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의 ‘적폐’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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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의 ‘적폐’ 망신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7.10.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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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지금 한참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사항 전반에 관하여 국회가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 별로 정기국회 다음 날부터 20일간에 걸쳐 매년 실행해 오는 행사이다. 국정감사권은 1987년의 개헌으로 부활되어 1988년 정기국회부터 다시 시행되어 오고 있다. 매우 엄중하고 권위 있는 감사권 발동이라서 국감현장은 서슬이 시퍼렇다.

그런데 지난 10월 16일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어이없는 코미디 수준의 내용이 언론에 잡혔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현충사가 도마에 올랐다. 거기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난데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현충사 본래의 숙종친필 현판은 안 보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가 있느냐고 민주당 국회의원이 문화재청 김종진 청장에게 물으면서 ‘저런 게 바로 적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이 말에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사설). 그랬더니 이게 사단이 되어 안민석 의원이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 드린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니 참으로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 관리를 위해 임명한 청장이 아니라 적폐청산을 위해 감투를 씌운 거란 말이다. 투구를 입혀 장수로 내보내니 칼을 휘두르지 않고 있다고 삐딱한 불평을 늘어놓은 게 아닌가.

오래 동안 쌓이고 쌓여서 뿌리 내린 악폐가 적폐라면 현충사 현판의 적폐성 운운은 과연 지당한 말씀이신가 묻고 싶다. 반세기 전에 현충사의 성역화 작업으로 지금의 현충사가 만들어졌다. 그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 현판으로 올려졌다. 숙종 당대의 현충사는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숙종의 현판은 거기에 걸려 있다. 현충사 관리사무소 직원도 일제 강점기인 1932년에 국민모금으로 복원한 구 현충사의 숙종현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단다. 지극히 온당한 말씀이다. 국회의원 보다 더 훌륭한 식견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는가.

문화재청 적폐망신은 오로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안을 무조건 ‘지우기’일변도로 하는 모양이다. 이 현충사 현판만이 아니고 ‘박정희 지우기’ 작업은 적폐가 아니라도 강제 집행하느라 여념이 없는가 싶다.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우표 발행을 추진했던 우정사업본부는 느닷없이 그 일을 취소하는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연출하고 국민 앞에 머쓱해졌다. 그 업무의 기안자 신세가 지금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무식하고 무지한 힘이 큰 막대로 후려갈기지나 않았는지 조금은 답답하다. 혼쭐을 냈을 테니 말이다.

    

반만년 역사에서 굶주림으로 지새웠던 보릿고개의 고난도 식란(食亂)을 싹쓸이 하고 세계 최빈국의 비극과 굴욕을 모면 시켜준 민족적 대역사 ‘새마을 운동’을 말살하려는 작태가 기승을 부리니 이제 새로운 미래의 역사에서 다른 색깔의 적폐청산이 활화산으로 기세를 올리는 역사의 반전이 벌써부터 움을 티운다. 아무리 목이 간지러워도 고위직 임명의 주목적이 적폐청산이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것은 국감장의 권능과 위세를 개차반으로 만든 작태이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이 수렁 속으로 추락 침몰하는 광경은 일개 국회의원의 체통붕괴나 멘붕이 아니라 국격과 국가와 국민 모두를 일엽편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드는

대오(大誤)를 저지른 것이다. 대통령의 안면에 시잇(shit)을, 국회의원 동료들의 앞가슴에는 커다란 D(Dirty)자를 달아주고 말았다.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가 하고 참회라도 해야 할 건가.

하찮은 말 같지만 정권 차원의 밀어가 새어 나와 기막힌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닌가. 엄숙하고 신성한 국감장의 적폐망신일꼬./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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