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국 수석과 논문표절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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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국 수석과 논문표절의혹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07.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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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나라가 심란한 판에 청와대도 심란을 피우고 있다. 조 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볼썽 사나운 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몰린 의혹을 해명한답시고 엉뚱한 짓을 했다. 그가 이른바 ‘1200자 해명 글’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을 포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전파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달 말경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정부의 개각에 아홉이나 열 곳의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 수석이 마치 김칫국부터 마시는 행태를 부렸다. 마침 차기 법무장관 물망에 오른 그가 아직 실질적인 지명도 되기 전에 청문회 위원이 될 여당위원들에게 자신의 논문표절을 비롯한 몇 가지 논란을 서둘러 해명코자 시도한 것이다. 참으로 엉뚱할시고.

이에 대해 야당은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조 수석의 셀프 의혹 해명은 기어이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는 오만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꼬집으며 “조 수석의 이런 처신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납득하지 못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집권 여당의원들마저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라고 혹평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의혹은 대통령지명 후에 청문 과정에서 밝히면 될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법무부 장관행을 향한 조급증’이라고 질타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은 ‘조국(자신)의 일이 아니라 조국(나라)을 위해 일할 때’라고 논평하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난을 자초했다”고 통박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조 수석을 장관 후보로 지명한다면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 드는 격’이라고 심심한 우려까지 표명했다.

조 수석에 대한 의혹은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논문표절, 자녀 학교폭력사건 갑 질 그리고 사학재벌 논란 등이다. 우선 논문 표절의혹은 비인간적이고 비신사적이고 비학자적이며 비도덕적인 것이다. 표절(plagiarism)은 한 마디로 도둑질(robbery)이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행위로 부정직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런 더럽고 치사하고 염치없는 표절문제가 청렴과 성실과 존엄의 대명사로 자처하는 사람으로 군림해온 조 수석에게 표지석(標識石)처럼 붙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이 아니 슬픈 일인고. 글을 쓰는 사람은 무언가 기록해야 할 때 남의 말이나 생각을 빌려 쓰는 욕구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그럴 때 각주(footnotes)나 참고문헌(bibliographies)에 차용한 사실을 밝히고 사의를 표시해야 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게 곧 학자의 에티켓이다. 말하자면 글쟁이의 필요악이오 고상한 매너인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적어도 인문학(人文學)의 영역에서는 뭇매를 맞게 마련이다. 글을 쓰면서 각주(脚註)를 다는 작업은 성가시고 귀찮고 따분하며 까다롭다. 어쩌면 불필요하게 복잡하다. 시간에 쫓기든가 잔뜩 시달리거나 괴로워서 자기 생각을 뒷전에 미룬 채 각주를 소흘히 생각하고 건너뛰기 쉽다. 그런 행위가 바로 나쁜 실수가 된다. 이 실수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힘들게 쓴 글(essay)의 독자는 참고사항(각주 등)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각주를 빠트리면 애를 쓴 필자의 노력이 빛을 잃는다. 다른 하나는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필자의 차용한 내용을 면밀히 살핀다. 하지만 누구나 철저하고 흥미롭게 글을 읽으면서도 차용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표절의 묘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남의 글을 도용하는 것은 남의 돈을 도둑질하는 것과 다를 게 뭐 있나. 그러니 표절에는 사형이 선고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밖의 의혹 두 가지는 논외로 하고서라도 조 수석의 자질도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의 “인사 참사로 무능을 입증한 조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사법 폭망 선언’이라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이 일갈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능력 보다 적폐청산의 코드 맞추기로 조 수석 기용설이 나온 게 아니냐고 논평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수석의 입각설 자체가 헌법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질타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장악 의도’라느니 ‘우리 사회의 모든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법무부에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다 어제 밤늦게 거짓말 행태를 사과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사퇴요구를 야당이 거세게 몰아치는 판국에 ‘장관 조국, 총장 윤석열로 검찰조직 주무르기’하겠다는 거냐고 검찰 고위 간부들도 불평하고 있다는 보도가 국민을 흥분시키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에게서도 비판의 소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단다. 벌써 2년이 넘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 사실을 들어 “교수님이 학교를 너무 오래 비우는 것 아니냐”고 불평하고 있다. 또한 “인사 검증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무슨 법무장관이냐”고 격앙된 힐난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니 “제발 서울대 교수직은 버리길 바란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조 수석은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네 사람의 교수가 1년짜리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염치코치도 없는 소리가 아닌가. 그는 언어의 아나키스트(anarchist)라 멋대로 지껄여대며 젊은 혈기들을 추석거려 혈압을 올라가게 만드는 재주를 잘 부려온 터라 그 버릇 못 버리고 장관자리 날름대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른 게 아닌가. 그마저 표절의 유토피아를 찾는 건 아닌지. 친애하는 문빠들의 승전고 울리기 전야의 민심도 살펴볼 지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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