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호소하며 등록금으로 내는 대학 회비 올리고, 호텔 회의는 고집

【SJB세종TV=최정현 기자】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추진한 대학 총장들이 대교협을 통해 학생 등록금으로 마련된 회비로 호텔 회의를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회비 인상까지 단행했지만, 호텔 회의 관행은 줄지 않아 부담이 학생·학부모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2025년 7월까지 대교협 이사회·정기총회·총장세미나 24회 중 23회가 호텔에서 열렸고, 회의비 약 6억 5천만 원은 회비회계에서 집행됐다. 대교협 회비는 통상 회원대학의 등록금 회계에서 납부된다.
대교협은 2023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회비 감소를 이유로 회비 인상을 공식화했다. 22년간 동결됐던 대학별 기본회비(기존 300만 원)는 학교 규모별 5단계 체제로 개편해 인상하고, 14년간 동결했던 학생 1인당 회비도 21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인상안은 2024년 정기총회와 제259차 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실제 회비 수입은 2023년 약 35억 1천만 원에서 2024년 약 40억 1천만 원으로 약 5억 원이 증가했다. 2025년의 경우, 8월 기준으로 회비 수입은 약 38억 9천 만원으로 확인됐다.
매년 1회 열리는 대교협 정기총회와 하계총장세미나의 최근 3년간 집행 내역을 보면, 1인당 식대는 2022년 정기총회 6만 2592원에서 2024년 하계총장세미나 19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숙박비의 경우, 2023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하계총장세미나에서 임원에게 제공된 숙박비가 64만 800원(2박)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행사장 대관료는 평균 1308만 원으로 나타났다. 최고액은 2025년 정기총회(웨스틴 조선호텔)에서 1520만 원, 최저액은 2023년 하계총장세미나(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911만 원이었다. 평균 대관료 1308만 원은 2025년 최저시급(1만 30원) 기준 약 1304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으로, 주 15시간 아르바이트로 환산하면 약 87주, 즉 1년 8개월 동안 일해야 모을 수 있는 수준이다.
회비인상에도 대교협은 호텔 회의는 줄이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2024년 2월~2025년 7월 사이에만 이사회 7회, 하계총장세미나 2회, 정기총회 1회가 호텔에서 진행됐고, 예산 약 3억 원은 회비 회계에서 집행됐다. 결국 예산 소요가 큰 호텔 회의는 줄이지 않은 채, 학생과 학부모에게 등록금 인상 부담만 올린 셈이다.
백승아 의원은 “대학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던 대교협이, 정작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외면한 채 등록금으로 마련된 회비로 호텔 회의를 이어간 것은 명백한 방만 운영”이라며 “등록금은 학생과 가정의 희생으로 마련된 소중한 재원인 만큼, 대교협은 즉시 낭비성 지출을 중단하고 운영 전반을 투명하고 책임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