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도 ‘적폐’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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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도 ‘적폐’가 되나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 승인 2017.08.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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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옳고 그름을 가름하는 게 재판이다. 사람 사는 데에는 옳고 그른 게 수두룩하다. 시비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난다. 잘 했다 못 했다고 따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불화가 일어나고 갈등이 커지면 너나가 어우러져 다투게 된다. 이럴 때 으레 필요한 게 조정자이고 그에 의해서 마땅한 가름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재판의 진수요 진리이며 진성이다. 미개시대의 추장이나 독재국가의 통치권자가 휘두른 전횡은 차한에 부재하고 말이다.

재판의 결과에 대해서 당사자는 적응태세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올곧은 판결이나 판정에 순응하는 지혜가 필수불가결이다. 아니면 분별에 대한 불신이 판별권위를 멸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인 간의 부조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회일반의 모든 질서가 부정되는 혼란과 혼돈이 범람하게 되기 쉽다. 그러기에 재판은 공평무사를 기본 생명으로 삼는 게 아닌가.

그런데 재판에 연관된 재난이 생겼다. 불행히도 한 명숙 전 총리의 출옥과 더불어 그에 대한 재판이 ‘적폐’라고 하는 말이 나왔다. 그것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적폐’라는 용어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오랜 동안 쌓이고 쌓여 뿌리내린 폐단이 적폐이다. 해롭고 옳지 않은 게 누적되면 그게 적폐인 것이다. 그걸 알고서나 발설한 건가.

200 여명이나 되는 지지자들의 환영 속에 형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한 전 총리 재판이 적폐라고 지적한 양반은 이 말의 뜻이나 알고 지껄였는지 알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의 수뢰혐의로 의정부교도소에서 수형생활 2년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아무 탈 없이 출소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참에 뜬금없이 내뱉은 ‘적폐론’은 엄청난 ‘찬물 세례’라고 불러주고 싶다. 그렇다. 무식의 소치가 아니면 생떼 부리기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기왕에 한 전 총리는 한 만호라는 한신건영의 전 대표가 건네준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관 13명 전원 일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의원직 상실은 물론 수감된 한 전 총리는 지극히 마땅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한 만호씨가 총리 공관에 가서 의자에 놓고 나온 돈뭉치가 그냥 한낱 종이 조각이 아니었을 바에야 대법관들이 저능아의 범주에 속하든가 아니면 치매치료를 받을 사람들일 것이 분명하잖은가. 그렇지 않은 게 분명하잖은가.

아무데나 대고 ‘적폐’를 들먹거리는 바보짓은 삼가는 게 정치도의이기도 하고 인륜에 어깃장 놓는 것도 아닐진대 부디 자중자숙하는 슬기를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적폐’운운이 사법권 침해라는 야당의 반발을 자초한 민주당의 체면은 구겨지고 말았다.‘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 세력’으로 잡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작태야말로 ‘척결해야할 적폐’라는 야당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게 아닌가 걱정된다.

    

민주당 대표직을 맡은 지 1년을 기념한 추 미애 대표도 박 근혜정부 시절 사법부마저 때로는 정권에 순응한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그녀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가소도, 재판도 잘못됐다. 사법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녀도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출신 정치인이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금으로 쓴 수표 1억 원짜리가 업자에게서 나온 증거가

뚜렷한 데 추 대표가 그에 대한 판관이라면 어찌했겠는가. ‘적폐’를 우겨대는 행동은 대한민국의 똑바른 대법관들을 능멸하는 것이오 사법부를 개망신 시키는 짓이 아닌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각된 삼성그룹 이 재용 부회장의 재판결과에 대해서도 ‘적폐’가 해당되지 않는가 알고 싶다. 특검이 구형한 12년의 절반도 안 되는 징역 5년이 재벌 봐주기 적폐가 아니냐고 덤벼들고 싶지 않은가 물어 볼거나. 결정적인 ‘뇌물증거’가 없다는 데도 실형이 선고되었다. 현 정권 탄생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촛불시위와 여론몰이가 심하다는 질책을 불러온 게 바로 ‘적폐’와 닮은꼴이 아닌지. 협박의 일종일 테니 말이다.

좌우지간에 케케묵은 재판이 아니라서 ‘적폐’는 아니라고 할 것 같은 짐작이 정녕 잠작으로 끝나면 좋겠다. 그러니 일언이 폐지하고 사법부를 삿대질하는 행위일랑 제발 강물에 던져버리고 사법독립성을 훼손하는 위협일랑 몽땅 살 처분할지어다. 헌법 103조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로지 법률 그 자체와 현명하고 정직한 판사의 양심에 따른 판결만이 유효해야 한다. 올곧은 세상살이가 부러운 시대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재판은 적폐가 될 수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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