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 그리 서둘러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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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 그리 서둘러대는가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05.2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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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너무 조급해 한다. 800만 달러 대북지원에 안달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아동과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우리 돈 956.800만원이라는 돈(800만 달러)을 공여하기로 했단다. 거기에다 청와대는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도 추진할 모양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할 참이란다. 6월 말에 방한 예정인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오기 전에 북한과 대화채널을 열어 비핵화 협상을 다시 가동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러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게 단거리미사일이네 아니네라고 하면서 분석기간을 길게 잡고 우물쭈물했다. 망설이느라 대통령은 ‘단도 미사일’이라 허망한 표현을 쓰는 해프닝도 있었다. ‘망건 쓰다 장 파한다’는 옛말처럼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말도 못 한 채 벌벌 떨다 보니 대통령의 말이 허트러지게 나와 버린 것이다. 이렇게 꾸물대는 처사는 뒷전으로 밀치고 ‘인도적 지원’만을 극성맞게 챙기고 있다.

그렇게 서두는 폼이 꼭 봉이 김선달의 재치에 놀아난 시골 부자 영감의 헛발질이나 매한가지가 아닌가 싶다. 김선달이 섣달그믐날 저녁나절에 어느 시골 강가를 지나게 됐다. 찬바람에 해가 지는 때라 꽤 추웠다. 강뚝에 몇몇 젊은이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다가가보니 재미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부자 영감이 사위를 고르는 참이다. 성급한 영감은 자기처럼 성급한 사위를 얻으려 한단다. 영감의 말이 떨어지자 한 사나이가 불이 나게 갓끈을 풀고 황급히 두루마기를 벗어 던지고 강물 속으로 덤벙 뛰어 들었다. 하지만 낙제했다. 영감이 외면해 버린다.

그러자 두 번째 젊은이가 덤벼들었다. 갓을 벗자마자 강물 속으로 쏜살 같이 달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 웬 일인가.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영감은 떫은 감정을 들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게 아닌가. 양반이 의관을 지극히 소중하게 여기느라 갓 만이라도 벗어 놓고 옷을 몽땅 버린 채 뛰어 들었건만 별 수 없는 낙방이었다. 이에 봉이 김선달이 부자 영감의 말도 인사도 없이 그냥 강물에 풍덩 빠져버렸다. 마침내 영감의 얼굴에 미소가 튀었다. 영광의 합격이다.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속 시원히 재빠르게 덤벼 든 행동이 영감의 성급한 욕심에 적중한 것이다.

그날 저녁 혼례가 치러졌다. 본시 혼인(婚姻)은 글자 그대로 저녁에 이루어진다. 부잣집의 혼인 잔치는 그에 맞추어 온 동네가 시끄럽게, 성대하게 거행되고 봉이 김선달은 어여쁜 신부와 꿈  같은 신방에서 첫날밤을 지낸다. 황홀한 신혼부부는 그러나 새벽 같이 일어나 소란을 피운다. 잠이 적은 늙은 영감이 일찍 깨어 들으니 벌써 부부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정월 초하루이니 일 년이 지났는데 아이가 없다고 신랑이 투덜대는 것이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들이댄다. 혼인 후 일 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를 낳지 못 하니 신부가 시집을 떠나야하는 도덕률을 들먹인 것이다. 영감은 할 말이 없다. 넋을 잃을 수밖에. 딸을 망친 애비의 성급한 탓을 일러 무삼하리오.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한다.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거금을 들이고 식량을 대주고 개성공단을 가야 하는가. 저네들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온갖 욕을 해댄다. 우리 민족 끼리를 앞세우고 오만방자한 말을 지껄여댄다. 마치 미사일 쏴대듯이 말이다. 거기에다 뭘 주겠다고 서두는 꼴은 시골 부자영감의 어리석은 짓처럼 뭣 주고 뺨맞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주살나게 퍼주었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햇볕을 쬐이면 외투를 벗을 거라고 과거의 대통령 김대중이 ‘선 샤인(Sun Shine)을 부르짖었다. 결과는 ’말짱 허탕‘이었잖나. ’얼짱‘이로다.

최근 십년 사이에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북녘의 사정은 딱하다. 그러나 동포애를 발휘하자는 말은 번드르르한 멋쟁이 허장성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8도강산은 제각각이었다. 함경도 평안도의 이질감은 걷잡을 수 없었다. 지금도 앙숙 같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위화감은 뿌리가 너무 깊다. 중간치기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와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이나 읊어야 했다. 현대정치의 색깔론부터 좌충우돌하는 꼬락서니를 뉘라서 가늠하랴 싶지 않은가. 북녘의 고통 받는 동포라고 가여워 한들 그들의 철탁서니 없는 살림살이를 볼 때 그 받는 고통은 자초한 업보에 불과하다. 김정은이에게 미친 듯 흔들어대는 몸짓은 뭐에 쓸모가 있는가. 그토록 충성스러운 행태는 동정의 여지가 없다. 언제부터 동포를 사랑해왔는지 알고 싶은 심정일 따름이다.

괜스레 허둥대지 말지어다. 공연히 서둘지 말자. 서둘다 망치는 일이 너무나 많은 게 인간사가 아닌가. 조급하게 덤벙거리다 만사휴의(萬事休矣)되기 십상인 게 인간사 아니던가. 안달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다. 급하다고 서둘다 보면 실수투성이가 되기 십상이 아니잖은가. “고기 새끼 하나 보고 가마솥 부신다”고 지레짐작으로 서둘러 대지 말자 제발. 어떤 일을 미리부터 서둘러 대는 경우에 “월천꾼처럼 다리부터 걷는다”고 조롱 받을 짓은 애시 당초 침을 흘리지 말아야 하잖는가. 아무리 UN이 ‘식량지원 필요’를 강조해도 지나치게 호들갑일랑 떨지 말아야 한다. 뭐가 됐든 ‘준다’는 데도 미사일을 쏘아대며 욕지걸이를 주워대는 작자들에게 ‘우리끼리’가 뭔가. 헛발 짓일랑 삼가는 게 좋다. 나라 곳간도 가보지 않은 채 퍼주기에 혈안이 되면 그건 조현증도 한센병도 아니다. 천치의 도가니 타령이 된다. 부디 돌아서 가는 지혜를 가지고 늠름한 양반의 기질을 갖도록 애를 쓰는 척이라도 할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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