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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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의 딜레마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0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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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탈원전(脫原電) 정책이 말썽이다. 본시 탈원전은 문재인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원자력 발전을 벗어나자는 것이다. 핵분열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거나 폐기를 추진하는 정책을 말한다. 실제로 문대통령 취임 후 공사 중이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가 중단되었다. 어물쩍하니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면서 자그마치 7.000억 원의 손실을 만들었다. 이 엄청난 매몰비용을 M & D에 쏟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다 공사재개는 이루어졌지만 찬반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한참 찬반의견이 속출하는 가운데 정치인들에게 회자되는 탈원전은 말 그대로 ‘탈도 많고 원도 많은 밭뙈기’가 되었다. 며칠 전에 여당의 중진의원이 원자력발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면서 신한울 3・4호기 원전공사 재개 공론화를 제의했다. 여기에 동참하는 여권 인사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건만 정부는 여전히 ‘전대협 스타일’을 고집한다. ‘배신자 송영길’이라는 성토 레토릭을 함부로 내던지고 있다. ‘키다리 송영길’은 뚝심의 사나이답게 전기처럼 직진만 할 지어라.

이미 정리된 사안이기 때문에 논의 시점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말을 반박하면서 송의원은 재생에너지 증가 비율만큼 줄여야 할 것은 원자력이 아니라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라고 주장했다. 거의 날마다 방송에서 듣는 미세먼지관련 기상정보에 신경쇠약 걱정이 태산 같은 국민은 마스크 끼는 일마저 저주스러워 한다. 미세먼지 주범의 하나인 화력발전소 퇴출이 그래서 화급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오호라 초미세먼지의 습격이여.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제목의 책을 낸 정신과 의사가 자기 환자의 칼에 쓰러지듯이 눈에 잘 띄지 앉는 미세먼지의 공격을 한낱 마스크로 완전 방어가 가능한가.

오늘 낮 어느 종편방송 TV화면에 등장한 탈원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의 페널이 벌인 설전은 이 탈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들어냈다.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을 인용하는 바람에 앵커의 중재가 분주했지만 결국 탈원전의 딜레마는 마냥 정글의 야수일 뿐이다. 미세먼지가 인체의 혈관에 들어오면 굴러온 돌에 맞아 죽기 십상인 게 바로 우리 자신이란다. 그러니 겁주는 놈 잡을 생각을 서둘러야 하지 않나. 석탄가루 마신 영국소설가 D. H. 로렌스의 탄광부 아버지는 낙천가였기에 이 딜레마에서 잘 참고 지냈나 보다. 그래도 석탄은 검다.

현대의 산업문명은 전기로 발전한다. 우선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전기가 필수이다. 캄캄한 밤은 잔인한 유채화나 매한가지이다. 불빛이 환해야 인간의 동작이 가능하다. 전기불이 밝혀주는 고마움은 영원한 황홀경을 제공한다. 더욱이 세상 자체가 태양광으로 생존을 가능케 한다. 태양광을 묶어서 전력발전을 시도한다. 구름이 가리면 해는 뒷자리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금수강산의 산허리를 잘라서 태양광 발전을 한다고 법석댄다. 돈벌이 한다고 태양광부정을 저질러 신문을 장식하는 전직 운동권 공직자도 나타났다.

    

붉은 군대가 쳐내려왔을 때 내 또래들은 전깃불 대신 촛불로 일상을 지냈다. 6・25수복 후에는 전기가 배급제 신세였다. 저녁에 두어 시간 반짝 전기불의 혜택을 감지덕지해야 했다. 고교 1학년 때 옛집 옆 군대 병영 울타리에 세워진 전봇대에서 전기를 훔쳐 썼다. 군사용 특선을 염치없이, 아니 겁도 없이 도둑질했다. 얼마나 신나고 희한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뿔사 들키고 말았다. 경찰서에 끌려갔다. 학교의 절친 아버지 덕분에 훈방되는 행운을 누렸다. 전기는 진주보다 더 찬란한 광명이었던 것이다.r

그런 전기를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발전해 주는 원자력을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그냥 박대하고 있으니 놀랍고도 괘씸하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최고급이다. 원자력산업의 톱클래스인 우리나라 기술을 수출하면 장기적인 국부축적이 성취되는 상식을 간과하지 말지어다. 괜스레 갑론을박 늘어놓으며 탈원전의 모자이크 전쟁놀이 삼가기 바란다. 일본의 원전사고는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가 덮친 비극이다. 우리나라는 지진다발지역이 아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원자력연구 실력을 공인하고 격려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종식시킨 원자폭탄의 위력은 인류말살의 예고였다. 참으로 거창한 원자력의 과시였다. 두 개의 원자탄 투하에 히로히또가 ‘천황의 옥음’이라는 명목으로 항복문서를 낭독해야 했다. 그만큼 원자력은 살상능력을 보유한다. 하지만 동시에 선의의 원자력은 무변광대한 과학의 영역을 계속 확장일로로 진입시켜간다. 무궁무진한 산업현장의 원동력으로 군림한다. 섣불리 탈원전의 못난 슬로건을 쳇바퀴 돌리듯 어리석게 잡고 늘어지지 말기를 권고한다. 포용국가를 만들기에 탈미세먼지 정책을 수립하고 정진할 지어라. 탈원전에 아듀를 고할 지어라. 딜레마를 푸는 지혜를 동원할 지어라.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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