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미련한가, 미적지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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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미련한가, 미적지근한가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8.11.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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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잘 나간다고 신이 났던 미・북 관계가 시들해진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처음부터 들뜬 행사였다. 세계가 주목한 정상회담이었다. 허우대 미끈한 백인 전형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곰 모양 덩치의 황색인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첫 악수 장면은 어색하면서도 괜찮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승리라고 자찬해 마지않았다. 그러한 싱가포르 합의가 북한의 비핵화에 별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답답하다.

이 마땅찮은 상황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생겼다. 이건 애당초 예상치 못 한 이상기류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자랑스럽게 외쳐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최근 ‘대화거부’를 앞세운 북한의 태도에 남북 간의 대화도 어리둥절해진 게 아닌가. 제주도 지사는 한라산 쪽에 헬리콥터 이착륙장 마련을 서둘기도 했는데 민망한 꼴이 돼버렸잖은가. 더구나 김정은 만세를 불러대며 백두칭송에 발 벗고 나선 대학생 진보 짬짜미들의 하품 소리가 들릴 참이니 안타깝다.

엊그제만 해도 청와대의 분위기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우선 김정은의 성울 방문 행사가 머뭇거리고 있어 난처한 기색이 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북 간의 2차 정상회담 개최도 예상 스케줄이 지그재그로 헐렁거리고 있다. 미처 장담할 수 없었던 남북 철도연결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예외 인정을 확보하는 혜택을 누리게 된 만큼 금세 미.북간의 대화 재개도 기대했다. 헌데 이게 마냥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니 끙끙거리는 속 앓이가 생길 수밖에 없잖은가.

게다가 미국의 고위급 접촉제안에 대해서도 북한이 선뜻 대꾸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줄기차게 주창하면서 이른바 ‘김정은 비핵화 진정성’을 미국에 장담해 왔다. 바로 이 선제 보장 제의로 남북 철도 연결공동조사를 얻어냈다. 그러건만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모처럼 마련된 조미(:북미), 북남 관계개선 국면에서 함부로 경거망동하다가는 모든 것이 수포가 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 얄궂은 판국에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가 미국의 조야를 발칵 뒤집어 놓다 싶이 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말고도 13 곳이나 더 많은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그러자 미국의 여러 매체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질타해댔다. 지지부진한 협상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마저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딱할 노릇이로다.

심지어 미국의회의 야당인 민주당은 북・미정상회담 불가론까지 들고 나섰다. 북한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 무용론을 강조하고 있다. 상원의 민주당 간사 에드워드 마키의원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회담을 진행하지 말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지 않느냐고 혹평했다. 겉으로는 비핵화를 들먹거리고 속으로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사업을 계속 유지하면서 제재완화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북한의 간교한 이중플레이를 경계하라고 트럼프에게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말로 ‘속 차려라’는 메시지 아닌가.

    

하기야 청와대 대변인이 CSIS 보고서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폐기 약속 없음’을 따지면서 북한을 두둔한 발언이 논란의 파장을 키우는 판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인들 무슨 할 말이 많겠는가. 미국 언론들이 ‘북한의 기만’이라고 우겨대는 건 ‘적절치 못 한 언동’인 것처럼 지껄여대는 김의겸 대변인의 주장이 얼핏 북한의 입장해명인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대륙간탄도 미사일개발이라 해도 거대한 미국 땅을 몽땅 공격하기는 지난지사()일 테지만 약속을 까먹는 짓 자체는 절대 허용될 수 없잖나.

그렇거나 저렇거나 트럼프는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의 과도한 자화자찬, 못 마땅한 상대에 대한 직설적인 공격성’을 감추지 않는 사람답게 수준 높은 지성의 소유자로서 자기 직감()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 수완이야 물론 위대하리라 믿는다. 셈법이 약빠른 사업수완은 현자()의 품격에 해당되리라고 추측한다. 허나 김정은과의 대결에서는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듯한 기세가 엿보인다. 비록 거대 국가에다 광활한 대륙의 지배자로 우뚝 솟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모자란 느낌이 든다. 그런 미련을 떨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에 북한을 선제공격할 의지를 피력하면서 ‘김정은 참수대대편성’을 호언장담했다. 어쩌면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불러올 다이나마이트 심지를 건드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가 어른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손짓에 얼씨구나 하고 덥석 덤벼든 김정은을 처음에는 대수롭잖게 상대했다. 그러다 지금 코구멍을 꿰찬 이 젊은이한테 어설피 미적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뿔사, 개망신이 아니길 바란다. 미국이 미련하거나 미적거리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평화와 행복이 산산 조각이 나지 않기를 그래서 간절히 기구해 마지않는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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