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마골피의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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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마골피의 득세
  •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 승인 2020.01.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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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윤 기 한(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 대학원장, 시인, 평론가)

 

어제 어떤 모임자리에서 천방지축마골피라는 말이 떠돌았다. 어려서 어른들이 어쩌다 쓰신 말이라 그 뜻이 궁금했다. 그러다 국어선생님에게서 그 뜻을 배웠다. 다급해서 허둥대는 모습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 갈 바를 몰라 두리번거릴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 한 구석으로 갔다가 다시 땅속으로 갔다 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라 당황해서 허둥지둥 방향을 못 잡고날뛰는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을 나중에 터득했다.

천방지축마골피(天方地軸馬骨皮)는 고려와 이조시대에 천민(백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천은 무당, 방은 목수, 지는 지관, 축은 소를 잡는 백정, 마는 말을 다루는 백정, 골은 뼈를 다루는 백정 그리고 피는 가죽을 다루는 백정의 지칭어였다고 한다. 이 일곱 개의 성씨는 특히 조선시대에 대표적인 천민의 성이었다는 속설이 있다. 이 일곱 자 성어는 어쩌다 천방지추마갈피로 현대적 변전을 거듭해서 일반인들의 범상한 성명으로 정착했다. 그와 동시에 이 성구 일곱 글자 성씨에 대한 세속적인 함의는 여전히 천민의식을 부각시키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성을 가진 사람을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 방씨 성의 의사 사위를 본 치과의사 친구도 가끔 어설픈 넋두리를 할 때가 있다. 요즘에는 추씨 성을 가진 사람이 득세하며 이 천방지추마갈피성씨가 크게 클로즈업되어간다.

()이 없이 무심(無心)한 도인(道人)으로 추앙되는 설악 오현 큰 스님이 입적하며 남긴 열반송(涅槃頌)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보니/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에도 첫 마디가 천방지축이다. 만사에 경계가 없이 무애자유(無涯慈幼)한 탈속한(脫俗漢)의 큰 스님이 중생들의 대표적인 행위를 지적한 전반부,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서 매사에 금세 득도하려 허둥대기 십상인데 그러기에 오히려 단순한 동물처럼 혼잡한 생각에 매달리지 말고 깨달음을 구해야한다고 가르치는 후반부 모두를 겸손하게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타이르신 말씀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 사이에 높은 파고로 술렁대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맞장 뜨기는 국가와 국민을 축생(畜生)으로 취급하는 정치집단의 오만불손이 극치로 달려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게 웬 미국서부영화 스타일의 결투장면인가. 살아 있는 정권에 칼을 들이대도 좋다면서 임명한 검찰총장과 한 정당의 대표를 지낸 판사출신 5선 국회의원 법무부장관이 백주의 결투를 벌였다. 검찰개혁이라는 명제를 앞세워 권력의 진미간장을 맛보이겠다는 각오로 치솟는 대립각은 양자의 위치와 능력과 인기를 한꺼번에 약탈, 파기, 멘붕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승패의 혈투를 예상하며 기대하는 중생의 뿔난 눈초리에 가시가 돋아날지도 모른다. 추장관 대 윤총장의 백주의 혈투가 점입가경이 될 성 싶은 기미가 국민을 불안과 공포와 혐오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트리는 코미디 장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잖은가.

어느 중앙일간지 헤드에 윤석렬 허수아비 만들기 작전으로 등재된 내용이 천방지추의 추미애 법무장관이 어쭙잖게 밀어붙이는 트릭을 까밝히고 있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청와대와 여권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하던 대검 간부 전원을 교체했다는 사실의 적시였다. 이어서 추미애장관이 가라사대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고 구차하게 변명한 내용이 밝혀져 있다. 그리고 여권을 수사하는 서울지검의 수사팀에 대한 검찰 직제 교체 불가피성과 앞으로 검찰의 특별수사팀 설치를 사실상 봉쇄하는 추미애 장관 지시 1호로 승인절차 필요성과 요구발언을 강력하게 기록해 놓았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검찰의 최후 발악이라고 조폭 투의 불만질책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윤 총장 탄핵설까지 들먹이는 공포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나저나 천방지축의 득세는 바야흐로 천방지추의 활약상을 과시할 단계에 이른 모양이다. 추 장관이 단행한 윤 총장 참모들에 대한 인사조치 전날 시작된 장관 대 총장의 인위적 단말마적 대결은 윤 총장이 법령에 따라 법무부가 인사안을 먼저 내놓아야 만나서 협의하자는 제안에 추 장관은 내겐 인사안 없다. 청와대에 있으니 그 쪽에서 받아라며 엉뚱한 말로 받아쳤던 것 같다. 추 장관은 8일에 시행한 인사 당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이나 윤 총장을 기다렸다고 토로한 바가 있다. 그걸 트집 잡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눌한 어조로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을 항명으로 몰아 세워 징계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계략을 보여주고 있다. ‘적폐대상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게 아닌가. 얼마나 기똥찬 전략발굴인가.

그러나 앞서 노인들 회식모임 자리에서는 더더욱 뱃살 고칠 예상 관전평 시나리오가 작성되었다. 예순 여덟 살 막내 늙은이가 앞장서 신파조 대사를 읊조린다: “요새 인끼 높은 윤석렬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어찌 돌아갈까? 알아맞히기 스무고개한번 해보지 않을래, 여보게들?” 얼핏 엄청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듣는둥 마는둥 깔고 뭉갤 것 같은 당초의 분위기가 금방 돌연변이가 되었다. 모두가 대환영의 멋을 부린다. ‘멋진 소리라며 그 말을 되받아 그래 스무고개넘어 보세나.” 얼씨구절씨구 신이 난 좌중은 흥분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극노인 몇 사람이 맛있게 먹은 점심밥에 옛날 청춘시절 많이 즐겼던 스무고개라 마냥 흥겹기만 하다. ‘스무고개마지막은 천방지축()’의 득세가 ‘9988’의 노객들에 의해서 추풍낙엽으로 끝장을 날려버렸다. 진정 그럴까? 팬터그라프 우스개로 들어둘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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