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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화룡점정(畵龍點睛)
속 차려라 자유한국당이여
윤기한 기자  |  kh_yo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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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8  23: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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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이다. 국회의석도 두 번째로 많다. 야당으로 추락한 뒤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당을 이끌고 있다. 보수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래서 이제 대표를 선출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2019227일을 전당대회일로 정했다. 대표후보군도 등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세 사람이 앞장선 후보들이다. 여기에 심재철 국회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가세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전당대회 날짜를 바꾸자는 말이 나왔다. 미북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227-28일에 개최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런 말이 나온 게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는 날 때문에 거대야당의 전당대회 일자가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같은 날에 대회를 개최하면 미북정상회담에 한국당의 전당대회가 그늘에 가려진다는 핑계를 댄다. 엄청나게 겁을 먹는 꼴이 아닌가.

 

트럼프-김정은의 회담은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한테 별로 대단한 대접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지난 싱가포르회담이 시시콜콜한 얘기로만 끝났기에 인기가 떨어져 있다. 국민 대다수는 또다시 헛발질이나 할 장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TV방송에서 하고 많이 돌려댄 미북관련 화면에 싫증이 나 있는 판국이다. 트럼프의 장사치 모습에도 경의나 신뢰의 표정을 보내지 않는 형국이다. 김정은의 헤어 스타일 마저 이제 징그러워한다. 아예 미덥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국민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늠하는 슬기라도 있으면 전대 일자변경 따위 소리는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일찍이 잡아 놓은 날짜를 인기몰이 현상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것은 거리의 쫄레둥이나 겁먹는 작태이다. 후보들 가운데 황교안 후보만 연기론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보면 여타 후부들의 어리석은 끙끙이를 알 수 있다. 여론의 추이가 황교안 후보 쪽으로 향한 상황에 당황한 탓에 내놓은 주장인 게 분명하다. 시간을 끌어 여론의 지남철이 자기네에게 돌아서기를 바라는 잔꾀인 것이다. 멍청한 짓거리가 아닌가.

 

이렇게 못 났기에 탄핵정국이란 걸 만들고 말았던 게 아닌가. 촛불혁명이라는 어휘를 동원하고 사법부를 능멸하며 협박하는 여당에 자칫 밀려나는 형세에 빠지는 것도 그런 우매하고 치사한 비겁성 때문이다. 그러니 유승민, 김무성이라는 배신자들이 다시금 얼굴을 내밀고 주착을 부리지 않나. 가당치도 않은 낭인배(浪人輩)들마저 까불어대는 난국인데 전대일자 가지고 싸움질을 해대니 정말 꼴불견이 아닌가. 못 난 짓이 아닌가.

 

왜 그렇게 구질구질한 행태를 벌이고 있는지 안타깝다. 정당의 대표는 정치판국에서 의연하고 대담하고 용맹하고도 고집스러워야 한다. 옛날의 김구, 장택상, 유진산 김영삼 같은 당수들을 돌아봐야 한다. 당당하고 후덕하고 용감하지 않았나. 그들의 담력이나 구변(口辯)이 얼마나 훌륭했던가. 그분들의 자세는 늠름하고도 도도했다. 술수마저도 고도의 지략가(智略家)다웠다. 지금의 정당 대표라는 인물의 됨됨이는 저 분들을 따르지 못 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속된 표현으로 뱃심이 두둑해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에 가릴까 두려워하는 꼴 보이지 말지어다.

 

더더욱 안쓰러운 건 아직도 친박여부를 따지는 몽매한 인간들의 몸짓이다. 지금 한국당의 위치와 실체를 다듬어야 할 판국에 네 것 내 것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런 짓은 정작 거지발싸개 만도 못한 것이다. 국민이 걱정하는 게 뭔지 모르는 군상들이 추구하는 허상을 부수고 진정 조국의 운명을 되살릴 궁리나 열심히 할 사람이 자유한국당의 절실한 염원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자유민주주의의 전투복을 입고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가는 패거리를 정복해야 한다. 짐짓 평화의 신기루에 홀리지 말아야 한다. 전사(戰士)의 기개가 필요하다.

 

박근혜 극복만 주장할 게 아니다. 사면(赦免)을 지껄여대는 사람도 입 다물고 기다리는 슬기를 가져야한다. 인기나 여론이란 건 한낱 구름 덩어리이다. 바람에 쏠리는 갈대만도 못하다. 아침 이슬이고 노란 안개에 지나지 않는다. 통계수치를 내놓고 여론향방과 득세비율을 따져 주는 사람도 믿을 게 못 된다. 여론지수의 영역은 지극히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 그렇다 치고 한국당을 영도할 당수는 과감하고도 용감해야 한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희생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어설픈 정치꾼은 안 된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전대일자 변경이라는 망동은 걷어치우기를 권고한다. 트럼프나 김정은이 아무리 위대한들 우리의 정당 당수만 하랴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란다. 보수야당의 지수는 양반의 반열지수와 같다. 비록 야당이라는 열세에 묶여 있지만 그 기세만은 로열(royal)급이다. 영국의 보수당이나 매한가지이다. 주눅 들지 말고 파죽지세로 나가야 한다. 일정 연기라는 마귀에 홀리지 말고 초심을 굳게 살려 야당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지어다. 변심하는 자는 하늘이 벌을 준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날짜연기(延期)를 연기(演技)하지 말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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