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조대와 을지대병원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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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대와 을지대병원의 명암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 승인 2019.12.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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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전화한다. 신속한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이다. 고도로 발달한 생활문화에 따라 응급의료의 요구도 증가추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119 구조대가 창설되고 희생과 봉사기관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119 구조대는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서 응급환자의 이송분담률이 85-90%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국가기관이 국민의 생명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하는 업무를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지극히 성실하고 착실하게 수행하기에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 6년 전쯤 난데없는 불상사로 119의 도움을 받았다. 왼 쪽 발목을 다친 아내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던 날 저녁나절에 집안의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왼쪽 허벅지에 골절상을 당했다.

당황한 나머지 큰 며느리가 전화신고를 했고 탄방소방서의 119구조대가 급히 도착했다. 참으로 고마웠다. 구조대원들이 환자를 구급차에 옮겨 갈 때 한 대원이 환자 이송병원을 물어왔다.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그쪽은 길이 멀고 러시아워라 시간이 더 걸리니 을지대학병원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 때가 퇴근시간대로 오후 640분경이었다. 큰 차이가 없으니 충남대병원으로 가기를 호소했다. 두서너 번 강조했다.

그러나 구조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구급차를 을지대학 병원으로 몰아갔다. 황급한 마음에 구조대의 행동을 트집 잡을 수 없었다. 평생에 처음 당한 위급 상황에서 고집하는 우매작태를 꺾고 말았다. 119구조대의 신성하고 성실한 봉사활동을 어이 나무랄손가. 다급한 마음만을 앞세워 내주장을 펴는 것은 염치없는 행태라 생각했다. 그들의 노고에 무조건 감사하는 판이었다.

당도한 을지대병원 응급실은 썰렁했다. 의외로 환자가 한 사람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초가을의 음산한 날씨처럼 응급실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19구조대 일행 세 분은 환자를 응급실 침상에 옮겨 놓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간호사 한 사람이 시큰둥하게 응대하는 수준이었다. 처음 보는 응급실 풍경마저 낯설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외딴 섬 외진 곳에 밀려온 기분이 들었다. 오싹하는 느낌이 드는 건 웬 일인가 싶었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도 방에서 사라졌다. 환자와 나와 내 큰 며느리 세 사람이 방을 지키게 되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병원 측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나타난 의사와 간호사가 이른바 접수수속을 진행했다. 환자의 부상부위가 급박한 게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그 의료인들의 면상과 인상은 지금도 외면하고 싶다. 119에 구조를 요청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응급환자로 내가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에 빠져들었다.

    

당시에 충남대학교병원의 응급실은 환자가 들끓었다. 비좁은 공간에다 침상도 부족해서 피를 흘리며 맨바닥에 누워 대기하는 상황을 일찍이 목격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여기 을지대병원 응급실의 한적한 모습에 되레 놀라고 말았다. 그러다 환자는 골절부분에 응급처치를 받고 일반입원실로 이송되었다. 수술은 다음 날로 예정되었다. 별수 없이 간병인을 YWCA에 전화로 요청했다. 경력이 5년 이상이라고 자만하는 간병인에게 환자를 맡겼다.

수술실 앞에 있는 대기실 모니터에 진행과정이 간략하게 보도되고 있었다. 대여섯 환자의 보호자 일행이 그 모니터에 집중해 있는 현장에서 초조하게 진행상황을 함께 지켜봤다. 이윽고 전체 환자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는 전갈을 구두로 전해 주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회복상황을 눈여겨 살폈다. 수술환자 중에서 나이가 많아 걱정이 되는 아내의 회복진도가 너무 느렸다. 다른 환자들은 1시간이 지나면서 완전 회복이 되어 일반 입원실로 이동한다는 메시지가 모니터에 뜰 때 우리는 늦어지는 회복시간에 애가 탔다. 2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회복되어 입원실로 옮겼을 때 환자의 의식이 아직도 몽롱한 상태였다. 그래도 감지덕지했다.

의학상식이 부족하고 응급상황에 몰린 경험도 없어서 병원의 조치를 최대의 호혜로 받들고 있었기에 의사들의 말은 마냥 진리로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 다음 날 집도의가 해 주는 설명을 지상최고의 명제로 가슴에 닿았다. 수술결과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호언장담에 마음이 놓였다. 오로지 감사 일념으로 며칠이 지나면서 냉철하게 주시한 환자의 태도가 너무나 의외였다.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증폭되고 정신이상 징후가 보였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언어구사도 힘들고 사고력도 둔탁해졌다고 속단했다. 의사도 그런 정도의 소견만 피력할 뿐이었다.

80대 여성 환자이지만 수술 전의 생활은 자타가 공인 하듯 강인한 정신력과 민첩성이 두드러졌었다. 사려분별이 분명하고 지인들의 리더로서 활동력과 판단력과 결단력을 칭송 받는 사람이 전신마취에 의한 정신분열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충남대학교병원에는 노인마취전문 의사가 별도로 의료행위를 한다고 들었다. 병원의 구조나 기능에 관해서 무지한 일반인은 의사의 능력만 절대 신봉하는 수밖에 없다. 마취 이외에도 원인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등한 장면을 목격한 입장에서 을지대병원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나쁘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일률적으로 훌륭한 게 아니다. 덩치 큰 머저리가 있듯이 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아까운 곳이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병원에도 등급규정이 있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으로 따져서 D급 병원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 불편하다. 애당초 119구조대에 호소한 게 내 첫 번째 실수이고 을지대병원으로 이송된 게 두 번째 실패이다. 실패의 연속은 수술과 마취에 기인한 것이라는 신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제와 수원수구한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지사이지 않은가. 팔자타령은 비겁할시고. 119구조대의 명암을 알게 되고 대학병원의 허약한 실체를 경험한 것을 차라리 불가항력의 운명으로 포용하고 말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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