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안(心眼)으로 보아야 볼 수 있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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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心眼)으로 보아야 볼 수 있는 여인
  •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1.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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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둘째며느리도 아니라 했고, 더구나 맏며느리도 아니라 했다. 그러면서도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한다는 여인. 얼굴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여인. 난 그네가 추석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제사상에 올리려고 정성껏 만든 음식을 보았다. 양이 많았다.

그리고 제사 음식이라 정갈했다. 그 많은 제사 음식의 이름을 알기에는 내 지식이 모자랐다. 물어볼 수가 없었다.

    
겨우 물어본 질문이 종갓집 맏며느리냐는 말 뿐이었다. 아니라고 했다. 종갓집 맏며느리도 아니고, 둘째 며느리도 아니라 했다. 시아버님이 셋째 아들이기에 종갓집하고는 아주 먼 며느리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혼자서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다니.
 
종갓집 맏며느리는 몸이 허약했고 다른 며느리들은 추석날 아침에야 온다 했다.
나는 태민 여사가 올린 제사 음식과 글을 보면서 요즘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명절후의 이혼 기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28일 대법원의 최근 6년 동안 전국 1심 가사소송 협의이혼사건 접수 현황에 따르면 설과 추석 등 명절이 지난 다음 달에 접수 건수가 증가한다고 하였다. 올해 설 연휴가 있던 지난 2월에는 8,500여 건이나 되던 것이, 한 달 후인 3월에는 11,400여 건이 접수돼 약 30% 가까이 증가했다했고, 지난해 설 연휴 이후인 2월 접수는 11,877건으로 전달보다 13.7%가 증가했다고 했다..
 
금년 추석 명절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에 11,350건이 접수, 전달 11,291건보다 소폭인 59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하지만 2012년 추석 명절 다음 달인 10월에 12159건이 접수돼 전달인 99,660건보다 25.8%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법 전문가들은 명절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명절 이후 이혼 신청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명절 후 한 달 정도 참고 고민하다가 끝내 이혼 서류를 접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맏며느리도 아니고 둘째며느리도 아닌 태민여사는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지적인 모습으로 보아 명절에 오는 스트레스로 이혼할 여인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그렇게 차분하게 보였고 불평을 말할 정도로 가벼이 보이지 않았다. 그를 며느리로 맞아들인 시아버지가 복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남편이 심안(心眼)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안(心眼)으로 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여인. 그 여인을 맞아들인 가정이 축복 받는 가정이라는 부러움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대전 뿌리공원에 늘어선 성()씨를 기리는 130여개의 비석으로 된 문중의 맏며느리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전시 중구 침산동 일원 33천여평의 부지에 세계 최초로 성씨를 상징하는 조각품 및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효를 주제로 1997111일 개장한 테마공원,
 
효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여 경로효친 사상을 함양시키고 한겨레의 자손임을 일깨우기 위해 세운 비석들은 저마다의 가풍과 조상들의 족적(足跡)들을 자랑스레 내세우고 있는데 그 가풍을 지키기 위해 맏며느리들은 얼마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던가?
 
수백 년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종가의 맏며느리들.
이제 20여일 후면 설 명절이 돌아온다. 이 명절이 지나고 나면 얼마나 많은 며느리들이 이혼을 하게 될까?
그러나 한국의 며느리들이여 이것만은 알자.
 
추석명절과 설명절이라는 전통 명절은 우리 모두 지켜나갈 소중한 문화재요,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자산이라는 것을. 우리 할머니들이 지켜왔고 어머니들이 대물림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도 내가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태민여사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음식을 준비한다고 하였다. 그 가치관이야말로 그를 심안(心眼)으로 보아야 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나는 한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심안으로 보아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저녁 그가 명절 중후근에 시달리지 말기를 빌며 서재로 향했다.
참 흐뭇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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