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선거에서 듣는 발가락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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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장선거에서 듣는 발가락 타령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8.06.0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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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제목이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이 있다. 퍽이나 귀엽고도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말을 듣는 이 작품은 1900년대 초 가난에 찌든 복녀라는 여인의 비극을 그린 소설 『감자』의 작가 김동인의 작품이다. 학창시절에 거의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인기작품이다.

매우 불안정한 회사원 M이라는 노총각이 학생 때부터 방탕한 생활을 거듭한 끝에 성병으로 인한 생식 불능자가 된다. 그가 남몰래 결혼을 하고 2년이 지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의사인 작품 속의 화자 나는 놀란다. 드디어 그의 아내가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반년쯤 지나 기관지가 좋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M은 자기 아들이 제 증조부를 닮았으며 신체의 수많은 부위 중 눈, 코, 입, 귀 그리고 얼굴형 등 모든 걸 살펴봐도 닮은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유난히 가운뎃발가락이 가장 긴 자신의 발가락과 닮았다고 말한다.

그 말속에 담긴 M의 마음과 노력에 동정을 느껴 의사로서 나는 발가락뿐만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다고 말해 준다.

그러면서 나는 M의 의혹과 희망 섞인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M이 자신의 생식능력을 검사하겠다고 두 번이나 나의 병원에 왔었으나 그냥 돌아가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M이 자기 아내의 부정에 대한 의혹이 사실화되고 더욱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에서 검사를 일부러 기피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이게 작품의 줄거리이다.

왜 하필이면 발가락이 닮았다고 우겨댔을까. 기필코 제 자식이라고 강변해서 자신의 성불구를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그랬던 것인가. 다른 어느 신체부위 보다 남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 부위라서 발가락을 들먹인 듯한 인상을 준다. 김동인 작가의 휴머니즘은 이 경우에 화자 의사인 나의 처신을 매우 현명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젊은 학생들의 독서욕을 충족시킨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공감과 더불어 인간애의 실천을 독려했던 것이다. 명작 단편소설의 실체를 공부한 문학도들도 많았던 게 그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발가락이 춤을 추며 등장했다.

대전시장 선거전에서 발가락 타령이 울려 퍼졌다. 선거운동 시작 이전부터 매스컴에서 이 발가락 문제가 대단한 이슈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발가락을 훼손해서 병역을 기피했잖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다른 야당들과 함께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 측이 의도적인 병역기피라고 발가락 절단을 물고 늘어졌다.

    

거리의 현수막에도 발가락이 클로즈업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는 성불구자의 자위를 인증하는 이야기인데 ‘허태정 후보의 발가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쟁상대인 자유한국당의 박성효 후보 측에서 내놓는 신랄한 진실규명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허태정 후보 본인의 확실하고 진실한 디테일 설명이 없다.

신문방송 어디에서도 그의 솔직한 해명을 들어 보지 못 했다. 규명이든 해명이든 아니면 변명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게 후보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도덕적으로나 선거성격에서나 사실과 진실을 당당하고 의연하게 제시해야 마땅하다.

발가락타령을 보고 듣는 유권자의 알 권리 뿐만 아니라 그거에 대한 공방전을 애써 기피할 수 없는 시민에 대한 예의로서도 허태정 후보는 과감하고도 용기백배해서 정도를 걷기 바란다.

박성효 후보도 바람에 휘날리는 발가락타령일랑 그만 집어 치우는 아량을 베풀지어다.

창피하고 지겨운 발가락문제는 개인 허태정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선거판에서 불거진 핫 이슈이기에 선거의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 발이 저리지 않으면 양말도 벗고 구두도 벗어라. 그래야 떳떳하지 않은가. 자꾸만 도사리지 말고 만천하에 내막을 폭로하는 게 지혜로운 처사가 된다.

광명 천지에 감춘다고 삭으러들지 않는다. 크게 심호흡하고 나서 푸른 하늘 높이 청백한 답변을 사자후로 외칠지어다. 상대당 후보도 발가락을 들먹인 현수막을 내리고 자중하며 정책대결로 승부를 가름하는 자세를 갖도록 권유한다.

자유대한민국의 중심도시 대전시장의 선출에 시민 모두가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진실하고 용기 있고 능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를 갖도록 하자.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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