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의 비굴한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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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장의 비굴한 후보들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03.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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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청문회의 낯 간지러운 장면은 코미디 한판이다. 장관 후보자들이 쩔쩔매는 꼴을 보자니 배꼽이 웃는다. 그들의 비굴한 태도가 화를 돋운다. 한결같이 과거의 자신을 팽개치고 잘못했다고 구차한 변명에 바쁘다. 치사하고 비겁하고 못난이들이다. 애당초 장관 후보로 제안되었을 때 손 사례를 쳤어야 마땅했던 사람들이다. 더구나 적폐청산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 문 정부가 내세운 인사배제 5대 원칙이란 게 무색할 지경이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공직배제 5대 원칙’은 대선당시에 번지르르하게 튀어나왔다.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이 그 요체이다. 허장성세(虛張聲勢)의 모범답안이 되고 말았다. 정권 초기의 내각 구성 때 이미 그 허수아비 원칙은 꺼꾸러졌다. 청문회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어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하기야 동의안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권자의 권한은 유효하다. 법적으로도 허용되어 있다. 그러니 멋대로 임명해 버린다.

지난 8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개편이 막을 올렸다. 7개 부처에 대한 내정자를 발표했다. 장관 후보자는 과기부 장관에 조동호 KAIST 교수,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행안부 장관에 진영 국회의원, 문체부 장관에 박양우 중앙대 교수, 국토부 장관에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 해수부 장관에 문성혁 WMU 교수, 그리고 중기부 장관에 박영선 국회의원을 내정

발표했다. 옛 당상관(堂上官)감의 면면이야 짐짓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공직배제 5대 원칙’에서 자유로운지 우선 궁금하다. 여전히 그들 대부분은 이 원칙에서 낙제점을 받을 여지가 많다. 헌데 그 원칙이 지난 번 내각구성 때 무효가 되었다. 숫하게 걸려든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이 있어도 후보들이 당당히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어도 법규상 임명권자의 자유를 방해받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러 했거늘 이번이라고 그 원칙이 지켜질 것인가. 맹탕 청문회가 뻔하잖은가.

그 중에서도 압권(壓卷)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광경이다. 일찍부터 여론의 각광을 받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먼저 그의 북한에 대한 인식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부동산 투기의혹은 당연지사로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그가 주제넘게 지껄여댄 페이스북 막말은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어도 과도한 막무가내여서 여야청문의 화살이 집중되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씹다 버린 껌’ 이니 ‘박광자씨 사건은 통과의례’이니 하는 말투는 애시당초 야댱의 표적 1순위였다. 얼마나 더러운 입질을 했는지 기가 막힌다. 국정교과서 집필에 찬성한 교수를 ‘씨 O 럴 개놈’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 더러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마냥 ‘송구’, ‘죄송’, ‘반성’ 따위 상투어를 지껄여대야 했다. 그 혓바닥이 진땀을 흘렸을 게 아닌가.

    

거칠고 난폭하고 주책의 실체를 보였던 언어폭력이 관성의 법칙을 벗어나 잘 고쳐질지 모르겠다. 아무리 ‘앞으로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굽실거리고 아양을 떨었지만 우리의 현명한 선조들께서 일러 주신 ‘세 살 버릇 여든까지’는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과 ‘딱지(아파트분양권)’전매 등으로 시세차익을 도모한 조목도 들어났다. “꼼꼼히 챙기지 못 했다”고 굽실거렸다. 부동산 차명거래 의혹도 제기되었다. 구차한 변명은 처제의 저축금과 대출금을 합쳐서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낙찰되었다. 그러기에 ‘정신상태가 노멀(Normal)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대통령이 ‘군복 입고 쇼’한다는 모욕적 언사를 남발했다는 질책도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여당의원으로 충남대에서 있었던 전대협발대식에서 초대의장이었던 이인영 의원이 ‘정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고 ‘감염된 좀비’로 폄훼를 당한 전 민주당 원내대표 추미애 의원은 ‘국민에게 일어서서 사과’하라는 충고에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이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건만 ‘친북주의자’니 ‘북한대변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발언취지가 조금 잘못 알려졌다고 항변조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처구니없는 실언과 망언에 그치지 않고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건’으로 간주하는 친북성향은 통일부장관으로 지극히 위험한 인물임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졸장부 같은 의원은 김 후보를 ‘천연 다이아몬드’라고 큰 소리로 우겨댔다. 진짜 다이아몬드 갖고나 있나.

이 사람만이 아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세금탈루 의혹이 들어나자 청문회 하루 전에야 소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했다. 참으로 능글맞은 처사가 아닌가. 5대원칙의 초보조항마저 깔고 뭉개버릴 참이었던가. 최정호 국토장관 후보도 ‘꼼수 증여’문제로 공격을 받았다. 3개의 주택으로 시세차익을 본 게 부각되었다. 성남시 분당 아파트,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세종시 반곡동 펜트하우스 분양권 등의 다주택자였다. 결국 그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불발되고 말았다. 박영선 기재부 장관 후보는 자료 미제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청문회가 파행의 불운을 겪었다. 25년 의원 생활을 한 베테랑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겠다면서 자료미비라는 기초미달상황을 만든 건 목불인견이 아닌가.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는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한국선급에 입사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사실이 들어나면 사퇴하겠다고 장담했다. 용감할손가.

어쨌거나 몽땅 5원칙의 기본적 배반자인 만큼 따져서 무엇 하랴 만은 장관이라는 감투가 그리도 좋아서 줄줄이 굽실거리며 자기변호와 방어에 그토록 급급한가. 그게 그렇게나 좋은 자리인 건 틀림없나 보다. 그러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니 자기 몸과 마음이 아무리 지치고 고달프다 해도 죽어라 하고 청문회장에서 엉뚱하리 만큼 굴종과 천대를 받으며 비겁해져야 하는가. 아서라 그럴 바엔 차라리 “청산에 살으리랐다”의 청산별곡을 노래하는 게 어떨까.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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