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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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판 대한민국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9.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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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내일 모래부터 긴 연휴가 시작된다. 이른바 ‘더도 말고 덜도 마라’는 한가위 추석명절의 연휴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2017년 10월의 달력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화제의 초점은 월요일인 10월 2일 하루를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느냐에 집중되었다. 국가지정 임시공휴일이 되면 9월 30일(토요일)부터 10월 9일(월요일 한글날)까지 장장 열흘에 걸친 연휴를 보낼 수 있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래서였는지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흔히 주장하듯 촛불혁명인가 뭔가로 정권을 잡은 탓에 임시공휴일 지정을 대통령이 직접 서둘러댔다. 국민 다수의 희망을 수용해야 한다는 아량을 베풀고 싶었던 모양이다. 국가 대사도 아니고 놀자는 날을 결정하는데 총리나 장관급으로도 충분한 사항을 그렇게 어마어마한 위치에서 바쁘게 마련했다. 그러고 보니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10일간의 연휴가 실현되었다.

이 엄청난 장기휴일의 결정 이유는 여가시간을 늘려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키고 어설프게 돌아가는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내놓은 핑계야 그럴 듯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데 어느 누가 마다할 것인가. 소비를 늘리겠다는 데 무슨 딴 소리를 할 것인가. 엎드려 고마워해야 할 게다. 더구나 팔자 좋게 놀고먹자는 판인데 싫다할 까닭이 있겠나. 공짜 좋아하는 습성이 불꽃 튀게 솟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끝날 건가 걱정된다.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진작이라는 거창하고도 매력적인 구실은 얼핏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건 어쩌면 관광이나 레저 와 같은 소비성 일변도의 서비스 부문에 한정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이 요즈음 시행되고 있는 주 5일제 근무로 제조업관련 기업의 경쟁력은 옛날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런 마당에 이번의 장기연휴의 시행은 생산업체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지 않나 우려된다.

    

일정한 직장에서 빈틈없이 꼬박꼬박 급여를 받아먹는 사람은 일 안 하고 10일간의 연휴를 마음 편히 즐길 참이라 기분이 하늘을 찌를지 모르지만 일을 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진 판국에 급여를 지불하는 업체의 책임자는 마음이 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정이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가 친지는 이 멋지고 신난다는 추석연휴가 되레 가슴을 조이게 한다고 토로한다. 연휴의 충격은 그에게 적잖은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그 결정에 대한 불만이 쉽게 가시지도 않는 듯하다.

아무리 정부가 내세운 경제적 향상목표가 좋다 하더라도 기업운용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생산업체의 가동중단에서 오는 비효율적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을 상회하는 결손을 초래하는 모양이다. 그런가하면 소비증대의 기대는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이다. 우선 인천공항의 사정이 말해주는 항공권발매지수가 엄청난 외국행 일변도라고 한다. 열흘 동안이나 지겹게 집안(국내)에서 아웅다웅하느니 외국에 나가 신바람 나게 놀아나고 싶어 하는 게 다수 국민의 열망현상에 놀란다.

이런 추세가 국내의 상가에 소비를 진작할 거라는 발상이 얼마나 어설프고 서툴고 뚱딴지같은 것이었나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런 발상을 당당하게 발설한 사람이 뉘시던가. 참으로 딱할시고. 국민의 놀고 싶은 심뽀를 그리도 못 알아 차렸는가. 놀자 판 천국을 동경해 마지않는 대한민국 국민성을 그다지도 이해하지 못했더냐. 놀자 판 유토피아 신민들의 생리와 의식을 이제라도 똑바로 직시할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놀자 판 대한민국이란다./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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