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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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41)
  • 윤기한
  • 승인 2015.04.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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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봄 처녀가 뉴욕에 드디어 찾아왔다. 길가와 공원의 꽃밭에 있는 개나리는 이제야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터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늦둥이를 기다리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처럼 바위사이나 들판 공원에 진달래와 어울려 핀 개나리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없지만 개나리는 사방에 있으며 이곳에서는 미색 릴리나 화려한 색의 튜립과 히야신스 등이 함께 피고 있다. 새싹이 힘차게 터져 나오는 그 에너지에 매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겨울은 심술궂게 떠날 줄을 모르며 떼쓰며 머물고 폭설과 비바람 허리케인이 번갈아가며 계절이 뒷걸음질 하듯 혹한을 줘 우리는 추위에 시달렸고 봄이 오기나 할까 의심도 해봤다. “자연의 대변화에 지구의 종말이 가까운가”하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친지들이 작고하고 동기동창생이 3명이나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는 슬펐고 미래를 예측 못 하는 불안감도 생겼다. 참흙에서 부활하는 식물을 보면서 “인간에게도 부활이 있을 수 있는가?”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필자는 6개월 만에 운동장에 나갔다. 화창한 오후에 남녀노소, 특히 어린이들이 놀이터에 많이 나와 즐기는 것을 보니 저절로 힘이 솟아나왔다. 저깅(jogging)트랙을 6바퀴 돌았다. 그것이 1 마일에 해당한다고 하니 엄청난 일을 해낸 기분이었다. 뻣뻣하고 무거웠던 다리가 좀 유연해지고 걷기에 가벼워졌다. 인간에도 어떤 차원의 부활이 있을 수도 있다. “거듭 난다”는 말이 있듯이. 늙어가는 현상을 바관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살자. 21세기에는 인간이 장수해 60대가 중년이 된다고 하는 UN의 통계가 있다.

 4월 말에 들어서면서 따뜻한 날이 계속되어 봄이 달음박질을 하는 듯하다. 매일 같이 여러 꽃들이 피는걸 보며 거무죽죽한 큰 나무에서 새싹이 터져 나오는 걸 본다. 외출하는 시람이 더 많아져 길에서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걸어 다닌다. 미처 “미안합니다(excuse me)”라는 말도 안하고. 뉴욕의 프러싱(Flushing)지역에서 특히 중국 이민자들이나 늙은이들에게서 많은 무례함을 본다. 공중도덕과 예법이 준수되지 않는구나. 흑인 여성이 일부러 큰 소리로 "익스큐즈 미"하며 지나가는 것을 본다. 아시아인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며 가르치고 있는 듯해서 창피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시민교육이 필요하며 미국의 청교도 정신에 대한 재교육이 온 뉴욕주민들에게 필요한 단계가 되었구나 하고 느꼈다.

 요새 갑자기 사회기강의 나사가 풀린 듯 공공기관건물 직원들의 검색과 검열이 느슨해지고 있다. 좀 출입이 자유스러워져 좋기도 하지만 질서가 흐트러지는 기분이다. 정부기관은 레임덕현상이 일고 있고 정가에는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에 더 눈에 불을 켜기 시작해 공화당 후보 잠룡들이 불꽃 튀기는 경쟁분위기를 조성한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독주하는 힐러리 후보 자격에 칼집내기로 바쁘다. 민생걱정을 한다고는 하는데 가진 자들과 권력층들은 무엇이 그들의 진실한 관심사인지 우선순위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은퇴한 후 나이 들어가면서 인생의 중요한 가치순위가 변한다. 권력과 경제력 또 명예가 제일인 듯 했던 것이 무엇보다도 '건강과 사랑'이, 순수한 친구 가족애가 최우선이다. 옛것을 보존하고 역사의식과 전통적 가치관을 갖고 싶어진다. 한국에서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옛것을 보존하는 정신이 약하다. 몽땅 부수고 새 건물 짓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1950년대 한국동란 때 파괴돼 허허벌판으로 둔갑한 곳이 많았지만 재개발의 일환으로 강북지역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필자는 1970년대에 옛날에 살던 돈암동 기와집들을 찾고 싶었다. 옛 동네를 가봤더니 엉뚱하게 아리랑고개도 없어졌고 옛집 흔적은 하나도 없이 흰 타일 벽을 싼, 순전한 양옥도 아니고 한국형, 아니 일본식 같은 집이 들어서 있었다. 물론 정릉의 홍등가를 싹쓸이한 것은 환영했지만 말이다. 마냥 섭섭했다. 옛것을 잃은 서운함이 컸다.

뉴욕 퀸스(Queens)구의 프러싱 동네는 당초에 ‘화란친선모임(Dutch Friends' Society)이 주가 된 귀족적 보은(Bowne)가족이 1600년대에 설립한 마을이다. 그 가족이 살던 집 ’보은 하우스(Bowne House)의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수리해 시민을 위에 개방하며 그때 살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가을이 되면 이곳 주민들이 관람하게 된다. 어떻게 자급자족하면서 옛 선구자들이 착실하게 열심히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내부에는 못 들어가니 사진을 담 넘어에서 찍어봤다. 우리도 옛것을 보존하고 존중하는 정신을 더 길렀으면 좋겠다. 5월에 가정의 달이 오니 좋은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 승 희(시인, 뉴욕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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