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발상지 충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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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 발상지 충남대학교
  • 윤기한 기자
  • 승인 2018.08.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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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전국대학생대표자회의(전대협)의 강공 멤버들이 대거 입성해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대협 3기 의장출신이다. 그의 자석반(磁石盤)을 둘러싼 위성군단은 전대협 지도부 출신들이다. 그래서 이른바 ‘전대협 BH’가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 거기에 민간운동권단체의 간부들도 참여해 있다. 여러 가지 풍문은 청와대가 이 청룡부대의 정치성채로 정립되어 가고 있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대협은 6·29 민주화 선언의 산물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88년 평화적 정부이양, 언론기본법 폐지 등 언론자유 보장, 지방자치제 및 교육자율화 실시, 정당 활동 보장, 사회 정화 조치 실시, 유언비어 추방, 지역감정 해소 등을 통한 신뢰성 있는 공동체 형성이라는 8개항의 내용을 쟁취한 성공으로 전대협의 위력은 막강했다. 1987년 6월 10일부터 시작된 민주화 데모가 극심해지자 노태우 민정당 대표 겸 차기 대통령후보가 중대발표로 데모군중의 요구조건을 무조건 수용한 결과물이다.

당시의 여당인 민정당은 6·29선언을 당의 공식입장으로 추인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도 7월 1일에 노태우 대표의 구상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6·29선언은 곧 정부와 여당의 공식입장이 되었다. 그 결과 4·13 호헌조치는 자동 철회되었고 그 뒤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다. 새 헌법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 의해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제13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고 보면 6·29선언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집권세력이 민주화를 선언하고 실천한 의미가 매우 크다.

온건한 노태우의 이미지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폭탄선언은 얼핏 꽤나 충격적이고도 희망적인 사건이었다. 이 6·29선언은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로서 이를 기초로 해서 한국 사회가 전통적인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해 나가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바로 ‘보통사람’ 노태우 대통령의 제6공화국 정부의 수립을 가능케 한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이 엄청난 역사적 변환은 전대협의 전신인 서대협의 민주화 저항운동에서 유인동기를 볼 수 있다.

이 정치적 소용돌이가 한국사회의 불안감을 극도로 악화시킬 무렵 나는 KBS방송국의 젊은이 프로그램 ‘새 세대의 주장’을 진행하는 MC였다. 그해 5월 9일 방송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오니 학생들이 집단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생들과의 대화 채널이 잘 마련되어 있었던 탓에 학생운동현황을 직접 규지할 수 있었다. 6월 12일에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점거하고 농성했다. 이 집회가 촉발한 게 대전역 시위행진이다. 유성 캠퍼스로부터 대전역까지 충남대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인 도보행진시위를 감행했다. 서울의 대학생들이 시국추세에 맞추어 집단시위를 하지 않은 충남대학교를 ‘벌레충(虫)대학’이라는 오명을 씌우던 무렵이다.

충남대 총장과 대전서부경찰서장이 직접 시위현장에 참여해서 학생들의 안위를 염려한 가운데 나는 시위대열 속에 학생들과 보조를 맞추며 4킬로가 넘는 유성-대전 간의 국도를 따라 걸었다. 학생지도의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니지만 격렬한 시위를 우려해서 학생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의미에서 동행했다. 총학생회장을 설득해서 시위는 조용하고 원만하고 평화롭게 종료되었다. 한 달쯤 뒤(7. 23.) 학생처장직을 맡자마자 서대협이 주관하는 ‘백만학도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조국대순례’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4만학도의 집단행동을 선포했다.

    

청와대가 경악했다. 참가학생들이 사상초유의 숫자에 이르고 더욱이 전국의 대학생 집단이 세 갈로 출발해서 충남대학교로 집결한다는 예고에 당황했다. 정부는 전국의 대학에 무서운 소리를 질러댔다. 학생들의 스쿨버스이용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고 엄포를 내렸다. 이를 어길 경우 대학을 폐쇄하겠다는 강박공문을 보냈다. 각 대학의 학생처장들은 죽을 맛이었다. 학생들과의 타협은 기대 무망인 건 물론이거니와 여차하면 버스탈취를 감행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각 지역마다 대학생들의 집회활동에 대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서 대처하라는 청와대의 강요가 속달로 달려왔다. 집결대학이 존재하는 충남도는 부지사(이봉학)를 의장으로 한 지역대책협의회가 구성되어 도청회의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부산을 떨었다. 연달아 사흘 동안(8월 11-14일) 회의가 열려 주관대학교의 학생처장은 뭇매를 맞았다. 왜 하필이면 집결장소를 충남대가 제공해서 이런 고생을 하게 만들었느냐는 공격부터 ‘벌레충대학’이 언제부터 시위 난동자들의 소굴로 변했느냐고 따져들기도 한다. 어이없는 소리를 한가롭게 지껄이는 참석자들이 웃겼다.

심지어 식당 밥을 주지 말라, 교실을 내주지 말라, 운동장을 폐쇄하라 등등 속 모르는 잡담을 늘어놓는다. 내 학교 학생의 식사에 저들이 덤벼들어 돈 내고 사먹겠다는데 어쩔 것인가 하고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실을 안 내 줘도 저들이 창문 열고 침입하는데 무슨 재주로 막겠는가하고 되물었다. 운동장은 그들의 가장 필요한 무대이다. 어찌 막을 수 있는가. 큰돈 들여 정성껏 조성해놓은 파란 잔디밭이 레지스탕스 청춘들의 발굽에 유린될 참이다. 게다가 한가운데에서 횃불까지 질러댈 판이다. 트랙에 세 군데 나누어 하도록 설득하느라 땀을 뺐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는 주제에 권력기관의 참석자는 엉뚱한 짓을 저지른다. 대표자들 불러다 족치자는 것이다. 그 발상이 하도 고약해서 외면해버렸다. 자동판매기를 열대, 간이화장실도 같은 수로 마련했지만 턱도 없이 부족했다. 4만 명의 참가자들이라던 호언장담이라 청와대가 곤죽이 될 정도로 허덕였는데 막상 현실은 그 10분의 1에 불과했다. 서대협의 허풍에 청와대가 놀아났던 것이다. 8월 18일 오후에 부산방면의 제1진이, 목포방면의 제2진이 그리고 서울 쪽의 제3진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여러 대학의 스쿨버스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대학폐쇄는 공염불로 그쳤다.

서대협이 충남대학교에서 전대협으로 발전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이인영이 제1기의장, 연세대 총학생회장 우상호가 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대회 초두에 이인영, 우상호 그리고 충남대 총학생회장 윤석대와 비공개 대좌면담을 했다. ‘조국대순례’의 신성한 의미를 존중하고 학생들이나 국가나 국민이 서로 손해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동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내 말을 정중히 그리고 조용히 경청한 우상호, 이인영 두 사람이 우리 대학 총학생회장에게 “윤 회장은 행복한 회장이구려. 이런 학생처장이 계시니”하고 한껏 치켜세우는 아량을 보였다. 그와 같은 대화에 따라 아무 탈 없이 전대협의 성공적인 조직대회가 마무리되었다. 충남대학교가 전대협의 산실이 되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윤 기 한(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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