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그리고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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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그리고 아집
  • 윤 기 한(충난대ㅔ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11.0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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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난대ㅔ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난대ㅔ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모든 게 우스갯감인가.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꾸미는 짓이 많은 세상이다. 요즘에 우스갯소리니 우스갯말 또는 우스갯짓이 횡행한다. 그런 건 대체적으로 정치판에서 일어난다. 나라를 걱정하고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정치인들이 우스갯감 노릇을 하고 있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찾아 주기 위해 날이 날마다 바쁘다고 아우성치는 정치인들을 본다. 국가와 사회와 국민의 복지를 추구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어찌 보면 꽤나 열심히 노력하는 듯 가상할만한 일을 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치라는 영역에 못 된 망아지 버릇 같은 것이 끼어들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정치 쇼가 사람을 웃긴다고 한다. 막말 쇼가 바로 그런 부류이다. 이른바 반대당을 폄훼하고 질타할 경우 이 막말 쇼가 큰 몫을 차지한다. 점잖은 말 보다 거친 말이 정치공세의 본령이나 되는 줄 알고 마구잡이로 말을 함부로 해댄다. 말은 한 번 튀어 나가면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다. 냉혹한 악담 하나는 온화한 덕담 열을 단번에 말살하는 위력을 갖는다. 그만큼 거칠거나 더러운 막말은 상식과 이해와 수용을 거부하는 악성 개념이다.

비단 그런 막말의 남발만이 우스갯거리가 아니다. 그림도 크게 한몫을 한다. 흔하디흔한 풍자화라는 게 우스갯짓을 엄청 잘 한다. 얼마 전에 벌거벗은 대통령의 그림이 나돌았다. 이 그림이 공개되자 문빠들이 벌떼 같이 덤벼들어 대통령 모욕죄로 몰아갔다. 그러다 한 이틀 뒤에 하염없이 사그라졌다. 영문을 몰랐다. 헌대 과거를 묻지 말라는 대중가요가 있다 싶이 이 현대판 벌거숭이 황제의 풍자화는 몰매를 맞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악귀로 몰면서 누드화의 여주인공으로 둔갑시킨 표창원의 풍자가 선례로 나왔기 때문에 상쇄효과가 있었나 보다. 풍자의 혼전이 정치 쇼의 백미로 부각된 것이었다.

풍자는 본시 어떤 사항을 빙자해서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본령으로 삼는다. 상대에 대해서 빈정거리거나 비꼬거나 나무라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공격적이면서도 결국은 허탈한 웃음으로 끝난다. 예컨대 무능력하면서도 권위의식에 함몰된 인물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나머지 비판의식과 더불어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 옛날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헨리 필딩(Henry Fielding)의 드라마작품 중에서 전형적인 풍자극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얄궂은 욕심과 권위와 위선이 무자비할 정도로 매도되는 연극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느 술집에서 정치꾼 몇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인 술자리에 난데없이 반갑지 않은 사람이 들어온다. 술꾼들과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다름 아닌 당대의 영국수상 월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가 술집 바닥에 돈을 뿌린다. 모두가 일어나 그 돈을 줍는다. 그래 놓고는 자기와 반대당원인 이 사람들이 춤을 추게 만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양복 주머니에는 구멍이 나 있다. 그래서 열심히 주운 돈이 모두 땅바닥에 떨어진다. 이 돈은 그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수상 월폴이 공공연하게 받아먹는 뇌물을 풍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극원고 심사법 The Licensing Act’이 생겨 작가 필딩은 극작을 포기하고 소설가로 전향해 더욱 유명해졌다.

그만큼 풍자는 어쩌면 정치권의 필요악이다. 이 필요악의 전형은 콩나무 뿌리에 붙어서 콩의 성장을 도와주는 근류박테리아이다. 이 벌레가 없으면 콩의 열매가 맺어지지 않는다고 배웠다. 그렇게 정치에서는 그 밑바닥에 해충 같은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있어야 정치의 수레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물밑. . .’ 어쩌고 하는 개념이다. 거기에는 접촉과 이해와 협조라는 세 가지 시스템이 수반된다. 서로 만나 얘기를 주고받으며 넓게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체제가 있어야 아름다운 정치가 이루어진다. 노상 싸움질이나 해대면 국가가 병들고 국민이 피로해서 결국은 내락으로 타락할 위험이 크지 않은가.

    

그러니 국가의 항해를 순탄하고 순조롭게 해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아집을 버려야 한다. 나만 옳다는 외고집을 청산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 뭣 같은 사태, 조국 게이트처럼 의혹만으로 임명을 거부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고집한 대통령의 구차하고 터무니없고 옹졸하기 그지없는 아집은 앞서 말한 세 가지 시스템을 외면하는 졸장부 행태인 것이다. 국회 의석 몇 갠가를 더 가졌다고 다수당의 위력을 앞세워 흔하디흔한 내로남불같은 짓은 되도록 삼가야 하지 않나. 청문회 보고서가 오지 않아도 내가 가진 권한을 뉘라 덤벼 들거냐 하고 모노 레일(Mono rail)만 타고 달리면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행복이 저절로 찾아올 건가.

아니다. 다함께 가야한다. ‘혼자는 못 살아의 속언이 무용지물은 결코 아니다. 88올림픽의 역사적 행사에서 우리는 손에 손잡고 Hand in Hand’를 목청을 높여 불러댔다. 그래서 아주 좋은 성적을 올리며 세계만방에 코리아를 과시했다. 전국 대학교 학생처장들이 유럽의 교육시찰을 갔을 때였다. 파리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입국수속절차과정을 받으며 얻은 국위선양은 잊을 수 없는 희열이오 과시에 다름 아니다. 마침 영문과교수인 나는 우리 일행의 앞에서 단장과 함께 줄을 서 있었다. 우리 바로 앞에 나이지리아의 어느 추장 가족 세 사람이 입국장에서 심사를 받을 참이었다.

별안간 그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우리를 향해 꼬레, 꼬레하며 심사관이 나를 자기 앞에 세운다. 여권을 보자마자 다시금 꼬레 오케라고 소리 지른다. 이 광경에 우리는 올림픽의 위력을 실감했다. 허나 옆으로 밀러난 추장 부인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힌 현상이 내 눈에 띄었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지금도 안타깝다. 당시의 올림픽 효과가 얼마나 위대했던가. 가슴이 뻐근했다. 그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전 국민이 열성적으로 협심하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평창동계올림픽도 거저 얻은 행운이 아니다. 힘 안 들이고 그 혜택을 누린 대통령은 양대 올림픽의 승리를 깊이 돌아보며 상생과 협조의 가치를 잘 인식하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 아집일랑 멀리멀리 날려 버릴지어다.

 

                  윤 기 한(충난대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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