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천안함 폭침 원흉이 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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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천안함 폭침 원흉이 온다니
  •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2.24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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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이 다가온다. 세계적인 겨울 축제인 동계올림픽이라서 온 지구가 들썩였다. 그 인기도 무척 높다. 1988년에 하계올림픽을 유치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만방에 과시한지 30년 만에 다시 얻은 영광의 올림픽이다. 88 올림픽 직후에 전국 대학의 학생처장들이 유럽의 대학순방 시찰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올림픽의 위력을 실감했다. 코리아가 그렇게 유명해진 사실에 경악 경탄할 정도였다.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참에 경험한 사건이다. 48명의 학생처장들이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시찰단 단장은 영문과 교수인 나를 앞세워 출국심사를 받게 했다. 마침 우리 일행 앞에 아프리카 가나의 어느 추장 가족이 대기 중이었다. 대기하는 시름을 잊고자 추장부인과 대화를 나눴다. 마침내 심사가 시작되었다. 추장가족이 여권을 내밀자 세관 직원은 그건 제쳐 놓고 나를 가리키며 ‘꼬레(Corea)?냐’고 묻는다. ‘올림픽 꼬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꾸하자 추장 가족을 옆으로 비키라고 세워 놓고는 그가 ‘꼬레 오케이, 꼬레 오케이’를 연발하면서 우리 일행의 여권을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장시켰다. 혹시나 해서 일행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던 내게 추장부인은 ‘코리아(Korea) 넘버 원’이라며 한숨 섞인 어조로 부러워했다.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올림픽의 파워를 실감하는 순간 추장가족의 슬픔은 아랑곳없이 내게는 행복감이 불쑥 솟아올랐다. 지금도 달콤한 기억이다.

그런 올림픽을 두 번째나 개최하는 우리나라야말로 엄청나고도 대견한 성취감을 향유하는 행운아이다. 대회장의 화려하고도 진귀한 군무와 퍼레이드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감탄사의 연발 소식이 들끓었다. 장엄하고도 멋스럽고 철학이 담긴 개막식 현장의 율동감과 추동력이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일품요리 같았다. TV 시청자들마저 그 훌륭한 개막식 연출에 쾌재를 부르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남북화해를 전재하며 북한의 선수들과 응원단 그리고 연주단과 대표단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김영남과 김여정이 나란히 좌석에 앉아 지켜보는 광경이 뉴스로 방영되었다. 그들이 대한민국에 오는 것을 ‘방남’이라는 신조어로 선전해서 매쓰 미디어의 어설픈 작태를 비꼬는 일반 시민이 많았다. 북한이 각 팀별로 유니폼 일색으로 나타나 군사 퍼레이드를 연상시키는 착시에 방송화면이 일그러져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을 경호하느라 마치 재봉틀로 꿰멘 듯 빽빽이 늘어선 황색복장 경찰의 ‘열 차렷’ 모습이 징그럽기도 했다.

그나저나 그런 개막식의 천연색 장식이야 그런대로 괜찮은 채색작업으로 치부해 버리지만 이제 폐막식에 나타날 악귀의 초싹대는 행태를 보라고 하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방자한 방향제시는 너무 잔인하다. 46명의 대한민국 군인을 무참히 도살한 천안함 폭침의 주범 원흉 김영철이 평창에 발을 내밀겠다니 기가 막힌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을 통보하면서 “천안함 사건이 있었을 때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당시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누가 주역이었다는 부분은 없었던 걸로 안다”면서 무리하고도 우매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했다.

    

게다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지껄여댔다. 김영남, 김여정과 대좌했을 때도 두 손 모아 공손하게 대화를 진행하던 모습이 퍽이나 처량해 보였던 사람이다. 그러니 김영철이 온다는 데 어찌 감히 내숭을 떨지 않을 수 있으랴 싶다. 천안함 유족들만이 아니라 문빠를 제껴 놓고 분노를 금지 못 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점심을 먹는 식당의 좌중 모두가 큰 소리로 김영철의 방남(?)은 원수의 침입을 에며시 밀어붙이는 짓이라고 야단했다. 그거야말로 에로스의 사랑을 베푸는 게 아니다. 아가페의 사랑은 더더욱 아니다. 뭐 그런 게 있느냐고 왈칵 화를 내는 초고령 신사의 넥타이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니 통일부 장관은 자리를 내놓는 게 마땅하지 않나 싶다. 통일부 자체도 있으나 마나한 기구가 아닌가.

애초의 기대와 예상에 밑도는 우리 선수들의 악전고투가 고마우면서도 아쉽고 미안한데 여기에 재를 뿌리는 작자가 누군가. 천안함 희생자의 가족들이 굳이 김영철을 저주하는 굿판을 열지 않기를 바란다. 자칫 원혼의 눈물에 가려 막가는 행동이 충동적일 수 있어 걱정이다. 정부는 남북화해라는 어쭙잖은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착오를 범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잘못하면 ‘트로이 목마(Trojan Horse)’의 술수에 놀아나 패가망신이 아니라 패국망민(敗國亡民)의 비극 속에 함몰되지 않을까 두렵다. 희생 장병들의 넋이라도 낙루하는 참극은 막아야 한다. 그들은 인천 앞 바다에서 죽은 낚시꾼이 결코 아닐진대 그들에게 묵념이라도 제대로 하는 뜻에서나마 김영철의 대한민국 유린을 절대 막아야 하지 않겠나.

더구나 오늘 오후에 미국 트럼프대통령의 영애에다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 여사가 우리나라에 왔다.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모들을 비롯한 수행원들과 함께 전용기가 아니고 대한항공으로 방한했다. 이북 사람들이 하는 ‘방남’이 아니라 ‘방한’을 했다. 삐걱대는 한미동맹관계라지만 당당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출국장을 나서는 이방카 여사는 아주 의젓하고 의연해 보였다. 도착 일성으로 한미 간의 유대를 확고히 하고자 왔다고 낭랑한 음성으로 정확하게 말했다. 이런 게제에 원수(怨讐)인 북한 인물의 평창입성은 지극히 못 마땅하다. 적군의 발굽이 아름다운 평창, 이효석의 메밀밭을 유린하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개막식 보다 멋지고 흥겨운 폐막식을 잡쳐버릴 위험인물 김영철의 등장은 절대 안 된다. 6.25의 참상과 함께 이가 갈린다. 누구를 위해 찬란한 폐막식을 망치려는가.

 

                        윤 기 한(시인, 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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