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떠는 종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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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떠는 종편방송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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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참으로 경망스럽다. 이틀 동안 종편방송 TV화면은 온통 현송월 일행의 동선을 따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단치도 않은 북한의 교향악단 단장이라는 여인의 출동을 방송하느라 분주하기 이를 데 없는 정도이다. 유수종편 방송은 거의 하루 종일 어제 오늘 그 여인을 둘러싼 현장을 취재보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듯하다. 검정색 롱코트에다 은여우 목도리 여인의 행각을 좇느라 애숭이 기자들이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오랜 만에 북의 인물이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게 무척 반가워서 그러는 모양이다. 그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라서 그토록 야단스레 언론이 보도 경쟁하듯 소란을 피우며 어수선을 떠는지 어이가 없다. 우리의 서울시향 교향악단장이었던 정명훈만큼 세계에 알려진 수준도 아닌데 언론이 지나치게 설쳐댄다. 아무리 김정은의 측근 인물로 알겨져 있어도 지나치게 확대보도하는 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외국의 국가원수가 국빈 방문할 때에도 이렇게 요란스레 덤벙대며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만이 아니라 경찰의 경호행위도 어제오늘처럼 녹색재복의 경찰이 이른바 엄중경계를 펼친 것을 본 적이 없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경상도 하동마을을 찾았을 때는 너무도 한가하고 허술한 경비태세로 일관했다. 이북의 일개 음악인이 왔다고 해서 그게 무슨 엄청난 역사적 사건인 양 떠들어 대는가. TV화면이 보기 지겨워진다.

그러고 보면 방송매체 자체가 ‘좌향좌’ 경향이 있다고 정치시사 논객들이 말하듯 필시 좌편향의 고위 권력층의 눈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국민이 상당수에 이른다. 어느 인기 까페의 젊은 고객은 북한 점검단 일행의 뉴스가 나오자 우렁찬 목소리로 주인을 향해 방송을 꺼달라고 재촉하는 걸 봤다. 그 젊은이는 한창 신나는 민주화 2030세대의 한 사람일 것임에 틀림없다. 그건 분명 혐오의 항의가 아닌가.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방송국의 종사자들도 한심하지만 더더욱 불쌍한 건 경찰경호팀의 긴장일변도 줄서기 행태이다. 누가 한 여인의 신변을 노리고 덤벼들까. 제 몸 사리지 않을 현실 인간은 없다. 위험은 물론 있는 법이다. 미친 짓도 생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국의 경찰병력이 저렇게 숱하게 동원 돼야 하는가. 김정은이 얼마나 호강하고 있는가. 우리의 경호태세나 공연장 점검이나 무신경방송 행태나 모두가 김정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하는 짓거리가 바로 김정은의 노리개 감이 되고 있다는 증좌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진단하면서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건 김정은이다.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수석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뒷자리에 있다”고 지적한 말을 실감케 된다. 김정은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가.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적인 스포츠행사이다. 이걸 유치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던가. 한데 이제 올림픽은 뒷전으로 밀려나가다 싶이 되었다. 웬 놈의 예술단 행사부터 떠들어 대는가. 이 무슨 해괴한 굿판인가. 마른 명태 꼬리도 못 생긴 돼지 머리도 갖다 놓지 않고 춤과 노래부터 사직하잔다. 메달을 탈 팀이 아니라고 폄하 발언한 정부 고위직도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서 시합에 나가면 메달을 딸 것이란 말인가. 문화체육부라는 곳을 책임 진 사람은 한가로운 시는 썼지만 스포츠 경력은 어떤지 모르겠다. 식자우환이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가.

좌우간 남북이 만난다는 사실만이라도 감격적이면 좋겠다. 지금은 배달민족이란 말을 들을 기회가 없다. 그건 이제 사어(死語)가 되었다.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도 들어보기 힘들다. 그 말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민족 끼리’가 흘러간 노래가사나 진배없다. 통일을 아무리 입으로 주서 섬겨도 그건 요원한 미래의 숙제일 뿐이다. 교향악단이 와서 아무리 열연을 한들 시큰둥 할 게 뻔하다. 김정은의 미소 속에 숨어 있는 ‘암 덩어리 핵’만은 제발 잊지 말지어다.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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