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와 금융정보 열람권을 둘러싸고 물밑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이 설상가상으로 직원비리라는 악재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국세청이 내우외환에 빠진 형국이다.
경찰은 5일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국세청에 들이닥친 것은 200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으로 대단히 이례적이다.
경찰은 앞서 서울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 10여명이 6~7개 기업을 세무조사 하는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정황을 잡고 지난 1월부터 수사를 진행해왔다.
내부직원 비리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격인 서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하자 국세청 직원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권력기관간 힘겨루기에다 일종의 괘씸죄까지 추가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시던 영등포세무서 직원이 단속 나온 경찰에게 막말과 폭력을 행사한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자체 직원이 2만명에다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카드로 기업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잇는 국세청은 그간 심심찮게 내부 비리가 불거져나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은 시기적인 면에서 어느때보다 뼈아프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 열람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이번 사태가 국세청에게 불리하게 돌아갈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 정부 핵심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FIU 정보접근 권한을 놓고 그간 국세청은 금융위와 국세청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려왔다.
박 대통령은 그간 복지공약에 필요한 뭉칫돈 134조 5000억을 증세없이 마련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과 세정강화를 통해 누락되고 탈루되는 세금부터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자신들이 고액현금거래 등 FIU의 금융거래 정보를 통째로 들여다보면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4조5000억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관련부처인 금융위의 신경을 건드려왔다.
FIU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계좌 이체, 현금 거래 가운데 범죄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가 의심되는 거래 내역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보고된다. 이 중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FIU 자료는 2~3%에 그치고 있다.
이에대해 금융위는 현금거래 정보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이 강화되면 자영업자들의 정상거래가 위축되는 한편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가 불가피하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워왔다.