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과 반일 그리고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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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과 반일 그리고 정한론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
  • 승인 2019.09.1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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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일본을 이기고(克日) 일본을 반대(反日)하는 구호가 생겼다. 일본의 아베정부가 한국의 무역제재를 결행하자 나온 말이다. 일본식민지시대를 마감한지 거의 70성상이 지났다. 그 앙숙은 피맺힌 역사의 비극에서 발생했다. 그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풀리지 않은 원한이 새삼 소생한 것이다.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문제가 경제보복으로 연계되면서 우리의 생산왕국 삼성과 LG와 SK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는 혼란과 혼돈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자 어설픈 하얀 깜북이 조국(曺國)수석이라는 사람이 내놓은 게 바로 극일이오 반일이다. 거기에 토착왜구라는 신조어까지도 덩달아 생겨났다.

실제로 지긋지긋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게다짝 소리는 이른바 왜인의 상징이다.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에서 광복 전 5년간 일본말로 공부한 80대 후반의 노년인생들에게는 이 게다짝 소리가 정말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한 겨울에도 바지 주머니를 꿰매고 입어야 하니 눈보라 추위에 빨갛게 얼은 손을 비벼 대서 열을 내게 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 뒷주머니도 마찬가지로 꽁꽁 묶어 놨으니 어쩌겠는가. 좋은 비누도 없어 손등이 트고 피가 나도 학교에 갈 때면 이 고역에 눈물을 엄청 많이 흘렸다. 장갑은 언감생심 장만할 여유가 없었고 선생의 눈에 띄면 압수당하고 벌까지 받는다. 여기에 예외가 없다. 부자 아이도 맨손이어야 했다.

철부지 아이들에게 이처럼 호된 강압교육은 일본인의 유아독존사상에서 배태되었던 것 같다. 바로 정한론(征韓論)으로 유명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덕분이었다. 일본은 본시 전국을 통일하고 집권한 무사(武士)정권인 에도막부(幕府)시대에 그는 영웅적인 교육자이며 사상가였다. 어떤 점에서는 혁명가이기도 하다. 일찍이 숙부가 설립한 쇼까손주꾸(松下村塾)를 인수하고 그 숙장이 되었다. 그의 교육방식은 기존의 교육자들과 달랐다. 신분이나 성별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군만민론(一君萬民論)을 주창했다. 천황이 천하를 지배하고 그 아래 만백성은 평등하다는 사상을 피력하는 교육을 실천했다. 이또 히로부미, 도요또미 히데요시와 같은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을 가진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뒤에 메이지유신의 주역으로 활약한다.

그러나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은 막부의 고관 암살음모에 연루되어 투옥된 뒤 참수되었다. 당시 그의 나이 불과 30이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그의 정신을 받들어 쇼꼰주꾸(松魂塾)라는 학당이 그의 학맥을 계승하고 있다. 결코 칭송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말경 동네에 생긴 학당 ‘세민숙(世民塾)’에 나갔다. 그 곳은 요시다 쇼인의 쇼까손주꾸와 똑같았다. 저녁밥을 먹은 뒤 벽돌공장 사장의 사무실에서 숙장님의 교육을 받았다. 지능검사를 받기도 하고 집 뒤 우물에서 벌거벗고 머리위로부터 찬물을 뒤집어쓰는 단련도 했다. 재치문답도 했다. 세계사 공부를 이야기 형식으로 배우고 상대성 원리를 기차를 예로 들어 공부했다. 어쩌면 친일형태의 학숙(學塾)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재 아베는 우리 대통령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보복 운운하지만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나 SK나 LG를 골탕 먹이려는 눈치는 아니다. 자기들에게도 이로울 게 별로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 극일이니 반일이니 하는 짓은 그다지 칭찬할 일도 권장할 일도 아니다. 조국이 집어든 죽창론은 어린이 장난만도 못한 애송이 잣대 놀이에 불과하다. 거기에 덩달아 춤추는 진보 패거리, 특히 ‘대깨문(대가리가 터져도 문재인)’이나 문빠들의 힙합 같은 짓은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일심동체를 과시하는 문재인·조국 결합은 국가의 체통을 망가뜨리는 망나니 꼴이 되고 말았다. 똘마니 정의당 부스러기나 두 손을 비비며 조국의 말처럼 파리가 앞발을 비벼댄다고 좋아라 입이 찢어질세라 넋 나간 행태는 자못 구토증을 유발할 참이 아닌가 싶다.

    

그럴진대 국민의 소리는 마이동풍이 돼버린 현실은 내로남불 스타일의 정치구도나 도덕적 타락을 따질 게제도 아니다. 얼핏 엉터리 여론조사의 수치에 흥분하기 십상인 여당꾼들이나 차마 따져보기도 싫은 얼빼기 군소야당꾼들의 눈치작전 우선주의가 국민이 가장 미워하는 대상이다. 바야흐로 요시다 쇼인이 되살아나 신판 정한론을 들먹이지 말란 법이 없다. 평회공존을 울부짖으며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면서 이웃집과 싸움질이나 하다보면 장사치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쉽디 쉬운 ‘돈 달라기’ 허스키 소리를 지를 게 뻔하지 않은가. 극일도 반일도 자칫 쪽박 차는 신세가 될까 걱정된다. 또다시 정한론이 득세하지 않게 할지어다. 부디 문재인·조국 팀이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의 가로지기 스파이크를 닮아주기 바랄 뿐이다.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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