인의 자조적 인식을 담았기 때문이란다. ‘잘난 국회의원’에 힘깨나 쓰게 된 유족대표가 덤벼들어서 죽도록 얻어터진 대리기사 팔자가 서러워 그런단다.

그러니 이런 사회불안과 정국혼란이 죄 없는 국민, 순박한 서민을 질식시키고 있다, 세금을 꼬박꼬박 어김없이 바치고 있는 민중, 무전유죄의 쇠사슬에 묶여 꼼짝 못 하는 서민을 골탕 먹이고 있다. 반년 가까운 세월을 세월호라는 괴물을 가지고 아무 죄도 없는 대중에게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고 있는 이 광란의 추동력은 세월호에 올라타고 까불어대는 인물들의 관음증이다. 설훈이라는 국회의원이 처녀대통령의 ‘일곱시간 연애’ 운운한 것은 치사한 리비도의 발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어제의 어느 중앙지 사설처럼 안산에서나 진도에서나 ‘세월호 민심’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나친 추모분위기로 경제공황이 몰아쳐서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현수막철거와 실내체육관 반환을 요구할 만큼 지쳐버린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남의 탓이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실종자 가족들과 백일위령제도 지내고 사고수습을 위한 봉사에 자진합류해서 노력했으나 끝없는 특별법제정 투쟁, “내가 누군지 알아”의 독선과 특권의식이 횡행하다보니 진저리가 나버린 것이다.

게다가 국회의 공전이 국민의 증오를 촉발시키고 말았다. 양대 정당의 원내대표가 특별법협상을 진행하면서 찌그렁거리며 민생법안은 하나도 처리하지 않고 의원들은 무위도식하고 있으니 국민의 분노가 상승곡선을 탈 수밖에 없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명제가 엉뚱하게도 청와대로 집중되는 양상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거리이다. 그 원래의 원초적 원인규명은 제쳐두고 정쟁일변도의 목적수행 방식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은 현명하다. 국회의원도 국민이기에 그들도 현명하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그들은 멍청한 척 한다. 엄청난 돈만 받아먹느라 그러는 지 몰라도 국가와 국민은 그들의 안중에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생활경제 법안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은가. 나쁜 짓한 의원 체포도 동의해 주지 않았다. 반국가적 행위로 유죄 판결된 의원 나리(?)를 제명하지도 않고 있다. 그 점에서는 통진당 해산을 미루고 있는 헌재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혈세로 거액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활동업적이 별무하다면 그 존재이유도 별무여야 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 모두가 차라리 자폭 자멸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국민의 원성이 드높아진 것이다. 국민은 어느 의미에서 약자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주인개념을 부여하지만 그건 허울 좋은 미사여구이다. 피지배자이며 대안의 불이다. 중세 유럽의 성주는 결실기가 오면 자신의 사병을 풀어 백성의 농산물을 걷어 들였다. 힘의 논리는 그게 진리인 것이다. 현대의 지배 프레임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의 지배구조도 그 동류가 아닌가.

갑질에 시달리는 을의 비애는 여전하다. 바로 세월호가 그 따위 것들을 다시금 우리 사회에 전파하고 오염시켰다. 새민련이 잘 한다고 내놓은 이른바 ‘세월호특별법’항목은 국민의 상식을 뒤집어엎은 것이다. 기절초풍할 것들을 추려보자.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라는 게 우선하고 있다. 속을 긁는다. 단순 ‘익사자’를 ‘의사자’로 하잔다. 국가를 위한 ‘희생자’란 말인가. 진짜 국가유공자들의 치솟는 분노광경을 직시할지어다.

험난한 인생진로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의 울분은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단원고 피해학생전원 대입특례전형 수업료 경감, 사망자 형제자매 대입특례전형 수업료 경감 등을 내건 야당의 무지몽매한 발상을 격파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위행사에 참여한 한국적 인정이라고 해서 경쟁사회의 차별대우를 감내하리라고 착각한 야당정치인들의 천박하고 야박한 술수가 참으로 가소롭지 않은가. 표를 얻는 게 아니라 잃고 있는 게다. 뚝뚝 떨어지고 있는 지지도여론조사가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 어불성설은 *유가족을 위한 주기적 정신적 치료와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 TV수신료, 수도, 전기, 전화 등의 공공요금, 상속세, 양도세 등 각종 조세감면에다 형제자매들 교육비지원과 간병서비스 혜택을 베풀라는 것이다. 해병출신 월남참전 고엽제환자 친구가 옆에서 치를 떨며 ‘새끼 죽어 팔자 고치기’하는 거냐고 언성을 높인다. 한 마디로 앞서 열거한 ‘치우(癡愚)’들 모두는 누군가 말했다 싶이 '싸가지가 하나도 없는 것들'이라니 다함께 자폭, 자결, 자멸, 자진의 결행이라도 성취하자고 성명하는 게 ‘얼간이 Imbecile' 등급에서 해방되는 큰길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얼마나 예쁠까.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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