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양심과 도덕적인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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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양심과 도덕적인 양심.
  • 김용복: 극작가
  • 승인 2015.11.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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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극작가  

레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이다.
빅토르 위고는 당시 프랑스의 현실 상황을 법률과 풍습때문에 인위적으로 문명의 한복판에 지옥을 만들었다고 했고, 가난 때문에 남성들이 타락했다고 했으며, 굶주림 때문에 여성들이 몸을 판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암흑세상이 어린이들을 위축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미제라블을 세상에 내 놓았던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선량한 도둑인 장발장, 그를 체포하려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자베르 경감, 그리고 그를 감싸주고 있는 미리엘 신부가 등장한다.
 
빅토르 위고는 19세기 프랑스의 어두운 면을 법률이 인간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수단이 되고 있고, 또 빈곤에 의해 남성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기아에 시달린 여성들이 몸을 팔고, 이렇게 암울한 현실로 인해 어린이들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위축되어 올바로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설의 독후감이나, 영화 감상문이 아니다. 이렇게 어지러운 사회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빅토르 위고가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소설 속에 등장시키고 있는 장발장이나 자베르 경감, 미리엘 신부의 공통적인 성격은 범죄인이든, 법집행자이든, 신부이든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점이다. 위고는 가난 때문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진리를 제시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베르 경감이 겪게 되는 고뇌의 원인은 법 집행의 원칙에 대한 고뇌이고, 그것은 당시의 현실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진 상황이기에 본능적인 고뇌의 심도는 더욱 높았던 것이다.
 
법의 집행자로서 자베르 경감은 법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지만, 정의롭지 못한 사회 현실 속에서 법이 하는 역할은 고통 받는 인간을 더욱 억압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서 그의 고뇌는 더욱 복잡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19c이야기요, 남의 나라 이야기다. 21c의 우리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물론 선량한 도둑도 있을 것이고, 눈물로 피고를 어루만져주는 법관들도 있을 것이며, 불쌍한 서민들을 보듬어주는 종교지도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시민들의 눈에 띄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는 일도 거의 없다. 왜냐고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그들은 그들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계급장이 올라가고,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구린내 나는 돈을 찾아 빨대를 꽂았다가 걸려든 군 장성들이 얼마였고, 떼법을 부르짖는 장소마다 얼굴을 내미는 국회의원들이 얼마였으며, 목회에 성공했다고해서 대물림을 하려고 하거나, 헌금을 횡령한 종교지도자들이 얼마였고,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하여 정의를 부르짖으며 길거리로 나서는 양의 탈을 쓴 성직자들이 또한 얼마였는가?
 
구린내 나는 돈줄을 찾기 전에, 떼법을 부르짖는 곳에 얼굴을 내밀기 전에, 함량 미달인 2세에게 교회를 대물림 하려고 하기 전에, 정의를 구현한답시고 길거리로 나서기 전에, 그들은 반면경(反面鏡)으로 자신부터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유모차까지 동원해 길거리 투쟁을 벌였던 자칭 정의롭던 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자베르 경감은 장발장을 체포하기 직전 법집행을 받아야 할 당사자는 바로 선량한 죄인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자신일 것이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41일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으로 임명되는 52명의 신임 법관들에게 "법관은 법적 전문지식을 특정 사건에 적용해 결론을 내리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며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사회를 이끌어 나갈 법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사회를 이끌어 나갈 법관과 종교지도자가 되고, 높은 계급장을 달려는 욕심이 있다면 법적인 양심은 물론 도덕적인 양심이 가슴 속 깊이 내재돼 있어야 할 것이다.
 
법의 잣대는 도덕이 더 이상 추락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것이고, 도덕적인 양심은 병든 사회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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